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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업계 소비자 분쟁 '또 사상 최대'…법적 다툼의 '두 얼굴'


입력 2020.02.19 05:00 수정 2020.02.18 21:31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지난해 분쟁조정 2만5000건 돌파했지만…소송은 '역대 최소'

법정 공방 전 타협점 찾는 손보사…관련 제도 선순환 기대감

손해보험업계 분쟁조정 건수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손해보험업계 분쟁조정 건수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손해보험사들을 상대로 고객들이 금융당국에 분쟁조정을 신청한 건수가 지난해 2만5000건을 넘어서며 또 다시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분쟁조정을 통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끝내 소송전에 돌입한 사례는 역대 최소로 줄어들며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과거보다 보험금을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손보사에 대한 이의 제기는 계속 늘고 있지만, 법정 공방으로 치닫기 전에 분쟁조정으로 접점을 찾는 선순환이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9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6개 손보사들에 대한 분쟁조정 접수 건수는 총 2만5307건으로 집계됐다. 분쟁조정은 소비자가 금융사에 제기하는 불만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중재에 나서 합의를 유도하는 절차다. 금융사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는 고객은 사건의 원인이나 사실을 증명하는 자료 등을 담은 분쟁조정신청서를 금감원에 제출하면 된다.


지난해 손보업계의 연간 분쟁조정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기존 최다 기록이었던 2018년(2만1946건)보다 6.4%(1312건) 더 증가했다. 아울러 2016년까지 손보사들을 대상으로 한 분쟁조정이 매년 1만5000건 안팎에 머물러 왔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3년 새 1만건 가까이 늘었다.


손보사별로 보면 삼성화재를 둘러싼 분쟁조정이 5508건으로 제일 많았다. 그 다음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에 대한 분쟁조정이 각각 4098건과 3643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KB손해보험(2926건)·메리츠화재(2401건)·한화손해보험(1594건)·흥국화재(1551건)·롯데손해보험(1149건) 등의 연간 분쟁조정 건수가 1000건 이상이었다.


이처럼 빠르게 늘고 있는 분쟁조정만 놓고 보면 손보사들과 고객들 간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더욱이 생명보험업계에 비해 분쟁조정이 두 배 이상 많은 현실은 이런 비판의 목소리를 더욱 크게 만드는 대목이다. 지난해 24개 생명보험사들을 대상으로 한 분쟁조정은 1만754건으로 손보업계의 절반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단순히 분쟁조정 건수만 놓고 고객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고 해석하면 본질이 가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생보사들보다 손보사들에 분쟁조정이 많은 원인은 업종 특성에 있다는 분석이다. 생명보험은 주로 보험금을 받는 대상이 고객 본인이거나 가족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상대적으로 문제 제기가 적은 반면, 손해보험 상품은 자동차보험과 같이 가입자와 보험금을 받는 사람이 달라 액수를 둘러싼 갈등의 소지가 클 수밖에 없다.


여기어 더해 근래 들어 손보업계 분쟁조정 확산을 이끄는 주된 요인으로는 고객들의 보험 관련 이해도 개선과 대중화 된 블랙박스가 꼽힌다. 온라인을 통해 누구나 직접 교통사고 과실비율을 따져볼 수 있게 되면서 보험사가 정한 보험금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데다, 블랙박스 설치 차량이 늘면서 이를 근거로 분쟁조정을 신청해보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 때문에 도리어 잦아진 분쟁조정을 대립의 결과가 아닌, 손보사와 소비자 사이의 완충 장치로 봐야 한다는 반박이 제기된다. 특히 손보업계에서 분쟁조정과 반대로 법정 다툼은 오히려 눈에 띄게 드물어진 현실은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즉, 분쟁조정을 시도해보는 소비자들이 많아졌을 뿐 최악의 대립 상황은 이전보다 훨씬 줄었다는 논리다.


실제로 지난해 손보사와 고객들 간 벌어진 소송은 총 140건으로, 전년(192건)보다 37.1%(52건) 감소하며 통계 작성 이래 최소를 나타냈다. 2017년까지 손보업계의 평균 연간 소송 건수가 550여건에 이르렀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도 안 되는 수치다. 이에 따라 손보사들의 분쟁조정 대비 소송 비율도 역대 최저인 0.55%까지 낮아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감원 분쟁조정이 빈번해진 것을 두고 소비자 불만이 커졌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고객들의 보험 지식이 그 만큼 많아진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런 와중 소송은 줄고 분쟁조정을 통한 합의가 늘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관련 제도가 성숙해가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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