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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원發 노동이사제 불씨 다시 피어오르나


입력 2020.02.24 05:00 수정 2020.02.23 22:21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정무위서 "경영에 다양성 장점" 긍정입장 밝혀

"총선과 맞물려 정부차원 압박 시작될것" 예상

금융권內 "시기상조" "경영간섭" 우려 목소리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1월 29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1월 29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윤종원發'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가능성이 다시 대두되면서 금융권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노조추천이사제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나서면서다. 정부차원의 압박과 함께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조만간 논의에 착수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행장은 지난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조추천이사제는 경영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장점이 있다"고 긍정적 입장 밝혔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가 추천한 인사가 사외이사로서 이사회에 참여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가지는 제도로 최근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다.


그동안 금융노조는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매년 시도해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시중은행의 경우 주주총회에서 반대에 부딪혔고, 금융공공기관의 경우 주무부처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투쟁 위주'의 한국적 노동 현실에선 경영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반영된 결과였다.


총선 앞둔 노동계 달래기 차원서 '다시 드라이브' 예상


최근 노조추천이사제 논의의 불을 지핀 건 기업은행이었다. 지난달 윤 행장이 '낙하산 반대' 투쟁에 나선 노조를 달래기 위해 '노조추천이사제 추진'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비롯됐다. 윤 행장은 노조의 시위에 막혀 출근하지 못하다가 '노사공동선언문'에 합의하고 나서야 첫 출근을 할 수 있었다. 공동선언문에는 노조추천이사제 적극 추진을 비롯해 노조의 요구 사항이 그대로 반영됐다.


특히 지난달 27일 노사의 공동선언문 서명식을 복기해 보면, 당장 금융권에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드라이브가 걸리더라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당시 서명식에는 금융당국 수장인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물론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참석해 정부의 '의지'를 엿보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는 4월 총선과 맞물려 노동계 표심을 달래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이에 정부는 노조 입김이 거세진다는 금융권의 우려에도 국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고강도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선 기업은행의 향후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노조를 앞세워 제도도입을 시도했으나 실제 사외이사 선임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시중은행 가운데 상대적으로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던 KB금융그룹도 노조측이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지 않기로 했다. "이제 기업은행이 도전할 차례"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금융권에선 "아직은 시기상조 아니냐", "노조의 경영참여 아닌 간섭"이라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큰 상황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이사회의 안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도입을 하더라도 국책은행이 먼저 시행하는 것을 보고 부작용 등을 확인한 뒤에 따라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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