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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에이즈 약이 현실적인 대안?… "근본적 치료제는 아냐"


입력 2020.02.25 06:00 수정 2020.02.24 17:43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치료제 없는 신종 코로나… 백신 개발에 상당한 시간 소요

고령·중증에 에이즈 치료제 효과… 과학적 검증 더 필요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방호복을 착용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로 들어가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방호복을 착용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로 들어가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아직까지 치료제가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HIV, 신종플루, 에볼라 치료약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실제 국내 보건당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 코로나19 확진자에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의 원인인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에 쓰이는 항바이러스 약물을 투여해 일부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치아이브이 치료제로 불리는 ‘로피나비르’는 에이치아이브이가 바이러스 증식에 필요한 단백질 분해효소의 활성을 막는 역할을 한다.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가 로피나비르와 리토나비르의 복합제인 ‘칼레트라’(Kaletra)가 주로 쓰인다.


국내 보건당국은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1번, 4번 환자에게 칼레트라를 투여해 효과를 확인했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팀이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JKMS)에 게재한 논문을 보면 첫 확진자인 30대 중국인 여성은 열이 최고 38.9도까지 올랐지만, 입원 후 11일 만에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 며칠 뒤엔 호흡곤란이 개선되고 흉부 엑스선 검사에서는 폐 병변이 감소했다.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격리치료를 받은지 13일 만에 퇴원한 2번 환자는 입원 당시 인후통 외에 별다른 증상이 없었으나 복용하던 해열제를 중단하자 체온이 38도까지 상승했다. 의료진은 입원 3일째가 되던 날 이 환자에 칼레트라를 투여해 효과를 봤다.


최근 타이 보건당국은 신종 코로나 확진자인 70대 중국인 여성에게 독감 치료에 쓰이는 오셀타미비르(타미플루)와 에이즈 치료에 쓰이는 칼레트라를 투여해 증상이 호전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병원에 입원한 뒤 열흘 동안 계속 신종 코로나 양성반응을 보이던 환자한테 에이즈 치료제와 타미플루 혼합 약물을 투여하니 48시간 만에 음성 판정이 나온 것이다.


중국 정부 역시 칼레트라를 신종 코로나 감염 환자 치료를 위해 활용하고 있다.


일본은 자국 내 승인이 완료된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 치료제인 아비간(Favipiravir)을 전국에 공급할 계획이다. 아비간은 일본 후지(富士)필름의 자회사 후지필름도야마(富山) 화학이 개발한 신종플루 치료제로, 2013년 일본 정부의 '신종플루 등 대책 지침'에 따라 200만명분을 비축하고 있다.


그간 코로나19 환자에 아비간을 시험 투약한 결과 증상 악화와 무증상 감염자의 발병을 억제하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일본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중국에서도 아비간을 코로나19 환자에 투여해 효과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비간은 태아에 대한 부작용이 있어 사용하는 데 주의해야 한다. 일본 당국은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와 에볼라치료제 렘데시비르 투여도 검토 중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약물들은 코로나19의 직접적인 치료제가 아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백신 개발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치료제가 없는 탓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기존 치료제들을 투여하는 상황이다.


세계 각국의 제약사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한창이지만 신약개발까지 임상 1·2·3상과 당국 허가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백신 조기 출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게다가 전임상 단계에서 필수인 유전자변형 쥐를 만드는 데만 최소 3개월가량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는 자사 글로벌 백신사업 부분인 사노피파스퇴르를 통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백신 개발은 미국 보건부 산하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와 긴밀하게 협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은 신종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긴급 현안 연구과제로 선정해 이달 중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보건연구원은 8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국내 확진자의 임상 면역학적 특성을 연구하고 치료용 항체 개발을 위한 광범위 항원과 항체를 발굴하기로 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국과 중국, 일본 등에서 확진자에 에이즈 치료제나 항인플루엔자 약을 투여하는 것은 워낙 상황이 위급하기 때문"이라면서 "사태 장기화를 대비해 신종 코로나 백신 개발에 속도 내야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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