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향하는 길목에서 '불확실성' 제거는 호재
"통합당에 힘 합쳐달라" 최선 아니더라도 차선
'상왕'처럼 비쳐지면 안돼…'페이드-아웃' 필요
'힘을 합쳐달라'는 구심점으로 지목된 미래통합당의 입장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은 호재인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총선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측면에서는 호재이지만, 자칫 통합당이 박 전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움직이는 정당처럼 비쳐지면 애써 단행한 중도보수대통합의 성과가 몰각될 수 있다는 우려다.
4일 오후 유영하 변호사에 의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이 전격 공개되자,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옥중에서 고초에 시달리면서도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그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서신"이라며 "이 나라, 이 국민을 지켜달라는 박 전 대통령의 애국심이 우리의 가슴을 깊이 울린다"고 반응했다. 일단 긍정 평가를 내놓은 것이다.
지난해 2·27 전당대회에서 미래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 당대표로 선출된 이래, 지금까지 당을 운영하며 '미래권력'으로 부상한 황교안 대표의 입장에서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은 반가우면서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을 공개한 유영하 변호사는 지난해 2·27 전당대회를 앞두고서는 황 대표를 겨냥해 "(박 전 대통령의) 수인번호를 모른다고 하는 것에 모든 게 함축돼 있다"며 "(황교안 대표가) 친박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국민이 판단할 수 있다"고 꼬집어 '황교안 캠프'를 곤혹스럽게 했다.
또, 중도보수대통합으로 미래통합당이 거듭나는 과정에서는 돌연 탈당을 단행해 박 전 대통령이 통합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이 중도보수대통합을 "보수 외연 확대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으로 긍정 평가한 서신이 공개되고, 서신을 공개한 유 변호사도 "미래통합당에 복당하거나, 미래한국당에 입당하겠다"고 자세를 전환한 것은 그간의 곤혹스러움을 일거에 털어낼 수 있는 계기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박 전 대통령의 뜻을 '파는' 여러 신당들이 난립하는 한편, 현 정권에서도 형집행정지나 사면 등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을 보수분열에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 정도의 '메시지'는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변수는 총선 전에 어떤 식으로든 불거질 수밖에 없었다"며 "이왕 나올 수밖에 없었다면 '미래통합당 중심으로 힘을 합쳐달라'는 메시지가 '미래통합당은 틀려먹었다' 보다는 훨씬 낫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가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다만 당의 '1인자'인 황교안 대표에게 자칫 '상왕'처럼 비쳐질 수 있는 존재가 등장한 것은 반갑지 않다. 또, 총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불확실성이 제거된 것은 호재이지만, 보수층의 결집보다 중도층의 이탈이 더 크다면 '남는 장사'가 아니게 된다. 손익은 향후 황 대표의 대응에 달려 있다는 전망이다.
통합당 의원실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미래통합당이 보수의 맏형이라는 점만 부각해주고 '페이드-아웃' 된다면 성공"이라면서도 "총선 때까지 지속적으로 화두가 되면서 마치 보수정치권이 아직도 '옥중정치' '상왕정치'에 휘둘리며 박 전 대통령이 '수렴청정' 하는 것처럼 중도층에게 보여지면 뜻밖의 패착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따라서 황교안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통합당 지도부는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참 고맙다' 정도의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고 국면을 마무리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친박 계열의 군소 정당들이 박 전 대통령의 '뜻'을 빙자해 선거연대나 후보단일화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무반응으로 일관할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에 대한 반응에서 "미래통합당은 어렵고 힘든 과정을 헤쳐 명실상부 정통 자유민주 세력 정당으로 우뚝 섰다"며 "자유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지키고자 하는 모든 이들이 모인 '큰 정당'으로 재탄생했다"고 강조했다. 이미 정통 자유민주 세력 정당이 됐고, '모든 이가 모인 큰 정당'이 됐기 때문에 더 이상의 통합이나 연대는 필요없음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셈이다.
김형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친박계 군소 정당들의 공천 중단 요구는) 공식적으로 접수받은 게 없다"며 "내일(5일)부터는 와장창 발표해버리겠다. (기사에) 다 못 담을 정도로 쏟아주겠다"고 말했다. 친박계 군소 정당들의 공천 중단 요구가 무색할 정도로, 오히려 공천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