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가 매출액 80%까지 치솟아…최소보장액 탓에 임대료는 꼬박꼬박 내야
가맹본부와 가맹점,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정부 이분법적 프레임 여전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코로나19 관련 공공기관 임대료 인하 정책'에 대해 역차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중소기업에만 혜택을 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부담하는 임대료 비중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중소기업에만 임대료 인하 혜택을 주는 것은 생색내기 정책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코로나19'의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20일 이후 600여개 외식업소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고객 수가 32.7% 가량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강원도'가 47.5%로 가장 높았고, 제주도(40.6%), 서울시(38.1%) 순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한식'이 36.5%로 가장 높은 감소율을 보였으며, '일식·서양식(36.3%)', '중식(30.9%)'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 1079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관련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약 98%가 매출이 줄었다고 답했다. 이들 중 매출액이 전주 대비 50% 이상 감소한 곳도 47.4%에 달했다.
앞서 지난 2015년 6월초 메르스 사태 당시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전국 560개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평균 매출액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확산시점 2주 전보다 매출이 38.5% 감소한 바 있다.
외식업계에서는 지난 메르스 사태 보다 이번 코로나 사태가 더 심각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주요 쇼핑몰이나 공항, 터미널 등 입점 업체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액이 최대 70%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메르스 때와 비교해 인건비와 임대료가 오르면서 고정비 지출을 더욱 늘어난 반면 매출은 더 떨어지면서 버틸 수 있는 한계에 직면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나마 매장 운영의 버팀목이 됐던 금융 대출도 문턱이 대폭 높아지면서 폐점 위기에 몰린 외식업체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임대료 인하 방침을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에게만 적용하면서 거센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인천공항 등 공공기관 내 임대료 비중이 큰 면세업과 외식업이 대표적이다.
국내 코로나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전 세계 96개 국가가 한국발 입국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에서 한국을 찾는 관광객은 물론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는 국내 관광객도 급감한 상황이다. 공항 내 입점업체의 매출도 큰 폭으로 감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임대료는 꼬박꼬박 빠져나가면서 입점 외식업체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대부분 대기업, 중견기업 계열 외식업체의 경우 공항과 계약 시 임대료 최소보장액 조항이 포함돼 있어 매출과 상관없이 일정한 임대료 내야 하는 상황이다.
보통은 임대료가 매출액과 연동돼 있어 매출액 감소에 따라 임대료도 낮아지는 방식이지만 대기업의 경우 최소보장액 조항으로 인해 매출 감소에 대한 충격이 더 크게 느껴지는 셈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신종플루와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9년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한시적인 임대료 인하를 적용한 바 있어 전례와 비교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매출이 감소하다보니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임대료 비중도 평소에 비해 3배 이상 상승했다”며 “임대료 지출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휴업을 넘어 폐업까지도 생각해야 하는 단계로 내몰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외식업계에서는 기존 대기업에 씌워진 갑을 프레임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반응도 나온다. 그동안 가맹본부와 가맹점,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정부의 편가르기식 이분법적 프레임이 이번 임대료 인하 방침에도 그대로 투영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아울러 각종 일자리 창출, 경제 활성화 등 사회적인 책임은 대기업에 지우면서 지원에 있어서는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정부의 이중적인 행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대기업 계열 외식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충격은 대‧중소기업의 규모를 따질 것이 아니다. 대기업도 무너질 상황”이라며 “영업 중단을 고려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며 정책적으로 고정비 경감을 통해 점포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토대는 남겨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