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연합' 꼼수에 제 발 찍힌 민주당…명분 잃고 진보분열만

팽 당한 정개련과 민주 원로들 배신감

양정철·최배근에 법적 대응 예고도

최배근 "시대 뒤쳐진 사람들...추해" 맞불

진보진영 내부분열에 당내 우려 목소리도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민주당이 참여한 비례정당 더불어시민당(이하 시민당)이 사실상 ‘위성정당’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소수정당을 배려한 비례연합이라는 명분이 퇴색되고 있다. 무엇보다 시민당 출범 과정에서 민주당의 큰 자산인 민주 원로들과 척을 지게 됐다는 점이 뼈아프다.

비례연합 과정에서 민주당으로부터 배제된 정치개혁연합(이하 정개련)은 법적 소송전도 불사할 태세다. 정개련은 민주당이 처음부터 위성정당용으로 시민당을 만들고 정개련을 명분으로 이용했다고 의심한다. 그 과정에서 정개련이 여론의 주목을 끌자 논의에서 퇴출시킬 목적으로 ‘지분요구를 한다’ ‘독자정당을 계획한다’는 식의 마타도어까지 했다고 주장한다. 주도자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최배근 시민당 공동대표를 지목했다.

정개련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추진되는 시민당은 신생 원외정당들을 들러리삼아 추진하는 또 하나의 꼼수 위성정당 프로젝트”라며 “오늘부로 민주당에 대한 일체의 기대를 접는다. 그리고 시민당 같은 위성장당과는 그 어떤 소통을 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위성정당 프로젝트는 정개련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의 거센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승수 정개련 집행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 중진들조차 양정철 눈치를 보는 듯하다. 청산해야 할 정치적폐”라며 “민주화운동 원로에 대한 마타도어를 퍼뜨리는 기본도 안 된 인간이 집권여당의 대선후보 보다 막강한 힘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시민당 측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정개련을 구성하고 있는 민주화운동 원로들을 저격하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최 공동대표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제는 시대변화에 뒤처진 사람 중 일부는 자신이 부정하던 반대진영 사람들보다 더 추하게 변해간다는 점”이라며 “한때 자신이 추구하던 진보적 가치를 자신의 욕망을 달성할 도구로 전락시켰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결과적으로 범진보진영 소수정당의 원내진출을 배려한다는 ‘명분’은 사라지고, 진보세력 내 내부갈등만 촉발한 셈이 됐다.

이에 민주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한 설훈 의원은 “예상됐던 문제기 때문에 (비례연합정당에) 반대를 했던 것”이라며 “차라리 미래통합당과 같은 형식으로 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후회했다. 강창일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비례정당, 위성정당 문제 때문에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더 이상 국민들이 화나지 않게 해주시길 바란다”고 쓴소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