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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2020] 경제·안보·정권심판 깜깜이…당파성만 부각된 정치퇴행


입력 2020.03.26 14:47 수정 2020.03.26 14:57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선거 앞두고 코로나에 묻힌 경제·안보 이슈

'진문·진조국' 정치퇴행만 부른 범여 비례정당

정권심판론 외쳤지만 무기력했던 야권

전문가들 "20대 보다 더 최악 21대 국회" 전망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더시민당 우희종·최배근 공동대표의 예방을 받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더시민당 우희종·최배근 공동대표의 예방을 받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6일 총선후보자 등록을 시작으로 4.15 총선이 본격적으로 개막했지만, 비전과 아젠다는 실종되고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정치공학만 남았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것이 기본적인 원인이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 여야 모두 공천과 비례정당 설치 과정에서 집안싸움에만 몰두했다는 점에서 정치퇴행을 불러왔다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진문·진조국’ 선명성을 내세우며 등장한 열린민주당과의 집토끼 쟁탈전을 진행 중이다. 이해찬 대표는 전날 최배근 공동대표 등 더불어시민당 지도부 예방에 이어 26일 비례후보들과 공개적으로 만나는 행사를 개최한다. 당대표가 타정당의 비례후보들을 만나 격려하는 대단히 이례적인 퍼포먼스다. 소수정당 배려의 취지를 살린 ‘비례연합정당’이라며 명분을 내세웠던 모습과 달리 노골적으로 위성정당임을 강조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도 하지 않았던 일이다.


열린민주당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직결된 인물들을 대거 공천하면서 ‘진문·진조국’ 논란에 불을 붙이고 있다. 열린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정봉주 전 의원은 앞서 서울 강서갑에 출마하며 “빨간 점퍼 민주당을 솎아내야 한다”며 “민주당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은 최소한 파란 점퍼를 입어야 한다. 내부의 적이 가장 위험한 법”이라고 했었다. 금태섭 의원에 한정됐던 저격의 범위가 지금은 민주당 전체로 넓어진 셈이다. ‘진문·진조국’ 논란은 오는 15일 투표당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그 사이 집권여당의 책무인 국정운영 비전 제시는 사라졌다. 정책위 차원에서 ‘전국 무료와이파이’ ‘벤처 4대 강국 실현’ ‘국립대 반값 등록금’ 등 공약을 내놨지만 진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제대로 홍보조차 하지 못했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 이전으로 돌아간 남북관계나 안보와 관련된 문제는 23개 주요 공약에 한 개도 반영되지 않았다.


인적쇄신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공천은 기득권의 공고함만 확인시켜줬다. 현역의원 37명이 교체됐지만, 이 중 22명은 다선중진이거나 내각진출 등의 이유로 불출마를 선언한 사람이다. 실질적으로 교체된 현역은 15명에 불과했고 이 중 ‘친문’으로 분류되는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이른바 86세대 상당수는 슬그머니 단수공천을 받으며 본선에 직행했다.


반면 여성과 청년 등 정치적 약자에 대한 비려는 부족했다. 253명의 후보 중 여성은 33명(13%)이었으며, 청년은 20명(7.9%) 수준이었다. 그나마도 지역의 현역의원이나 유력자가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역대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20대 국회 보다 21대 국회가 더 최악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여당을 견제해야할 야당은 무기력했다. ‘정권심판론’을 띄우며 문재인 정권의 오만과 독선을 심판해야 한다는 목소리만 높았을 뿐, 우왕좌왕했다. 정부의 미흡한 코로나19 방역 문제를 시작으로 공세를 펼쳤으나 산발적이었고 통일되지 못했다. 안보문제는 제대로 거론조차 못했다. 최근 자영업 위기, 일자리 부족, 경기위축 등 경제심판론으로 중심축을 옮겨가고 있으나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공천과정의 파열음은 여당만큼이나 심각했다. 당 지도부와의 갈등으로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중도 낙마했고, 비례순번을 놓고 줄다리기 끝에 한선교 미래통합당 대표가 원유철 의원으로 교체되는 일도 벌어졌다. 전날까지도 민경욱 의원의 공천여부를 놓고 수차례 번복하며 ‘호떡공천’이라는 비아냥이 이어졌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코로나19가 워낙 큰 상황이어서 선거쟁점이나 공약이 다 묻혀버렸다. 총선이라는 게 정권심판의 성격이 강한데 다 희석됐다”며 “역대 선거 중 가장 쟁점이 없는 깜깜이 선거”라고 평가했다. 이어 “연동형비례제로 비례정당이 생겨나면서 당파성만 더 치열해졌다”며 “특히 조국 사태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들이 배지를 달면, 그 동안 장외에 있던 이슈들이 원내로 들어오게 된다. 21대 국회는 대선 전까지 아무것도 못하고 아사리판이 될 것”이라고 비관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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