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긴급재난지원금 대상 확대 대신 ‘자발적 기부’ 방안 제시
‘기부하면 세액공제’, 야당 ‘기부금 모아 국채보상운동 하나’ 비판
공직사회, 사실상 기부강압 분위기, 기부금 사용처도 목적과 달라
정부 주도의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이 소득 하위 70% 지급에서 당정청 협의와 총선을 거치면서 국민 100% 지급으로 결론났다.
당초 9조7000억원 규모의 정부 추경안은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는 14조3000억원으로 늘어났고, 증액분 가운데 3조6000억원은 국채로, 지방정부 부담 몫이던 1조 원은 세출조정을 통한 올해 예산으로 조달키로 정했다.
정부는 국회 본회의에서 29일까지 처리를 전제로 5월 4일 기초생활수급자 등 총 270만 저소득 가구에 재난지원금을 현금으로 우선 지급하고 5월 11일부터는 나머지 1901만 가구에 대해 신청을 받아 13일부터 지역상품권이나 전자화폐 형태로 지급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결정과정에는 정부와 정치권의 설왕설래, 여당과 기재부 간의 갈등, 정부 내의 불협화음, 여야 간의 줄다리기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지원금의 대상은 바뀌었고 지급 시기는 늦춰졌다.
특히 기재부의 판단은 정치권에 밀리면서 행정적인 시간 낭비와 절차적 오류를 챙기지 못했다는 부정적인 시선을 남겼다. 기재부의 판단번복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재난지원금을 두고도 50% 지급에서 70%, 100%로 스스로의 검토를 물러야만 했다.
기재부는 코로나19의 파급 영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채 발행 여력을 조금이라도 더 축적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무조건 재정을 아끼자는 게 아니라 전례 없는 위기에서 우선순위에 있는 분야에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노력”이라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소신 발언은 한 때 경고의 대상이 됐고 경질논란을 불렀다.
또한 지원금 결정 과정 중에 긴급성과 보편성을 들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하는 대신 사회 지도층과 고소득자 등의 ‘자발적 기부’ 방안을 여당이 제시했다. “상위 30%는 긴급재난지원금 신청하지 않거나 기부했으면 좋겠다”면서 ‘제2의 금 모으기 운동을 기대한다’고 했다.
재정건전성 우려에 재정 부담을 경감할 방안이라며 2차 추경안 처리 후 고소득자의 자발적 기부 시 조건부 세약공제를 15%를 적용하는 특별법안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함께 처리하겠다는 발상이다.
이를 야당에서는 국채보상운동이라는 비유로 받았다.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기부금을 모아서 국채보상운동을 하겠다는 건가. 돈 받아서 기부하고, 그걸 세금 깎아주면 도대체 무슨 돈으로 국채를 갚느냐”며 비판했다.
이 같은 ‘자발적’ 기부 방안은 공직사회나 공기업에서는 사실상의 반강제 조항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벌써부터 공무원 기부운동, 기부실적 파악 등의 얘기까지 돌면서 ‘기부선발대’가 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런 불만조차도 정세균 총리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발언을 삼가라’는 경고 이후 쉬쉬하는 상황이다.
재난금을 받아들 공무원들에겐 묵시적 기부 압박으로, 고소득자에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사회적 연대를 실현하지 못하는 국민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정부는 ‘자발적 기부금’이 재정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정작 조성된 기부금은 국채 상환 등에 사용하지 않고 고용 유지와 실직자 지원에 사용한다는 발표는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까지 만들며 국가 주도 조건부로 이뤄지는 기부금이 명목은 자발적이라지만 ‘자발적 세금’으로 여겨지는 또 한 번의 미증유의 길이 열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