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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효승의 역사 너머 역사㉚] 안중근 ‘의사’ 일까? ‘장군’일까?


입력 2021.05.25 14:00 수정 2021.05.25 10:20        데스크 null (desk@dailian.co.kr)

'대한의사 안중근'(쿠이유 작)ⓒ안중근 의사 기념관 (필자 촬영)

올해는 안중근 의사 서거 111주년이다. 만약 코로나19(COVID-19)가 아니었다면 많은 행사가 열렸을 것이다. 서거 100주년이었던 2010년에도 각종 학술 행사뿐 아니라 여러 가지 기념식도 열렸기 때문이다. 그만큼 안중근 의사가 우리에게 갖는 의미가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우리 역사상 중요한 인물로 자리 잡은 안중근 의사에 대해 우리는 이렇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며 현양하고 있지만, 과연 우리는 안 의사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 여기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우리가 느끼는 의미와는 별개로 안중근 의사의 실체를 제대로 알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우선 안중근 의사의 호칭부터 다시 생각해 보자. 안중근 의사에 대한 대표적 논란 중 하나는 안중근 ‘의사’인가, ‘장군’인가에 대한 호칭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안중근 ‘의사’라고 부르지만, 대한민국 육군을 비롯해 일부에서는 안중근 ‘장군’으로 부르고 있다. 육군본부 지휘관 회의실 명칭 또한 ‘안중근 장군실’이며, 육군사관학교에 있는 안중근 동상 역시 ‘안중근 장군 동상’이다.


안중근 의사를 장군으로 부르는 이유는 한 가지로 좁혀진다.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 의거 후 재판장에서 일제를 상대로 스스로 ‘대한의군참모중장’(大韓義軍參謀中將)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육군에서는 안중근 의사 스스로 중장(中將)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당연히 그에 부합한 대우가 필요하며, 이런 차원에서 ‘안중근 장군’이라고 호칭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육군의 주장에 따라 일부에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운동을 전개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18대 국회에서는 안중근 ‘장군’을 중장에서 대장으로 1계급 특진 추서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 건립되는 안중근 의사 관련 추모비에는 육군의 주장에 따라 계급을 표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더 면밀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심지어 일부 지자체에서 건립한 추모비에는 중장보다는 대장이 좋다는 식으로 4개의 별을 추모비에 실제로 새겨 넣기도 했다. 하지만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주장에 따라 이러한 추모비를 건립하면 자칫 후속세대에게 잘못된 역사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고, 특히 추모비의 경우 오랜 시간 유지된다는 측면에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할 수도 있다.


이러한 사례를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이다. 두 전투의 기념비가 실제 전투 장소와는 무관한 곳에 설립되어, 방문객은 엉뚱한 곳에서 참배하고, 그곳을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이 벌어진 역사적 현장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본다면, 일각의 주장처럼 안중근 의사가 언급한 ‘중장’을 계급으로 단정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 이유는 우선 안중근 의사가 활동하고 순국하신 시점까지 대한제국 육군 계급 체계에 중장이라는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다. 당시 대한제국 육군의 장교 계급 체계는 크게 위관, 영관, 장관으로 구분되었고, 여기서 장관은 다시 참장, 부장, 대장으로 구분했다. 즉 안중근 의사가 대한제국 군인으로서 장관급 계급을 주장했다면, 참장, 부장 혹은 대장 등의 계급으로 자신을 소개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몇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안중근 의사가 자신의 계급을 일본군의 계급에 견주어 언급한 경우이다. 이 경우 문제는 일본군 계급 체계 하에서 참모에 해당하는 계급의 최고 상위 계급은 소장 즉, 대한제국 계급으로는 참장이라는 점이다. 뭔가 앞뒤가 안 맞는다. 따라서 만약 이 경우라면 안중근 의사가 일본군 계급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언급했다고 할 수 있다. 자칫하면 안중근 의사가 본질적으로 항일 의병임에도 불구하고 일본군의 계급을 따라 한 것으로 오해할 여지도 있다.


다른 가능성은 ‘중장’이 계급이 아닌 직책인 경우이다. 만약 이 경우라면 단순히 ‘중장’으로 해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참모중장’이라고 하는 것이 더 분명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가능성은 계급과 달리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용례상 조선시대부터 대한제국 시기까지 ‘중장’이라는 표현을 찾기 어려워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굳이 해석한다면 ‘참모 중에 장’이라고도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우두머리를 의미하는 ‘장(長)’이 아닌 ‘장(將)’을 사용한 것 역시 의문점이 남는다. 그렇기 때문에 ‘중장’을 어떤 계급 혹은 직책 등으로 특정하기란 매우 어려워 보인다.


중요할수록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많은 한인이 사는 러시아 우수리스크의 의과대학에서 안중근 의사(義士)를 의사(醫師, medical doctor)로 오해하여 그의 기념비를 대학 내에 세웠다가 철거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수리스크 한인회에서 그 기념비를 회수하여 지역 한인회관에 모실 수 있었지만, 이러한 표현상의 오해는 자칫 안중근 의사의 ‘위국헌신 군인본분’이라는 숭고한 정신까지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육군의 안중근 ‘장군’이라는 표현, 특히 장군을 현재 대한민국 육군 계급 체계하의 ‘중장’으로 인식하고, 이를 ‘대장’으로 추서해야 한다는 주장 등은 너무 성급한 주장이라고 생각된다.


신효승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soothhistory@nahf.or.kr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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