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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량 줄이고 수수료 태우고’…면세3사, 재고자산 39% 감소


입력 2021.05.26 07:00 수정 2021.05.25 17:24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1분기 말 재고 약 2.5조원 규모로 1년 전 대비 1.5조원 이상 줄어

영업일 감축 등 허리띠 졸라매 만든 흑자로는 경쟁력 유지 어려워

면세한도 확대 등 적극적인 정부 지원 절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데일리안

면세업계가 재고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사실상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최대한 버틸 수 있는 체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발주량을 줄이는 한편 기존 재고를 빠르게 정리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등 재고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 신라, 신세계 등 면세3사의 1분기 말 기준 재고자산 규모는 2조4907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본격화 된 작년 1분기 4조475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38.5% 줄어든 셈이다.


업체별로는 호텔신라가 1조793억원에서 6219억원으로 42.4% 감소했고, 호텔롯데는 1조6494억원에서 9888억원으로 40.1%, 신세계가 1조3188억원에서 8800억원으로 33.3% 줄었다.


업계는 주 4일 근무제, 유급휴가 등 대대적인 효율화 과정을 통해 비용을 줄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종료로 해외관광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최대한 버틸 수 있는 체력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중 핵심은 재고율 관리에 있다. 위탁 매입 방식으로 판매하는 백화점과 달리 면세점은 대부분 직매입을 통해 상품을 사들여 판매하는 구조다. 때문에 재고는 곧 손실로 이어진다.


업계는 코로나19 장기화를 대비해 발주량을 줄이고 기존 재고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등 재고율을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작년 말로 제3자 반송 허용 조치가 종료되면서 주요 판로가 사라졌다”면서도 “발주량을 줄이고 기존 재고를 처리하는 방식으로 재고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전면적인 해외 관광 허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여전히 면세점 시장에서 큰 손은 중국 보따리상이다. 업계는 이들에게 수수료를 환급하는 방식으로 혜택을 주고 기존 재고 상품을 처리하고 있다.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현지에서 보따리상들을 모집해 한국을 찾는 여행사들이 많이 생겨났다”며 “해외 구매객의 경우 구매한도나 면세한도에 대한 제한이 없다 보니 판매량을 늘리고 재고를 처분하기 위해 면세점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수수료 혜택을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보따리상들이 구매하는 금액이 커질수록 면세점들이 지급하는 수수료도 증가하고 있다. 매출액은 늘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되는 구조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고를 처리하고 유동성을 확보해야만 새로운 상품을 매입할 수 있는 구조다 보니 따르지 않을 방도가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다만 그간 면세업계 영업이익의 큰 비중을 차지했던 인천공항 임대료에 대한 부담이 줄면서 전체적인 수익성은 개선됐다. 올 1분기 롯데면세점은 작년 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신라와 신세계도 작년 1분기 대비 흑자로 돌아섰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정부는 인천공항 내 면세점 임대료를 기존 정액제 방식에서 매출에 연동하는 방식(영업요율)으로 바꾼데 따른 것이다. 코로나19 이전 면세3사의 연간 인천공항 임대료는 1조원에 달했다.


한편 업계는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는 만큼 면세한도 확대 등 보다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주 4일 근무제와 유급휴가 실시 등 허리띠를 졸라매 억지로 만들어내는 흑자 구조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중국 면세점들에 대한 경계심이 높은 상황이다.


중국 국영면세품그룹(CDFG)은 작년 스위스 듀프리를 제치고 세계 면세점 시장 1위(매출 기준)에 올랐다. 코로나19 사태 1년 사이 기존 4위에서 1위로 순위가 수직상승 했다. 자국민에 대한 면세한도를 3만위안(514만원)에서 10만위안(1713만원)으로 3배 이상 확대하는 등 규제를 완화한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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