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칼럼

삼성의 57조원은 누가 벌었나 [기자수첩-산업]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공개한 성적표는 '초격차 삼성'의 귀환을 알리는 축포였습니다. 그러나 이 축포는 동시에 갈등의 신호탄이기도 했습니다. 전례 없는 57조원의 영업이익 앞에서 삼성은 '이를 누가 벌었고, 어떻게 나눌 것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했습니다.
삼성전자 노조는 잠정실적 발표에 맞춰, 연간 영업이익 270조원 달성 가능성을 점치며 '성과급 상한선 폐지'라는 청구서를 내밀었고, 사측은 업계 최고 보상을 기반으로 자사주 지급 등 방어선을 쳤습니다. 그러나 노조는 일회성 조치가 아닌 제도화를 요구하며 교섭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초호황 속에서 노사 관계가 시험대에 오른 순간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12년 전인 1914년, 헨리 포드는 '일당 5달러'를 선언했습니다. 임금을 두 배로 올리는 파격이었습니다. 당시 모두가 경영 위기를 우려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숙련공들이 몰려들며 생산성은 폭발했고, 노동자는 포드 차의 열렬한 소비자가 됐습니다. 보상이 생산성과 실적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순간이었습니다.
당시 컨베이어 벨트를 도입하며 노동자들이 떠나갈 상황을 마주한 헨리 포드가 이윤만을 추구했다면, 이를 기회로 노동자 수를 줄이거나 급여를 낮춰 원가 절감에 나섰겠지만, 헨리 포드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일당 5달러' 선언에는 경쟁사에 인재를 뺏기는 인력 손실을 막기 위한 의지도 담겨 있었습니다.
반면 100여 년 뒤, 다른 선택의 결과도 나타났습니다. 2009년 제너럴 모터스(GM)는 호황기에 약속했던 보상과 복지 구조가 불황과 맞물리며 큰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차량 판매 한 대당 1500달러에 달하는 복지 비용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고, GM은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이후 간신히 회생했지만 구조조정 과정은 혹독했고, 미국 경제에도 큰 후유증을 남겼습니다.
삼성은 포드의 길과 GM의 길 사이에 서 있습니다. 지금 삼성전자는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면서도 비용 구조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보상이 미래를 보장하는 투자로 작동할지, 아니면 구조를 굳히는 비용으로 남을지 갈림길에 섰습니다. 글로벌 인재 쟁탈전까지 겹치면서, 보상은 더 이상 내부의 문제가 아니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현재 보상 논의는 여전히 '얼마를 더 줄 것인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삼성전자에 맞는 새로운 보상 시스템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전사 공통 몫과 사업부별 성과를 구분하는 방안을 노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 마련해야 합니다. '57조원은 누가 벌었습니까' '300조원은 누가 이뤄낸 성과입니까'라는 질문 앞에 서는 동시에 '100년 후 삼성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지속 가능한 구조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이 앞으로 100년은 족히 존속해야 하는 거대 기업에 걸맞은 질문입니다. 압도적인 1등의 경쟁자는 언제나 2등도 3등도 아닌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삼성으로부터 삼성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합니다.

12월 15일

당정, '온플법' 누구 위한 법?…'괴물' 구글·알리·테무는 못잡고 국내 플랫폼사업자만 잡을라

시리즈
전체기사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