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칼럼

닥치고 전작권 환수에서 벗어나 상황 변화 현실 인정해야

최근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이 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브런슨 사령관은 14일 미국에서의 세미나에서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한국 입장)·‘전환’(미국 입장)과 관련해 목표한 조건(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와 북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안정적 역내 안보 환경)이 덜 충족되었다는 인식에 추가해 안보 환경이 달라졌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엄청한 핵능력과 공세적 핵전략, 우크라이나에서의 실전 경험을 염두에 둔 것으로 판단된다. 사령관은 지난 4월 미 의회 증언에서도 “정치적 편의주의가 조건을 앞질러서는 안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미국이 전작권 환수에 관해 “골대를 계속 옮긴다”고 비판했고 여권 인사들은 사령관의 발언이 선을 넘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미군 사령관은 우리 안보를 걱정하고 우리는 그 사령관을 질책하는 것이 맞는 일인가.
사실 북한의 위협 수준은 최초 전작권 환수에 합의한 2004년이나 “조건에 의한 추진”으로 변경한 2014년에 비해서 크게 변화됐다. 2004년 북한은 비핵국가였고 2014년에는 몇 개의 핵무기만 보유한 상태였지만 지금 북한은 80~120개의 핵무기, 다양한 대륙간탄도탄·중거리 및 단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고 핵추진잠수함까지 건조하고 있다.
남한 공격용인 북한의 KN-23, 24, 25 미사일은 저(低)고도, 불규칙 궤도, 속사(速射)여서 한국의 미사일방어망을 회피할 수 있다. 이를 고무된 북한의 김정은은 2023년 12월 당대회에서 남한을 적대국으로 규정하면서 “핵무기를 사용해서라도 남한을 공격 및 병합하도록 준비할 것”을 강조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전작권 환수가 아니라 남한의 안전이 안보정책의 목표여야 한다. 그동안 변화된 위협에 대한 대응태세를 더욱 철저하게 점검한 다음에 전작권 환수·전환을 추진하자는 사령관의 말은 잘못된 것이 없고 필자를 비롯해 다수의 안보전문가들도 동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북한 비핵화는 실패했고 현 정부는 북핵의 '동결-군축-비핵화'를 주장하지만 북한의 호응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 결국 우리의 안보는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전작권을 환수해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핵우산을 약화시키는 것이 타당한가.
정부는 “전작권이 환수되더라도 현재의 한미연합사는 존속한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브런슨 사령관은 “모른다”고 말했다. 필자가 점검한 바에 의하면 지난 2018년 한미 양국은 ‘연합방위지침’이라는 명칭 하에 영문본으로는 “전작권 환수/전환 후 (새로운) 한미연합사(post-OPCON transition CFC)가…창설된다(to be established)”고 합의했다.
그런데 당시 한글본은 “전작권 환수/전환 후의”라는 말을 번역하지 않음으로써 현 한미연합사령부 존속으로 오해하게 만들었다. 현 한미연합사가 유지된다면 현재 상태에서 그 사령관을 한국군으로 바꾸는 절차를 논의하면 되는데 왜 전작권 환수/전환을 복잡하게 논의하는가. 지난 2004년 전작권 환수 합의 때에는 한미연합사가 해체되기 때문에 “군사협조본부”를 한미 간 군사활동을 조율하기로 했었다.
분명한 것은 아직 “전작권 환수 후 (새로운) 한미연합사”가 어떤 형태 일지에 대해서 한미 양국이 합의한 바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현 정부가 한미연합사가 유지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의 왜곡이다.
지난해 11월 25일 '2025 호국훈련'의 일환으로 경기 여주시 연양동 남한강에서 실시된 도하훈련에서 육군 제8기동사단 K2 전차가 7공병여단 장병들이 구축한 부교를 도하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하지만 자국군이 타국 지휘관의 작전통제를 받지 않으려는 미군의 성향을 고려할 때 그 “새로운 한미연합사”에 미군이 포함될 가능성은 낮고 새로운 사령부는 결국 한국군만 작전통제하는 상태에서 미군 참모만 일부 편성된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현 한미연합사가 해체된다고 봐야 한다.
전임 안규백 국방장관은 지난 5월 대통령에게 “내일 전작권을 회수하더라도 우리가 스스로 지키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라고 보고했고 후임 강신철 국방장관은 이 발언에 동의하고 있다. 정말 문제가 없는가? 우리는 비무장 지대에 북한이 설치한 지뢰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국이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전력의 태세·전략·활동에 관해 제대로 알 수가 없다.
지난 8월 한국군 대장이 주도한 ‘을지프리덤실드(UFS)’ 연합훈련에서 북한군이 한국군 전방을 돌파해서 서울시 외곽 수㎞ 지점까지 진격했었다고 한다. 2004년 최초 합의된 이후 수차례 연기를 포함하여 20년이 넘도록 남한 사회가 전작권 환수를 주저해온 것은 북한에 대한 독자 억제와 방위가 어렵고 최선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강조한다. 전작권 환수 자체가 목적이어서는 곤란하다. 안보는 잘못되면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너무나 중대한 사안이다. 현 정부는 책임질 수 없는 일에 용감하지 말고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과 제반 문제를 냉정하게 검토해 현실적 방안을 채택하기를 바란다.
글/ 박휘락 전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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