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간 '권한대행'이 국정운영…대선 관리
대선일 15일 내 지정…'공정 선거' 최우선
北도발 등 안보도 빈틈없는 대응태세 유지
'현상 유지' 속 탄핵 찬·반 민심도 수습해야
한국 정치가 초유의 현직 대통령 두 번째 탄핵 사태에 직면했다.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인용 결정을 내림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현직 대통령이 파면당하는 두 번째 사례가 벌어졌다.
앞으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두 달간 다가올 새 정부를 맞이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정책 '지속성 유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尹, 최단명 국가수반 오점 안고 퇴장
헌재의 탄핵소추안 인용 결정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임기 5년 중 3년도 채우지 못했다. 민주화 이후 최단명(短命) 국가수반이라는 오점을 안고 퇴장당했다.
지난 1960년 4·19혁명 직후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하고 1979년 10·26사태로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된 적은 있었다. 다만 헌법기관의 결정에 따라 현직 대통령이 임기 도중 물러나는 불미스러운 사례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두 번째다.
앞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한 차례 부결된 뒤 재표결로 통과됐다. 곧바로 국무총리도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됐다.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을 행사하는 이른바 '대행의 대행' 체제 역시 우리 헌정사상 처음이었다.
'비상계엄'이라는 카드를 꺼내 민주정을 위기로 빠트린 초유의 사태가 결국 대통령 파면이라는 현대사의 큰 굴곡으로 또다시 남게 됐다.
헌재의 탄핵 인용과 동시에 조기 대선 레이스가 전개되면서 안정적 국정 관리의 필요성도 커졌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기에 조기 대선은 오는 6월 3일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헌법은 대통령의 궐위 후 60일 이내에 후임 대통령을 뽑기 위한 대선을 치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차기 대선이 늦어도 6월 3일까지는 치러져야 한다.
당장 대한민국은 열악한 정치환경으로 내몰렸다. 대통령의 부재 속에 차기 대통령이 선출되는 최장 60일간 대통령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숨 가쁘게 국정을 관리하고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위기 속 여건은 녹록지 않다. 탄핵심판 과정 속 둘로 쪼개졌던 광장의 여론과 한반도를 에워싼 정세불안, 트럼프 리스크 등 각종 내우외환의 소용돌이가 해결되지 못한 채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여야 '대혈투' 가능성…민심이 우선
이같은 혼란 속 정치가 갈등의 용광로가 돼 갈라진 국론을 통합하고 회복해야 하지만 현실은 여야의 '대혈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내외 경제 위기 속 조속한 국정 안정이 우선시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최우선적으로 '조기 대선'에 몰입하면서 공방을 벌일 것이란 우려가 크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조기 대선과 관련해 "승리를 위해 우리부터 하나로 뭉쳐야 한다"며 "피와 땀과 눈물로 지키고 가꿔온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험천만한 이재명 세력에게 맡길 수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같은 날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이 시작된다. 국민과 함께 대통합 정신으로 무너진 민생·평화·경제·민주주의를 회복시키겠다"면서 대권 재도전 입장을 내비쳤다.
두 달여 남은 대선도 중요하지만, 분열된 민심을 제도권으로 수렴하고 승화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나라 안팎으로 엄중한 상황에 사회적 갈등을 선거전에 활용한다면 반목과 대립을 키우는 역효과를 낼 공산이 작지 않다.
'대통령 공백' 韓대행 국정관리 어떻게 하나
앞으로 대한민국호(號)의 국정 운영은 한덕수 대행이 총체적인 책임을 지게 돼, 권한대행이 대선에 출마하지 않는다면 이 체제는 차기 대선까지 60일 동안 지속된다.
한 대행은 당분간 굳건한 안보태세 확립과 치안·안전 점검에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한 대행은 이날 윤 전 대통령의 파면 직후 치안·안전 관리 상황을 점검하고, 치안 질서 유지를 위한 긴급 지시를 내렸다.
이어 오후에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 회의를 소집한 뒤 "혼란스러운 정국을 틈타 감행할 수 있는 북한의 도발과 선전·선동에 대비해 빈틈없는 대응 태세를 유지해 주기 바란다"며 "대한민국의 안위,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당분간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안보를 최우선적으로 챙기고 굳건한 한미연합방위태세를 구축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권한대행의 또 다른 중요한 업무는 선거일을 지정하는 것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 권한대행은 선거일 전 50일까지 선거일을 지정해 공고해야 한다. 차기 대선이 6월 3일에 치러진다고 가정하면 늦어도 오는 15일까지는 선거일을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권한대행은 선거가 치러지기 전까지 공정 선거 관리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아울러 선거 분위기를 틈타 공직자들이 유력 대선주자에 줄을 서는 등의 공직기강 해이 문제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한 대행은 이날 소집한 긴급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60일 안에 치러질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가 공명정대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관계 부처는 정치적 중립을 지킴과 동시에 선거관리위원회와 협력하고 (선거관리위원회를) 아낌없이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한 대행은 이날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과 통화해 "최근 정치적 혼란 속에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관리"라면서 "현시점에서 대통령 선거를 잘 치러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고 총리실이 전했다.
이와 함께 탄핵정국 속 찬·반으로 갈라진 민심을 달래는 것도 권한대행이 해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 오는 주말부터 격화할 가능성이 높은 탄핵 찬·반 집회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권한대행이 국가 서열 1위 자리에 올랐다고 해도 권한대행 직무 범위는 '현상 유지'와 '현안 대응'에 그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한 대행은 대행 체제를 수 차례 경험했기 때문에 이같은 우려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 한 대행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에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고건 당시 국무총리를 국무조정실장으로서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대행 체제'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이 밖에도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와 민감국가 지정,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 등 우리 외교의 주축인 한미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는 현안들을 관리하는 데에도 신경 써야 한다. 이 역시 미국통이자 통상 전문가인 한 대행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다.
아울러 정부의 대외 정책 기조에 변함이 없음을 국제사회가 충분히 이해하고 지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수 개월 동안 정치가 과열됐기에 그런 것들을 수습하고 민생을 살리는 데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국정 현안 등 시급한 과제들을 해결하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