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발가벗은 해변의 비키니 여인들

입력 2004.04.15 10:44  수정 2004.04.15 10:44

‘솔빛별가족’ 세계일주기(26)-브라질 리오 데 자네이로(15) / 노명희

리오 해변 여기저기서 온 식구가 눈요기(?) 한번 원없이 했다. 그동안 여행 중에 토플리스 차림을 비롯해 간간히 눈요기를 안 한 바는 아니었으나 여기 리오 해변은 그 느낌이 지금껏 본 중에 그 어느 곳보다도 강하고 강렬했다.

리오 여자들의 비키니 수영복 패션이라는 것이 완전히 벗기 위해 안달이 난 듯한 차림이라는 것이다. 아예 벗고 있으면 차라리 덜 야할 것 같다. 실 같은 끈 하나로 앞 뒤를 가리고 있으니 이거는 원, 가린 건지 되레 부각시킨 건지 도무지 헷갈린다.


그뿐인가. 터질 듯한 큰 젖가슴은 그 열기에 그대로 앞으로 쏟아져버릴 것만 같다. 크다 크다 해도 정말 그렇게 큰 가슴들은 처음 보았다. 가슴 큰 여자들만 일부러 모인 것은 아닐 터인데 그 수영복 패션을 입으면 가슴들이 두 배로 커져 보이는 건지 역시나 도무지 헷갈리는 것이다. 유부녀나 처녀나 뚱뚱한 사람이나 날씬한 사람이나 모두가 한결같이 같은 패션의 실낱 같은 수영복들을 입고 있으니 각기 그 나름대로 구경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리오 데 자네이로 하면 카니발 축제 못지 않게 줄줄이 늘어선 유명한 해변들을 빼놓을 수 없을 텐데 그중 꼬빠까바나 해변엔 아줌마 부대가 많고, 물좋은(?) 이빠네마 해변엔 젊은 여성들이 많다고 한다. 비록 물에서 수영은 안 했으나 용감하게(옷을 바리바리 입은 채 벌거벗은 모래사장을 돌아다니면 되레 구경 당하는 사람은 우리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백사장에 할 일 없이 멀거니 앉아서, 치렁치렁 옷입고 삐질삐질 땀흘리며 돌아다니는 우리를 구경했다) 모래사장을 누비며 살펴본 바에 의하면 이상하게도 우리 눈에는 꼬빠까바나 해변에 물좋은 여자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빠네마 해변엔 물좋은 여자들 대신, 뜻밖에도 왠 남자들이 엄청 무리지어 모여 있었다. 이빠네마 해변 한가운데 들어섰다가 우리는, 그것도 네 여자는 잠시 안절부절 황당한 심정이 되었다. 한 가운데를 지나치는데 모래사장에 앉거나 서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전부 쭉쭉뻗은(?) 건장한 남자들만 우글우글 모여 있는 것이다.


갑자기 너무 놀랐다. `이거 남자들만 노는 데를 길을 잘 못 들어왔나? 남자 해변인가?’ 나중에 알고 보니 시당국이 리오의 여러 해변중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토플리스 차림을 허용하는 곳이 여기라고 한다. 그럼 그렇지, 어딜 가나 선글라스를 끼고 해변을 기웃거리는 속없는(남편 같은!) 남자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가 본 바로는 비키니 차림의 여성들은 많아도 윗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토플리스 차림의 여성은 볼 수 없었다.

여자인 내가 봐도 예쁘긴 정말 예쁘다

해변 길거리 의자에 온식구가 모여앉아서 물놀이는 안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정확히 말하면 여자들의 벗은 몸매와 그것을 바라보는 남자들의 시선을 살펴보았다. 정말 물놀이보다 훨씬 재미있는 볼 만한 구경꺼리였다.

여자들은 그 옛날 하느님이 사람을 창조하던 시절의 아담과 이브의 상징처럼 온갖 교태로 남자를 유혹하고 있다. 거듭 말하지만 실낱 같은 수영복을 입고서 거기에다 그 위로는 관능적인 몸매가 온통 드러나는 하얀 실루엣을 걸치고서 거리를 돌아다니는 여자들과 안 보는 척하면서 그 눈은 어느새 하염없이 여자의 온 몸을 좇아 따라가는 남자들의 시선.

그런데 내가 보기에도 예쁘긴 정말 예쁘다. 여자들의 몸이 얼마나 예쁜지 같은 여자임에도 여자의 몸을 구경하는 게 훨씬 눈이 재미가 있으니 여자의 몸을 넋놓고 쳐다보는 남자들에게 뭐라고 야단할 일은 아닌 듯하다.

이곳 브라질 사람들은 ‘인종전시장’이랄 정도로 혼혈이 많다. 포르투갈이나스페인등 백인과 흑인이 섞여 우성인 흑인인자를 물려받은 물라토(Mulatto)와, 백인과 인디오 사이에서 나온 커피색의 피부를 지닌 메스티조(Mestizo)가 대표적인 혼혈인데 인구의 70% 가량이 이들이라고 한다. 이 메스티조 중에서도 특히 모레나는, 전세계에서 히프곡선이 모레나처럼 아름다운 여성들이 없다고 한다더니 정말로 과연 그랬다. 각선미가 완전히 예술인 여자들, 그리고 외국 모델잡지에서나 볼 법한 쭉쭉빵빵한 사람들이 사방팔방에 수두룩하게 널려서 온식구의 눈이 왼쪽으로 갔다가 오른쪽으로 갔다가 뒤로 돌았다가 앞으로 돌아왔다가 어디를 봐야 할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그동안 리오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자신의 몸을 남의 몸처럼 드러내놓고 다니는 여자들과 그 모습을 보며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치는 듯한 남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때때로 여기 사람들은 하도 이러한 것이 일상화 되다보니 성적인 느낌도 둔화된 것일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알고보면 다 똑같은 사람이다. 자신의 몸을 드러내 과시하고자 하는 여자들이나 그것을 은밀히 보며 즐기는 남자들이나, 동양사람이나 서양사람이나 인간의 본능은 다 같다는 생각이 든다.


브라질만 해도, 물론 상류층이겠지만 단지 자신의 몸을 가꾸는데 1만 헤알(미화 3천불 가까이 된다-이곳 가정부의 한 달 월급은 보통 400헤알 정도이다) 정도를 아낌없이 할애하는 여자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나라 못지 않게 성형외과가 성행한다고도 한다. 특히 그중에 유방확대 수술과 주름이 안 생기게 하는 수술이 많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동양여자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가슴들도 빵빵하드구만 무얼 더 크게 만들고 싶은 건지…하긴 돈이 여자들의 몸을 만든다는 것을 브라질서는 유독 더 실감하고 있다. 이름없는 변두리 백사장엘 가면 몸이 앞 뒤로 튀어나온 뚱뚱한 여자들이 많은데, 그것도 주로 흑인들이다. 호텔 수영장이나, 또는 알려진 멋있는 백사장엘 가보면 거의가 쭉쭉 뻗은 날씬한 여자들 뿐이다.


그나저나 걱정이 생겼다. 한국에서 가져온 식구들 수영복이 싸구려라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벌써 천이 다 늘어져 속이 훤히 비친다. 남편꺼야 별 문제가 없으나 아이들과 내 수영복은 좀 걱정이다. 아이들은 한시바삐 수영복을 사달라고 조르는데 이곳에서 수영복을 사자면 끈으로만 된 비키니 패션을 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원피스 수영복이라는 것은 아예 없으니까.

브라질에 와서 원피스 수영복을 입은 사람을 딱 한 명 보긴 했다. 70세는 족히 넘어 보이시는 할머니였다. 그러니 빵빵한 각선미의 여자들 못지 않게 우리 네 여자들 또한 뭇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기는 비슷하다. 벗은 곳에 오면 많이 입을수록 더 주목의 대상이 된다.


이 김에 우리도 과감히 비키니 패션으로 바꿔볼까? 해변가에 즐비한 수영복들을 유심히 보니 천조각도 별로 든 것도 없는 것 같고, 물어보지는 않았으나 별로 비싸지도 않은 것 같은데 하나 사서 여행 중에만 입어보는 거다. 한국에 돌아가서는 다시 정중한(?) 원피스 수영복으로 바꾸고 말이다. 남편에게 물으니 이렇게 대답한다. 나야 입어도 누가 안 쳐다볼 테니 상관없겠으나 어여쁜 솔빛별이는 좀 곤란하단다. 쳇! 가족 투표를 할까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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