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화해 시도에 트럼프 “그와는 끝났다” 최후통첩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5.06.08 08:17  수정 2025.06.08 10:39

지난 3월14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로 떠나기 직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 당시 정부효율부 수장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간의 갈등이 결국 파국으로 끝날 전망이다. 머스크 CEO가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트럼프 대통령 공격성 게시글 일부를 삭제하는 등 화해 시도에 나섰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와는 끝났다”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다.


미 NBC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전화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자신의 대선공약 내용을 담은 감세법안인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을 지지하는 공화당 의원들에 도전하는 민주당 후보들을 지원한다면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그 대가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머스크는 최근 자신이 반대하는 트럼프의 감세법안과 관련해 “이 법안을 지지하는 (공화당) 정치인들에게는 향후 정치 자금을 끊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머스크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성 경고가 나오기 직전 그를 공격하는 일부 트윗을 X에서 지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문서에 언급됐다고 주장하는 글과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고 JD 밴스 부통령으로 교체하자’는 게시물에 “예스”라고 답한 글 등이다. 스페이스X와 항공우주국(NASA)간 협력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트럼프와 머스크가 함께일 때 훨씬 더 강하다’는 한 지지자의 발언에 “틀리지 않는다”고 답하기도 했다.


머스크가 갑작스레 이런 글들을 삭제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보복 가능성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 소유 사업체들과의 정부 계약 해지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모든 것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머스크와의 공개 설전으로 인해 그와 관계는 끝났다고 선을 그었다. 머스크와의 손상된 관계를 회복하길 원하냐는 질문에 “아니다”며 그와의 관계가 끝난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는 “나는 그렇게 추정한다. 그렇다”고 답변했다. 머스크와 대화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다른 일을 하는데 너무 바쁘다. 그와 대화할 의향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머스크가 “대통령직에 대해 무례했다”며 “나는 그것이 매우 나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가 X에 자신과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과거 연루설을 암시하는 게시물을 올린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그건 ‘오래된 뉴스’다. 이미 수년간 이야기되어 온 것”이라며 “엡스타인의 변호사조차 내가 아무 관련이 없었다고 말했다. 오래된 뉴스”라고 반박했다.


테슬라, 스페이스X 등 머스크 회사들의 연방 계약 취소 가능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아직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머스크가 반대하고 있는 ‘크고 아름다운 법안’과 관련해서도 “공화당이 이렇게 단결한 적은 없다. 지금이 처음이다. 실제로 3일 전보다 더 단결했다”며 통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11일 미 워싱턴DC 백악관 앞에 주차된 테슬라 모델S에 앉아 기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의 사실상 머스크에 대한 최후통첩 같은 이날 인터뷰 내용은 트럼프 핵심 참모들 사이에 두 사람을 중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나왔다.


도발을 시작한 것은 머스크였다. 머스크 CEO는 대규모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가 담긴 예산안을 ‘역겨운 흉물’이라며 트럼프의 이런 법안들이 결국 연방정부 재정적자를 폭발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공격하고 나섰다. 그는 “내년 11월이 되면 우리는 미국인들을 배신한 모든 정치인들을 잘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물밑에서 중재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봉합은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밴스 부통령은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전방위적인 비난에 나선 것은 큰 실수”라며 “대통령의 신임을 다시 얻기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의 ‘동맹 붕괴’는 누적된 갈등의 결과지만, 결정적 국면은 머스크의 측근이자 차기 항공우주국장 후보였던 재러드 아이잭맨의 낙마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주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진행된 머스크의 공식 환송행사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보좌관으로부터 한 파일을 건네받았다. 그 안에는 아이잭맨이 지난 몇 년간 민주당 인사들에게 기부한 내역이 담겨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사 도중 분노를 억누르며 형식적인 작별 인사를 했지만, 카메라가 꺼지자마자 머스크를 추궁했다. 머스크는 “아이잭맨은 일 잘하는 사람이자 양당 모두에 기부했던 많은 인물 중 하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언젠가 등을 돌릴 것”이라며 설득에 응하지 않았다. NYT는 “머스크는 아이잭맨의 낙마에 굴욕감을 느꼈고, 이는 백악관과의 관계 단절을 촉진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공개 비판했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격한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정부 효율성부 ‘도지’(DOGE)의 운영으로 행정부 내에서 반발을 샀고, 장담하던 ‘2조 달러(약 2723조원) 감축’도 달성하지 못했다. 트럼프 1기 백악관의 수석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이 도지가 헛소리라는 걸 알게 됐고, (머스크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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