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보다 아름다운’ 김석윤 감독의 ‘기분 좋은’ 판타지 [D:방송 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05.05 11:25  수정 2025.05.05 11:25

스마트폰 앱으로 부른 지하철, 또는 택시를 타고 이동하면, 이승의 죄를 돌아보는 심판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이제는 모든 것이 ‘자동화’ 돼 저승사자도, 염라대왕도 필요 없는 이곳에선 지옥행이 결정된 망자는 지옥역에서 내리고, 그렇지 않은 망자는 천국으로 향하게 된다.


현재 방송 중인 JTBC 토일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이 ‘신박한’ 저승 세계를 통해 흥미를 끌어올리는 한편, ‘삶’과 ‘죽음’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여운을 남기고 있다.


극 초반에는 ‘천국보다 아름다운’이 그려내는 색다른 저승 세계를 파악하는 재미가 있다. 80세의 모습으로 도착한 해숙(김혜자 분)이 천국에서 30세의 모습을 한 남편 낙준(손석구 분)과 만나 당황하는 모습부터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은 ‘그대로’라는 것을 확인하고 재회의 기쁨을 누리는 과정까지. ‘천국보다 아름다운’이 그려낸 ‘사후 세계’가 흥미를 유발한다.


이승에서는 하반신 마비로 병상에만 누워 있어야 했던 낙준이 저승에서는 다시 건강해진 모습으로 천국을 누비는가 하면, 남편 없이 홀로 살아가느라 억척 일수꾼이 돼야 했던 해숙도 과거의 천진함을 되찾아 감동을 자아냈다.


주인공의 사연은 물론, 순직한 소방관의 사연을 비롯해 투병 중이던 며느리와 그를 돌보던 시어머니가 저승에서 나이가 뒤바뀐 채로 등장, 이승에서의 약속이 이뤄지는 에피소드도 뭉클했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던 반려견들이 주인과 재회하자 다시 꼬리를 흔드는 반려견으로 돌아가 재회하는 모습은 온라인상에서 ‘감동적인’ 장면으로 손꼽히며 화제를 모았었다.


‘지옥행’을 둘러싸고 주인공들의 고난이 예상되고 있지만, ‘억지 갈등’이 아닌, ‘색다른’ 세계관에서 되새기는 ‘삶’과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지 ‘천국보다 아름다운’이 남길 여운에 더 큰 기대감이 이어지고 있다.


이 드라마는 김석윤 감독과 이남규 작가를 비롯한 ‘눈이 부시게’의 제작진이 다시 뭉쳐 선보이는 작품이다. ‘눈이 부시게’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혜자, 한지민 등도 출연해 의미를 더하고 있다.


무엇보다 당시 두 남녀의 ‘시간 이탈’ 로맨스라는 판타지적인 설정을 통해 흥미를 전하면서, 진한 여운을 남겼던 김 감독, 이 작가의 세계관을 다시 만날 수 있어 반가움을 자아내고 있다. ‘눈이 부시게’는 주어진 시간을 다 써보지도 못하고 잃어버린 여자와 누구보다 찬란한 순간을 스스로 내던지고 무기력한 삶을 사는 남자, 같은 시간 속에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판타지적인 설정을 영리하게 활용한 ‘반전’을 통해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했었다.


시작은 판타지였지만, 알고 보니 알츠하이머 노인의 이야기였다는 반전이 충격을 선사했던 것. 동시에 이 반전을 통해 ‘시간’의 소중함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며 깊이까지 놓치지 않았던 ‘눈이 부시게’였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과정에서 1970년대 시대상까지 아우르며 남다른 여운을 남긴 ‘눈이 부시게’를 향해 ‘인생 드라마’라는 호평도 이어졌었다.


김 감독과 이 작가는 ‘눈이 부시게’ 이후에도 JTBC 드라마 ‘힙하게’를 통해 ‘사이코메트리’ 능력이라는, 판타지적 설정을 통해 메시지를 ‘흥미롭게’ 전달했었다. 이 드라마는 범죄 없는 농촌 마을 무진에서 우연히 생긴 사이코메트리 능력으로 동물과 사람의 과거를 볼 수 있게 된 수의사 봉예분(한지민 분)과 서울 광수대 복귀를 위해 그의 능력이 절실히 필요한 엘리트 형사 문장열(이민기 분)이 범죄를 공조수사하던 중, 연쇄살인사건에 휩쓸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담아낸 작품.


독특한 설정 안에 수의사 예분을 통해 보여준 동물에 대한 따뜻한 시선, 생활밀착형 범죄의 무서움 등 ‘현실적인’ 이야기를 ‘따뜻하게’ 전달하며 자신들의 색깔을 잃지 않았었다. 여러 편의 작품을 거치면서도, 새로움과 재미, 그리고 깊이까지 놓치지 않는 김 감독의 ‘세계관’이 또 어떤 ‘기분 좋은’ 결말을 선물할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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