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스트롯’ 이후 트로트계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사안 중 하나가 행사 출연료다.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행사 출연료가 최소 10배에서 최대 70배 넘게 올랐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미스트롯’ 진(眞)인 송가인이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보통 지방 행사를 위주로 공연하는 가수들의 경우 건당 50~100만 원 선의 페이를 받는다고 말한다.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으로 얼굴을 보였지만 괄목한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한 가수라 할지라도, 방송에서 선보였던 히트곡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행사비는 약 200~300만 원 선으로 책정된다. 그중에서도 인기 출연자의 경우는 500만원까지 받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스트롯’ 우승자인 송가인의 경우는 행사비가 3500만원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 유명 가수들의 행사비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액수다. 수 년전부터 방송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인지도가 높은 가수들의 경우 1000~1500만원이다. 장윤정, 홍진영, 김연자 등 트로트가수가 2000만원 안팎의 행사비를 받고 있는데 히트곡 하나 없는 송가인이 3500만원을 받는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온 것이다.
송가인 한명을 초대가수로 세우려면 다른 트로트 가수들의 생업이 흔들려야 했다. 대중이 원하는 상황에서 몇 백 만원을 받든, 몇 천 만원을 받든 무슨 문제냐는 반론도 있었지만, 트로트 업계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생존의 문제였다. 특히 지방 축제 등은 한정된 행사비 내에서 초대 가수를 불러야 하기에 한 명의 가수가 높은 행사 출연료를 받을 경우, 다른 가수들은 출연료를 낮추든지 출연을 포기해야한다. 이 경우 자칫 낮춰진 행사 출연료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 트로트 가수의 매니저는 “기존에 50여만원을 받으며 여러 행사를 다니던 트로트 가수는 ‘미스트롯’ 이후 행사 시장에서 찾는 콜이 확연히 줄었다. 물론 조금 더 유명한 가수를 데려오려는 행사 개최자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트로트 업계의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오히려 그동안 열심히 행사를 뛰며 생업을 이어오던 무명 트로트 가수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미스터트롯’이 흥행한 이후에도 이 같은 우려가 제기됐다. ‘미스트롯’과 똑같은 패턴대로 갈 경우 또 한 번 트로트 시장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물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업계 자체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행사비 논쟁 자체가 무의미해졌지만 말이다.
최근 김구라는 유튜브 채널 ‘구라철’에 ‘미스터트롯부터 BTS까지, 행사비 전부 다 까발림’이라는 영상을 게시하고 업계 행사비를 공개했다. 드림캐스팅의 김재상 실장은 ‘미스터트롯’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임영웅, 김호중, 영탁, 장민호 등의 행사비에 대해서는 “2000만원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행사 시즌이면 3000만원까지 금방 올라갔을 테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행사 시장의 불황이 이어지면서 가격이 낮게 평가됐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미스터트롯’ 출연진이 소속된 기획사들 내에서 과도한 행사비를 제시하지 않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코로나19와 별개로 트로트계에서 행사비 합의 과정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관계자들은 이 같은 내용에 대부분 언급을 꺼리지만, 현재 ‘미스터트롯’ 출연진은 ‘미스트롯’ 출연진보다 많게는 50%, 적게는 30%정도 낮춘 수준의 행사비를 받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로트가수가 소속된 기획사 관계자는 “기존 트로트 시장에서 남성 가수보다 여성 가수를 찾는 경우가 두드러진다. 때문에 여성 트로트가수의 행사비가 비교적 높은 걸 볼 수 있다”면서 “다만 이번 ‘미스터트롯’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단순히 성별의 문제를 떠나서 ‘대박’을 친 프로그램 출신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화제성과 인지도를 봤을 때 ‘미스트롯’ 출신들보다 높은 개런티가 책정될 가능성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최근 기획사들이 행사비 책정에 대한 여러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영웅의 경우도 원래대로라면 3000만원을 훌쩍 넘어서는 행사비를 책정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 20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면서 “코로나19 때문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공정한 행사비를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업계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