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수’·‘쇼윈도’로 안정적인 연기 변신
‘런닝맨’의 ‘여자 이광수’ 전소민에게 섬뜩한 얼굴이 숨어 있을 것이라곤 쉽게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2년 만에 돌아온 안방극장에서 딸을 잃은 엄마의 마음을 광기 어리게 표현해 놀라움을 안기더니, 이번에는 뻔뻔하게 불륜을 저지르며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 중이다. 전소민이 예능과 드라마에서 ‘두 얼굴’을 마음껏 오가며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KBS2 드라마 스페셜 ‘희수’의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전소민은 연기 변신을 예고하며 “친근한 이미지와 같은 맥락의 역할이나 작품을 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직업적으로도 이미지로도 분리를 시키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전혀 다른 이미지를 연기해보고 싶어 하던 중 ‘희수’를 만나게 됐다“고 말했었다.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과 tvN 예능프로그램 ‘식스센스’ 시리즈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활약으로 시청자들의 웃음을 책임지던 전소민은 ‘희수’를 통해 약 2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그리고 제작발표회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존의 털털하고 유쾌한 모습을 완전히 지우는 반전 연기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전소민은 딸을 잃은 부모가 VR로 죽은 딸을 복원시켜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담은 이 작품에서 딸을 잃고 좌절한 엄마 주은을 연기했다. 여섯 살 딸 희수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후 절망에 빠졌던 주은이 VR로 복원된 AI 희수를 만나 삶의 의지를 되찾게 된다. 그러나 주은은 AI 희수에게 점점 집착을 하게 되고, 결국 비극으로 치닫게 되는 SF 드라마였다.
전소민은 극의 중심에서 주은이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아이를 잃은 엄마의 절절한 마음을 애틋하게 표현해 몰입도를 높이는가 하면, AI로 돌아온 아이를 향한 집착을 섬뜩하게 표현하며 장르적 매력을 살리기도 했다. 감정 변화의 폭이 큰 캐릭터였음에도 그 간극을 폭발적인 연기로 채우며 예능인과 배우 사이의 딜레마도 훌륭하게 뛰어넘었다.
지금은 채널A 드라마 ‘쇼윈도: 여왕의 집’(이하 ‘쇼윈도’)에서 대담하고, 뻔뻔하게 불륜을 저지르는 윤미라 역으로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신명섭(이성재 분)에게 푹 빠진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명섭의 아내 한선주(송윤아 분)와 치열한 심리전을 펼칠 때는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전소민은 명섭의 사랑을 갈구하는 불안한 모습부터 한선주를 자극하기 위해 선을 넘는 행보를 펼칠 때는 씁쓸함이 뒤섞인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드러내며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당당함과 뻔뻔함은 물론, 숨길 수 없는 내면의 불안감을 다채롭게 표현해내며 윤미라를 더욱 입체적인 캐릭터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쇼윈도’의 흥행 요인이 되기도 한다. 미라와 명섭의 불륜, 이로 인한 한선주와의 대립이라는 큰 틀 아래 얽히고설킨 관계와 사건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감정을 유발하며 흥미를 이어가게 하는 것이다.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거침없이 망가질 때에는 ‘예능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오롯이 자신의 실력으로 우려와 편견의 시선을 뒤바꾼 전소민이다. 그의 반가운 변신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그의 다음 연기 행보에도 기대감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