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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지하돌③] ‘1세대’ 네키루․소공녀 프로젝트가 말하는 지하돌의 삶


입력 2022.09.01 07:20 수정 2022.09.01 12:35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네키루 "케이팝·방송 진출이 목표 아냐"

소공녀 프로젝트, 소녀들의 케이팝 아이돌 도전기로 시작

한국의 지하돌 세계는 두 갈래로 갈라진다. 일본의 지하돌을 최대한 변형시키지 않고 색깔을 유지해 활동하는 팀과 한국화를 지향하는 팀이다. 지하돌 사이에서 1세대로 불리는 네키루와 소공녀 프로젝트가 전자와 후자를 대표한다.


네키루, 소공녀 프로젝트ⓒ투 아르테미쥬, 동경기획

'ねえ、聴いてる ?' 일본어로 "있잖아, 듣고 있어?"라는 뜻을 가진 네키루는 2019년 소하와 냐루가 결성한 2인조 그룹이다. 지난 7월 냐루가 졸업하면서 현재 소하는 새 멤버를 뽑아 팀을 재정비 중이다. 지하돌 세계에 발을 들인 지 4년째, 소하는 투 에르미타주(To Hermitage)라는 소속사를 만들어 설계자와 플레이어의 두 가지 롤을 해나가고 있다.


일본 지하돌 그대로 이식한 네키루…"더 많은 관심과 무대 원해"


네키루 한 그룹으로 시작했던 투 에르미타주는 엔토레(레나, 리리, 유이), 케이케이디(비비, 메이), 이로피로(치아리, 하루, 마리)까지 결성 및 지원을 맡으며 지하돌 업계 선두주자로 꼽힌다.


소하는 일본 지하돌 그룹에 관심이 많고 학생 때부터 좋아했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우연히 지인으로부터 지하돌 이벤트를 알게 되고 직접 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권유를 받으며 지하돌 멤버로 데뷔하게 됐다. 현재는 라이브 공연을 진행하면 100여 명이 넘는 관객들이 모인다. 가장 많은 관객 수는 단독 공연 당시 140여 명이었다.


소하는 "이렇게 오래 할 줄 몰랐는데, 지금은 내 인생의 90%가 됐다"라며 "일본의 문화를 가져와 한국에 만들어보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소위 아이돌을 못해서 지하돌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케이팝 진출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소하는 4년 동안 활동하면서 다른 지하돌 그룹들이 새로 생기거나 사라지는 과정을 목격했다. 다들 본업으로 뛰어들기보다는 취미라든가, 코스프레 등 본인들끼리 즐기기 위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그는 "활동하는데 특별한 제약, 자격이 있는 게 아니다. 무대만 있으면 데뷔를 할 수 있다. 공연장을 대관해 '우리 공연합니다. 보러 오세요'라고 글을 올리면 데뷔가 된다. 쉽게 도전할 수 있는 만큼 많이 사라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과거보다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공급만큼 수요가 많지 않아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네키루, KKD, 이로피로, 엔토레 ⓒ투 에르미타쥬

네키루는 일본 지하돌의 정서를 헤치지 않는 선에서 셀프 프로듀싱으로 오리지널 곡을 발표하고 있다. 그는 "소속 모든 팀이 오리지널 곡이 있거 존부 한국어 가사다. 아무래도 정서가 다르다 보니 한국어 가사 노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그룹들은 커버 노래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소하는 지하돌을 향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본 문화를 그대로 따라 한다는 지적을 누구보다 많이 받아왔다.


소하는 "한국 관객들은 완성형을 원한다. 하지만 우리는 완성형보다는 서서히 발전하는 모습으로 팬들과 연대하고 싶다. 팬들도 우리의 성장을 보고 뿌듯해하고 소속감을 느껴주기도 한다"라며 "사실 퀄리티가 팀마다 차이가 크다. 최근에 생긴 팀들은 경험이 적다 보니 당연히 실력이 모자랄 수 있다. 하지만 이게 잘못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팬들도 노래를 못하고 춤을 못 춘다고 비난하진 않는다. 부족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이게 이신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강조했다.


그는 방송이나 미디어 매체 노출을 목표로 하진 않지만 더 많은 무대에서 설 수 있는 기회들을 원한다. 소하는 지하돌의 문화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제가 현재 대학교 4학년이라, 그만해야 할지, 병행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었다. 결론은 꾸준히 오래 해보자는 것이었다. 아이돌로서 운영자로서 지하돌 문화를 알리고 싶다. 안 좋게 보는 시선도 있지만, 현재는 과도기로 점점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 있다.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반설희, 이도원ⓒ동경기획
소공녀 프로젝트 "셀프 프로듀싱으로 무장" 지하돌계 첫 오리지널 곡 발표


네키루와 다른 포지션에 위치에 있는 그룹은 2019년 데뷔한 소공녀 프로젝트다. 소공녀 프로젝트는 '소녀들의 아이돌 도전기'로 시작했다. 일본의 지하돌을 좋아해서 이 세계에 뛰어든 것이 아닌, 음악을 하고 싶은 소녀들이 모여 지하돌에 도전한 것이다.


소공녀 프로젝트 멤버 반설희는 "우리끼리 아이돌의 꿈을 이뤄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사실 지하돌판이 있는 것도 몰랐고 처음에는 우리를 알릴 수 있으면 뭐든 다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지하돌을 좋아하는 분들이 커버 공연을 하거나 비슷한 형태로 데뷔를 하는 걸 알게 되면서 우리도 무대를 만들어서 해보자 하면서 시작된 그룹이다. 이후 지하돌에 자연스럽게 흡수된 케이스"라고 팀이 만들어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다른 지하돌 그룹과는 달리 셀프 프로듀싱으로 노래를 처음부터 만들고 무대를 직접 기획하기 시작했다. 반설희는 "우리가 만든 노래로 데뷔했으니 시작은 케이팝이다. 이후 일본 노래를 커버하는 다른 아이돌들도 우리처럼 오리지널 곡을 내기 시작했다"라고 강조했다.


지하돌계 셀프 프로듀싱을 처음으로 선보였지만, 이는 지하돌 팬덤 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기도 하다. 반설희는 "소공녀 프로젝트가 오래 활동하고 인지도가 높긴 하지만 지하돌 팬덤에게 모두 환영받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지하돌과 케이팝 아이돌 중간에 있는 포지션"이라고 말했다.


반설희에 따르면 팬들은 한국의 지하돌이 일본의 지하돌에 대한 이해와 애정의 정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반설희는 "우리는 지하돌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배척도 많이 당했다. 또 우리는 음악에 공을 많이 들이는 편인데 이 세계는 실력보다는 매력, 개성, 분위기로 평가를 한다. 초반부터 소공녀 프로젝트의 곡의 퀄리티는 좋았는데, 팬들의 니즈는 음악이 아니어서 고민을 했다"라고 말했다.


반설희 역시 네키루 소하와 마찬가지로 동경기획 대표로 가수와 운영을 병행하고 있다. 반설희는 "소공녀 프로젝트를 지키기 위해 만들었다. 그동안 멤버 변동이 꽤 있었고 원년 멤버는 저와 이도원 밖에 남지 않았다. 멤버들이 내게 큰 버팀목이다. 새 멤버들이 들어왔는데 지금은 제가 더 소공녀 프로젝트를 해야 할지 빠져야 할지 고민 고민하고 있다. 내가 그만두더라도 소공녀 프로젝트를 멤버들이 계속하고 싶어 한다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주려고 한다"라 전했다.


수익에서도 고충을 겪어야 했다. 소공녀 프로젝트는 데뷔한 이후 총 수익이 100만 원이 넘었던 적이 없다. 반설희는 “공연 티켓값과 물판이 수입원인데 셀프 프로듀싱에 대관, 의상 준비하면 남는 게 없다. 한 사람당 20만 원 이상을 가져가본 기억이 많이 없다. 이 부분도 지하돌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생각해 볼 문제"라면서 "수익이 많지 않기 때문에 본업으로 할 수 없는 구조다. 용돈을 타는 학생이나 직장인이 취미로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모든 걸 상쇄할 만큼의 매력이 있기에 지금까지 소공녀 프로젝트라는 타이틀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도원은 "다수의 안 좋은 시선 속에서도 소수의 팬들 때문에 버틸 수 있었고 기쁜 순간이 많았다. 저로 인해 팬들이 힘을 얻었다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주면 여기에서 힘을 얻고 다시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또 멤버들과 준비하고 노래하는 시간이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반설희 역시 "공연 판매 후 팬들과 교류하는 시간은 너무 소중한 경험이다. 또 개인적으로 지하돌로 했던 시도들이 음악적 커리어에 도움이 많이 됐다. 독특하고 유니크한 커리어를 좋게 봐주시는 분들도 많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나기도 했다"라고 말을 보탠 후 "지하돌을 하기 전에 자기가 어떤 걸 원하는지 잘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지하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문화지만, 음악적인 시도를 해보려는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라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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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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