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일본의 한 방송사가 마네킹을 세워두고 당시 현장을 재현하면서 사고 발생 원인을 분석했다.
지난달 31일 일본 ANN 방송사는 '재해가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154명의 사상자 '군중 눈사태' 현장 재현'이라는 제목으로 이태원 참사에 대해 보도했다.
프로그램 진행자는 "서울 번화가 이태원 핼러윈 행사에 모인 많은 젊은이가 군중 눈사태에 휘말려 일본인 2명을 포함해 154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154명의 희생자가 이 좁은 길에서 나온 것인지 사고 현장의 언덕을 재현해 검증하겠다"고 분석을 시작했다.
스튜디오에는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 골목 경사도인 경사각 10%(5.7도)의 구조물이 설치됐다. 구조물 크기는 1㎡였으며, 그 위에 9개의 마네킹이 바짝 밀착돼 세워져 있었다.
기자는 "여기는 비교적 급격한 내리막"이라며 "화면에서는 완만해 보이지만 실제로 올라가 보면 경사가 급격해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몸을 조금만 기울여도 앞으로 쏠린다. 휠체어 슬로프보다 2배 정도 기울어져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또 기자는 직접 마네킹 사이로 들어가 당시 상황을 재현하기도 했다. 그는 "1㎡에 10명 이상이 들어가면 군중 눈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내 눈앞에는 앞사람의 후두부가 있다. 몸을 움직일 수 없으며 압박감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건 마른 체형의 마네킹인데 실제로 사람들이 더 두꺼운 옷을 입고 소지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압박감이 더 심하다"며 "발밑은 당연히 보이지 않는다. 경사가 더 급격하게 느껴지고 어느 쪽이든 무서운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50㎏의 압력이 가해지면 사람은 답답함과 공포를 호소하게 되며 많은 사람이 쓰러져 포개진다면 가장 아래에 있는 사람에게는 수백㎏의 압력이 가해진다"고 설명했다.
또 기립 상태로 압사당한 사람들을 언급하면서 "강한 압력에 노출되면 혈류가 제한돼 30초 뒤 의식을 잃고 약 6분 만에 죽음에 이른다"고 말했다.
끝으로 기자는 "이제 해마다 핼러윈데이가 돌아오면 이 참사가 떠오를 수 밖에 없게 됐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