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개봉
류준열에게 '올빼미'는 새로운 것들 투성이었다. 주맹증을 앓는 침술사란 낯선 캐릭터는 준비해야 할 것도 이해해야 할 것도 많았다. 하지만 류준열은 새로운 모습을 통해 삶을 관통하는 삶을 대하는 자세라는 메시지와 소현세자의 일을 장르적으로 각색한 이야기의 몰입감에 빠져들었다.
'올빼미'는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 경수(류준열 분)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다. 기존 영화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주맹증'이라는 소재는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류준열은 새 작품 공개를 앞두고, '올빼미'가 침체된 극장가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관객들의 입맛에 맞는 영화일 겁니다. 큰 이야기를 담는다기보다는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고민하지 않고 즐기다 갈 수 있는 영화죠. 지금 극장에 사람이 너무 없어서 걱정이에요. 관객 분들이 극장 가는 걸 많이 고민하시는 것 같아요. 극장에 사람이 많아져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되면 좋지 않을까 바라고 있어요."
주맹증은 밝은 곳에서의 시력이 어두운 곳에서보다 떨어지는 증상으로, 영화 '올빼미' 속 맹인 침술사인 경수는 낮에는 앞이 보이지 않고 밤에는 앞을 흐릿하게 볼 수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류준열은 경수 캐릭터를 어떻게 바라보고 무엇에 중점을 둬 연기했을까.
"지금까지 '어디서 본 것 같은데'라는 접근하기 쉬운 캐릭터를 주로 해왔어요. 그런데 이번 인물은 조금 강렬하죠. 핸디캡이 있는 역할들을 지양했었는데 이번에는 이야기 자체가 주는 몰입감이 컸어요. 접근은 모델들을 관찰했어요. 워킹하고 화보 찍는 걸 보면 눈의 모습이 꿈을 꾸는 듯하더라고요. 또 어렸을 때 친지분들 중에 맹인이 계셨는데 그 분이 시선이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꿈을 꾼다는 게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것들이 당연하지 않잖아요. 그런 것들을 보며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꾸는 꿈, 그런 중의적인 의미를 섞어 연기했어요."
예고편에서 침을 눈 앞에 바로 가져가대는 공격적인 행동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모습이 화제가 된 바 있다.
"CG로 하긴 했지만, 실제로 침이 있었어요. 다들 빈손으로 하는 줄 알더라고요. 대신 침 길이가 짧아서 눈에 가까이 가지 않게 했죠. 그래서 전 긴장을 안 했는데 무성 선배님이 자꾸 긴장하셔서 저도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하하. '봉오동 전투' 때 전투에서 눈을 깜빡거리지 않고 총을 쏴야 했는데 그 때의 경험이 도움이 되기도 했어요."
영화에서는 류준열이 동공을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 꽤 많이 등장한다. 그는 빛이나 움직임에도 최대한 반응을 하지 않기 위해 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보고 있으면 고개가 돌아갈 때 동공이 움직이지만, 초점을 두지 않고 않으면 고개가 돌아가도 동공이 돌아가지 않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잘 때까지 굉장히 많이 연습했어요. 첫 촬영 때 촬영 감독님이 보시고 이렇게 하면 될 것 같다고 해서 준비한 보람이 있었죠."
류준열은 '올빼미'를 찍으면서 이례적으로 에피소드가 별로 없다고 털어놨다. 이유는 3개월 동안 바쁘게 촬영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시간이 짧으니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만 상의하고, 경수를 빠르게 자신에게 체화시켰다.
"촬영에 여유가 있으면 장난도 치고 농담도 하고 그러는데 이번 작품은 앞만 보고 달렸어요. 57회차로 마무리했는데 사극을 이 회차로 찍는 경우가 많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짧은 시간에 찍다 보니 오히려 집중이 잘 됐어요."
류준열의 취미는 사진 촬영이다. 2020년에는 '류준열 :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라는 개인전을 진행했고 현재 선재 아트센터에서 '무제'라는 이름으로 찍은 사진들을 공개 중이다. 류준열은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시선이 실제로 연기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한다.
"제가 찍는 사진들은 주로 스트리트 포토에요. 돌아다니면서 찍는 사진이 대부분인데 여기서 얻는 힌트들이 많아요. 또 데뷔하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부담스러운 순간도 있었는데 혼자 있는 시간도 필요하거든요. 사진을 통해 혼자서 인물을 보고 관찰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죠. 또 카메라와 렌즈 기종을 아니까 촬영을 이해하는 것도 수월하고요."
극중 경수는 약자를 상징한다. 류준열은 그저 경수가 영화적 재미와 극적인 전개를 위해 설정된 것이 아닌, 경수의 여러 가지 선택이 우리의 삶과 닮아 있기 때문에 연기를 하는 시간이 즐거웠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자신이 경수를 통해 바라봤던 이야기가 관객들에게도 닿길 바란다.
"누구나 불만이 있고 마음에 안 드는 것들을 가지고 살아가잖아요. 경수를 연기하며 그런 것들을 이해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경수가 절대 권력의 왕과 관련된 사건 중심에 있다는 게 시사하는 바가 분명히 있어요. 결과가가 바뀌지 않지만 이야기 할 수 있는 힘, 용기들에 관객들도 공감하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