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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다시, 해외로 가능 예능…연예인 보다 유튜버 선호하는 이유


입력 2023.02.16 11:01 수정 2023.02.16 11:01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예쁜 그림 보다 날 것의 여행에 초점"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전환하면서 해외 여행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팬데믹 이전 주가를 올리던 해외 여행 예능프로그램도 본격적으로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해외 여행 예능프로그램의 트렌드의 변화다. 즐겁게 먹고 노는 것에 초점을 맞췄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여행의 현실적인 측면을 부각하는 추세다.


'태어난김에 세계일주' ⓒMBC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만 20세 이상 한국인이 온라인 해외여행 플랫폼에서 결제한 금액(추정치)은 6772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2339억원)보다 189% 늘어난 수준이다. 해외여행 플랫폼 거래액은 사회적 거리두기 등 고강도 방역수칙이 해제된 지난해 4월께부터 본격적으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는 해외 여행 예능의 재출현과도 맞물린다. 당시 세계 각국의 빗장이 풀리면서 방송사들은 프로그램 론칭 소식을 전했고, 출연진이 속속 해외로 떠나는 모습이 취재진의 카메라에 담겼다. 이들의 촬영본이 본격적으로 시청자들을 찾은 건 지난해 연말부터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MBC)부터 ‘두발로 티켓팅’(티빙) ‘걸어서 환장 속으로’(KBS2) ‘배틀트립2’(KBS2) ‘텐트 밖은 유럽’(tvN) 등이 연이어 시청자를 만났다. 이들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대부분 편한 여행 보다, 고생길을 택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최근의 해외 여행 프로그램의 트렌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건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다. 웹툰 작가 기안84와 배우 이시언,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의 무계획 여행기를 담은 이 프로그램은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출연진이 온갖 역경에 부딪히는 모습들이 고스란히 방영되며 오히려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지난해 12월 첫 방송부터 시청률 4.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최고 시청률 5.2(4회)%까지 기록했다. 방영 초반, 매번 타 방송사에 밀리던 시간대에 편성되면서 큰 기대가 없었지만, 당당히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거머쥐면서 크게 흥행했다. 덕분에 시즌1 종영 전, 시즌2의 제작도 확정된 상태다.


ⓒ유튜브 '빠니보틀'

유튜브에선 대중의 여행 예능 시청 트렌드가 더 분명히 드러난다. 최근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은 자신의 채널에 ‘노홍철, 여행 끝에서 지옥을 맛보다’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업로드했다. 해당 영상엔 노홍철이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던 중 사고를 당해 피를 쏟고 구급차에 실려 병원을 가능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영상은 15일 기준, 186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사고 영상이 그대로 업로드된 건 당사자인 노홍철의 부탁 때문이었다. 노홍철은 “비록 그것이 사망에 이르는 사고라도 꼭 촬영해 달라. 예능 프로그램에는 보통 예쁜 그림만 나오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노홍철의 발언은 최근 시청자들의 니즈를 제대로 꿰뚫은 셈이다. 보통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촬영이 중단되고, 제작진이 개입해 사고를 수습한 이후의 모습만 송출됐을 터다.


이런 날것의 장면들을 담아내는 유튜브 채널들의 성장세도 무섭다. 곽튜브와 빠니보틀은 이미 유명 여행 유튜버로 이름을 알렸지만, 최근 들어 구독자가 급증했다. 현재 곽튜브는 138만명, 빠니보틀은 154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별다른 계획 없이 여행을 떠나는데 그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모습들이 구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방송가에서도 유튜버들 모시기에 한창이다. tvN은 올해 상반기 배우 허성태, 이시언, 안보현 그리고 유튜버 곽튜브를 출연시키는 ‘니가 가라 시드니‘(가제)를 선보인다. 부산이 고향인 네 남자가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는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다.


김태호 PD는 본격적으로 유튜버들을 불러 모았다. 그는 내달 4일 ENA 예능프로그램 ‘지구마불 세계여행’을 통해 빠니보틀, 곽튜브, 원지의 하루 등 ‘여행 크리에이터 3대장’으로 불리는 이들을 모두 출연시킨다. 이들은 실제 부루마불 게임을 연상할 수 있는 주사위 던지기로 행선지를 정해 영상 조회수에 따라 1등은 우주여행을 갈 수 있는 특전을 누린다.


여행 유튜버들의 여행 프로그램 출연에 대해 한 예능 프로그램 작가는 “과거엔 예쁜 장소나 먹거리 등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에 그쳤다면, 코로나19를 거친 이후엔 조금 더 과감하고 낯선 것에 대한 갈증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방송사들도 이런 대중의 심리를 반영해 단순히 ‘예쁜 그림’보다 현실적으로 여행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각종 상황들을 적나라하게 담아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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