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기회소득' vs ' 천원의 아침밥'
김동연-도의회 국힘, 타협 없이 평행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원활한 도정 집행과 도의회와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 야심차게 시작했던 '협치'가 좀처럼 동력을 받지 못하면서 '민생예산'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은 김 지사 역점 사업인 '기회소득'을, 김 지사의 집행부는 도의회 국민의힘이 추진하고 있는 '천원의 아침밥' 예산 편성을 더디게 하면서 애먼 도민들만 힘겨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5일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곽미숙 대표의원과 지미연 수석대변인은 경기도지사 집무실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였다. 여야정협의체에서 합의한 ‘천원의 아침밥’ 관련 예산을 도 집행부가 편성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였다.
발단이 된 '천원의 아침밥'은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대학생들의 아침을 해결하자는 취지로 농림축산식품부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3월 19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이에 대한 사업 확대를 제안했고, 농림축산식품부는 대상자를 늘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경기도의회 국힘도 해당 사업을 지역내 대학에 확대할 것을 집행부에 요구했고, 지난달 17일 여야정협의체를 통해 이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여야정협의체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협치의 일환으로 지난해 12월 8일 구성된 기구다. 협의체에는 도의회 염종현 의장, 곽미숙 국민의힘 대표의원, 남종섭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등이 참여한다.
경기도의회 양당이 모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도 집행부가 이에 대한 예산을 편성하지 않자 강공 태세로 나선 것이다. 곽미숙 대표의원은 "지난주 월요일에 방문했을 당시에도 출입을 거부했다. 도의회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라며 직접 방문 이유를 밝혔다.
이날 김동연 지사는 복도에서 두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여야정협의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예산 집행권에 대해서는 법과 규정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만 보면 조만간 해결될 듯도 싶지만 예산 편성과 승인을 놓고 그동안 힘겨루기를 해 온 양측의 골은 쉽사리 메워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예술인 기회소득이 지난 4월 열린 제368회 경기도의회 임시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부결됐다. 당시 거수로 진행된 투표는 민주 8명 찬성, 국힘 8명 반대의 가부동수로 부결됐다.
'예술인기회소득은' 예술활동증명유효자 중 개인소득이 중위소득 120% 이하인 예술인에게 연 15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당시 여러 논의가 오갔지만,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예술인 기회소득'을 쉽게 통과시켜주지는 않겠다는 것이 국힘쪽 분위기였다.
국힘 소속 임광현 의원은 예술인 기회소득을 이재명 전 지사의 '예술인 기본소득'과 비교하며 "알량한 경기도지사 정책의 하수인으로서 역할을 끝까지 해야 되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또 다른 의원은 회의가 끝난 후 "상황이 이렇게 불투명한데도 김 지사 정무라인에서는 추진 의지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여기저기 설득하려 뛰어다녀도 모자를 판에 이건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것 같다"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처럼 도지사 역점 사업이 시작도 못하고 있는 상황속에서, 이를 반대한 도의회 국힘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 예산을 도 집행부가 '맘편히' 편성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도와 도 집행부의 현재 분위기다.
오는 6월 임시회에서 관련 조례안이 상정돼 통과된다 하더라도, 예술인들이 실제로 혜택을 받는 것은 전수 조사와 시군 조율 등의 과정을 거친 뒤 10월 이후에야 가능하다.
서로 상이한 안건이지만 '예술인 기회소득'과 '천원의 아침밥' 사업이 각각의 핵심 사업으로 인식되면서, 결국 이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모습이 되고 있는 셈이다.
도의회 관계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취임 전부터 내세운 협치가 여야정협의체로 어느정도 구체화되는 듯 했지만, 현재 모습은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는 모습"이라며 "예술인이든 아침밥이든 정말로 급한 건인데, 민생을 우선시 한다면 서로 양보하는 것이 진정한 협치의 모습 아닐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