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 땐 ‘우리’, 헤어질 땐 ‘남’?… 팬덤 헌신 기만하는 미숙한 이별 예절
케이팝(K-POP) 역사상 이토록 ‘소’처럼 일한 아이돌이 또 있을까. 그룹 엔시티(NCT)의 마크는 지난 10년간 127, 드림, 유 등 엔시티 유닛과 사내 연합팀 슈퍼엠(SuperM)까지 오가며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 왔다. 유닛 체제의 핵심 축으로서 그가 쏟아낸 헌신과 고생은 팬들조차 “이제는 좀 쉬어도 된다”고 말할 만큼 자명한 사실이다.
엔시티 마크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하지만 지난 3일 발표된 그의 전속계약 종료와 팀 탈퇴 소식은 아름다운 이별이 아닌 거대한 ‘원망’의 불씨가 됐다. 10년의 공로가 박수받지 못하고 배신감으로 변질된 이유는 명확하다. 팬들을 동력으로 삼아 수익을 극대화해 온 아티스트가 정작 마무리의 단계에서는 팬들을 철저히 ‘남’으로 취급하며 예의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이별의 과정은 잔인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2026 엔시티드림 투어 〈더 드림 쇼 4 : 퓨처 더 드림〉 피날레 (2026 NCT DREAM TOUR 〈THE DREAM SHOW 4 : FUTURE THE DREAM〉 FINALE)에서 엔시티드림 멤버들이 오열하는 모습을 영문도 모른 채 지켜본 팬들은 이후 해체 공지가 나기까지 약 일주일간 해체설과 탈퇴설이라는 '공포' 속에 방치됐다.
엔시티127 팬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2023년 이후 완전체 활동과 국내 단독 콘서트를 볼 수 없었기에, 제대로 된 마지막 무대나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 채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통보를 당했다. 팬덤의 관계성 지지를 발판 삼아 유닛 활동의 정당성을 얻어왔으면서, 정작 마무리는 팬들에 대한 배려 없는 통보로 끝내버린 셈이다.
더 큰 상처는 배려 없는 소통에서 왔다. 탈퇴 발표 직후 팬들이 혼란에 휩싸인 사이 엔시티드림 멤버들은 마크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자펼 편지 게시글에 ‘우리 리더형 행복하자’, ‘애기야 슬퍼하지마’ 등의 댓글을 달았다. 본인들의 우정을 확인하며 작별 인사를 나누는 모습은 팬들에게 지독한 소외감을 안겼다.
엔시티드림 ⓒSM엔터테인먼트
콘서트나 무대에 필요한 인력을 동원할 때만 팬들을 필요로 하고,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들을 배제시킨다면 이는 기만이나 다름없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일반적인 사회생활이나 비즈니스 매너를 배울 기회가 없었던 아이돌들의 미숙함이 드러난 대목이기도 하다.
슬퍼하는 팬들의 상처를 수습한 건 막내 지성의 진심이었다. 유료 소통 플랫폼 버블을 통해 ‘나도 처음엔 미웠다’며 팬들의 서운함을 정면으로 마주한 지성의 편지는 팬들의 분노를 삽시간에 잠재웠다. 이는 팬들이 원한 것이 거창한 대안이 아니었음을 증명한다. 10년의 헌신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와 예의, 그리고 함께 슬퍼할 시간만 주어졌어도 원망은 줄어들었을 것이다.
아이돌 팬덤은 더 이상 일방적인 헌신에만 머물지 않는다. 수익을 낼 때는 관계성을 이용하고, 헤어질 때는 팬덤을 외면하는 태도는 아티스트가 쌓아온 10년의 공적마저 훼손시킨다. 이제는 기획사와 아티스트 모두 직시해야 한다. 예의 없는 마무리는 결국 스스로의 가치를 깎아먹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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