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히어라에 관한 일방적 제보자의 주장을 입증된 사실처럼 다룬 한 매체에 유감을 표한다. 명예를 훼손하고 관련 없는 주변인까지 고통받게 하는 현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 강력한 법적 조치로 대응할 것”
지난 11일 배우 김히어라의 소속사 그램엔터테인먼트는 연예매체 디스패치의 학폭(학교폭력) 관련 보도에 대응하는 이 같은 입장문을 배포했다. 디스패치는 김히어라의 학폭 의혹을 처음 보도한 매체다. 보도를 위해 그의 동창생 여러 명을 인터뷰하고, 직접 김히어라와 그의 소속사까지 접촉하는 등 다방면으로 취재에 나선 듯 보였다.
ⓒ뉴시스
그럼에도 김히어라의 과거를 증명하긴 어려웠다. 제보자들의 말이 수시로 바뀌면서 신빙성을 확신하기 어렵고, 오래전의 일인 터라 각자의 기억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김히어라가 인정했다면 결과는 달라졌겠지만, 당사자가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이상 결국은 지지부진한 진실게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연예계의 학폭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프로배구 선수 이재영, 이다영 자매부터 시작된 체육계의 학폭 폭로는 연예계, 심지어 일반인들로까지 번져왔다. 특히 연예인의 경우 그들의 큰 영향력만큼이나 파장도 컸다. 과거 ‘나도 당했다’는 의미를 가진 이전의 ‘미투 운동’처럼 학폭 폭로도 하나의 사회적 흐름으로까지 나타나고 있는 양상이다.
다만 악의를 가진 허위 폭로의 가능성이 높아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김히어라에 대한 의혹을 보도했던 디스패치 역시 “학폭 보도의 위험성을 안다. 피해자의 일방적인 주장을 받아쓰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다. ‘폭로’로 위장한 ‘폭행’이 될 수 있다”고 적기도 했다.
실제로 학폭 보도 이후 제보자들이 입장을 바꾼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대표적으로 김히어라와 ‘경이로운 소문’에서 함께 연기했던 조병규의 경우, 소속사 HB엔터테인먼트가 학폭 논란을 촉발시킨 게시글 작성자들에 대해 법적 조치에 나서자, 최초 폭로 글을 작성했던 A씨가 허위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보내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인터넷 매체 문화‧연예 담당 기자는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에 대한 제보자들의 공통된 입장이 확인되고, 소속사와 당사자의 입장을 최대한 라이트하게 담으려고 노력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면서 “제보자들이 어떤 이유에서든 입장을 쉽게 번복하기도 하고, 피해자를 의심하자는 건 아니지만 그 내용이 허위일 가능성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보도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하는 것부터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당사자 간 주장이 배치되는 학교폭력 문제를 어떻게 써야할지 고심하며 일단 보도를 자제하는 경우도 있지만, 문제는 이마저도 고민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물증이 없고 과거의 일이기 때문에 검증에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아니면 말고’ 식으로 폭로를 받아적는 행태는 반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뿐만아니라 폭로 수위가 점점 높아지면서 선정적인 내용과 제목을 여과 없이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보도 행태 역시 경계해야 한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