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의 거인’ 나라에 일상이 된 케이팝 [인니 속 케이팝①]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3.09.24 14:08  수정 2023.09.24 20:46

케이팝 경험률 88.6%

SM, '광야@자카르타' 플래그쉽 스토어 오픈

문화체육관광부‧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2023 해외 한류 실태 조사’에서 인도네시아 국민의 케이팝(K-POP) 경험률은 88.6%다. 일본은 72.2%, 태국 81.4%, 중국 74.3%, 대만 76%, 인도 58.3%, 베트남 60.4%다. 영화, 음식, 드라마 등 한국 콘텐츠 중 인도네시아가 케이팝과 관련한 경험률이 유독 높은 셈이다.


ⓒ빅히트 뮤직, YG, SM엔터테인먼트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케이팝 앨범 수출 금액은 2억 3311만 달러(약 2895억원)다. 일본이 8574만달러, 중국이 5132만달러, 미국이 3887만달러로 1~3위를 차지했고, 이어 대만, 네덜란드, 태국, 홍콩, 독일, 인도네시아, 프랑스 순으로 인도네시아는 368만달러를 기록해 10위 안에 들었다.


인구 2억 8000만명으로 전 세계 네 번째로 인구가 많고, 높은 경제 성장을 보이며 ‘떠오르는 아세안의 거인’으로 지칭되는 인도네시아는 이렇듯 케이팝 관계자들에게는 매력적인 국가다. 앞서 언급한 다양한 수치들은 케이팝의 해외 외연 확장의 주요 국가 중 하나로 인도네시아가 필요한 존재임을 알려준다.


지난 2002년 영화 ‘엽기적인 그녀’가 상영된 후 2004년 드라마 ‘가을 동화’ ‘꽃보다 남자’ ‘동이’ 등이 히트치면서 한류가 본격적으로 언급된 인도네시아에서 2010년 이후 서서히 스며든 케이팝은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카라 등 2세대 아이돌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이제 드라마와 영화와 동급 수준의 경험률을 자랑하며, 인도네시아 젊은 층의 라이프 스타일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스타비 엔터테인먼트 나다 대표는 “현재 인도네시아 대중가요 시장은 전통 음악 당둣이 메인 스트림을 장악하고 있다. 전통 가요는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음악으로 오랜 시간 군림해 왔고, 케이팝은 중, 상위층 위주로 소비돼 왔다. 최근에는 전통음악과 일렉트로 음악을 결합한 꼽플이 떠오르고 있는데 케이팝 인기곡도 꼽플 버전으로 2차 생성되며 하나의 놀이처럼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케이팝이 인도네시아 젊은 층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장면은 이제 익숙하다. 다양한 케이팝 관련 스토어가 오픈하고, 한국어 배우기는 수년 전부터 진행됐다. 2011년 이후 간간이 열리던 케이팝 커버댄스 대회는 일상적이고, 이를 넘어 케이팝 그룹을 롤모델로 하는 그룹들도 등장했다.


ⓒSM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내 롯데쇼핑 에비뉴 1층에 '광야@자카르타' 플래그쉽 스토어를 오픈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 없이 온전히 K-컬처를 즐길 수 있는 메타버셜 익스피리언스 브랜드(metaversal Experience Brand)로, 현지 케이팝 팬들은 앨범, 굿즈를 비롯해 SM 아이돌을 테마로 한 음식과 음료수 등을 사먹고, 아이돌들이 배경에 있는 포토존과 포토 부스에서 추억을 만드는 등 일상 중 하나로 즐기고 있다.


케이팝 팬들 중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고자 하는 이들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류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전에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을 배출한 가자마다 대학교(UGM)가 1996년 인도네시아 최초로 한국학연구소를 설립하고 인문대학에 한국어학과를 개설했을 뿐이다. 그러나 현재는 이 대학뿐 아니라 UI 등 주요 대학 4곳에서 한국 관련 학과를 개설했으며, 고등학교 제2외국어 정규 과목으로 한국어를 선택할 수 있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세종학당 역시 10곳이나 설치돼, 아시아 29개국 세종학당 중 베트남(22), 중국(19), 일본(16)에 이어 4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인도네시아 내 케이팝 인기 이유는, 전 세계가 케이팝에 열광하는 이유와 동일하다. 높은 퀼리티의 음악과 퍼포먼스, 비주얼 디렉팅이 인도네시아에서도 통한 것이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인들의 개방적인 문화 수용 능력도 한몫했다는 주장이 있다.


서울대학교 아시아 연구소 최경희 교수는 "인도네시아는 문화를 매우 사랑한다. 인도네시아는 1만 700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 만큼 다양한 전통문화 유산을 가지고 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국민성으로 인해 외국 문화를 받아들이는 속도와 범위가 컸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한국 가요계가 직접 인도네시아 음악과 협업할 환경을 만들었다. 일례로 케이팝 프로듀서들이 인도네시아 가수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최근 작곡가 지하이는 비디 알디아노(Vidi Aldiano), 이스야나 사라스바티(Isyana Sarasvati), 인다쿠스(Indahkus)로부터 곡을 만들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현재는 곡은 완료된 상태이며 녹음 및 곡 발매 일정 조율 중이다.


이스야나 사라스바티와 비디 알디아노는 인도네시아에서 '국민가수'로 불린다. 특히 이스야나 사라스바티는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에서 발표한 '2020 아시아의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Forbes 30 Under 30 Asia)' 에 선정된 세계적 명성의 뮤지션으로 인스타그램 70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지민의 '약속' 커버 영상을 올리며 방탄소년단의 팬임을 알리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걸그룹 스타비(StarBe)는 국내에서 케이팝 시스템을 거쳐 신곡 ‘뱅’(Bang)을 발표하기도 했다. 스타비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주관하는 '2023 동반성장 디딤돌'(영문명: Grow Twogether)사업 연수 대상자로 선정돼 지난 8월 한국에 입국해 연말까지 케이팝의 시스템을 경험해 인도네시아로 돌아가 글로벌 그룹으로써 한층 더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케이팝은 이미 관심의 최고조에 달했다. 여기에 케이팝이 더 뻗고, 침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까.


나다 대표는 “당연하다. 스타비 만들 때만 해도 케이팝 팬덤이 이미 탄탄했을 때였다. 3년이 지난 지금 더 많은 발전을 했고, 앞으로도 기대하고 있다”라고 전망했다.


스타비 엔터테인먼트 레이블 프로엠 제프리 대표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하면 무조건 좋다는 고정관념이 생겼다. 한국 정부가 인도네시아에서 팝페라 공연을 진행한 적이 있다. 인도네시아는 오페라를 선호하는 사람이 없다. 그렇지만 한국 정부가 하니 사람들도 관심을 보였다"라며 "이번에 스타비를 한국에 보낸 이유 중 하나도, 한국에서 스타비가 트레이닝을 받았다고 하면 '케이팝의 후광'을 받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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