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LG보다 은행이 더 번다? 이복현 발언 '팩트체크'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입력 2023.11.14 10:02  수정 2023.11.1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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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역전된 건 사실

다만 삼성전자 부진 '착시'

과거엔 찾기 힘든 '기현상'

무리한 비판 근거 '역효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6일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열린 회계법인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국내 초일류 기업들을 합친 것보다 은행권이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다며 날 선 발언을 내놨다. 이 원장의 말대로 올해 들어 은행들의 영업이익이 예시로 든 기업들을 웃돌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는 삼성전자의 역대급 실적 부진에 따른 일시적인 착시현상 탓이 크다.


시계를 넓혀 보면 은행권의 이익은 비교 대상 기업들 대비 많아봐야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정도였다. 은행권의 폭리 논란을 둘러싸고 다양한 목소리가 필요하겠지만, 우리나라 대표 기업이 유래 없는 부진에 빠진 잠깐의 기현상까지 동원해 비판의 근거로 삼는 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최근 진행된 한 외부 행사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3분기 영업이익을 비교하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를 다 합친 것보다 은행권의 영업이익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같은 언급은 은행권에 대한 횡재세 도입과 관련해 이 원장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던 와중 나왔다. 횡재세는 과도한 수익을 올린 기업에 대해 법인세 외에 추가로 조세를 물리는 조치다. 정치권에서는 고금리 기조 속에서 막대한 이자수익을 올린 은행권에 이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 원장의 말처럼 올해 들어 은행들은 언급된 기업들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다. 국내 20개 은행이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기록한 총 영업이익은 각각 9조3631억원과 10조3771억원에 달했다. 삼성·LG전자·현대자동차 3사의 올해 1분기와 2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각각 5조7303억원과 5조6483억원으로 은행권에 미치지 못했다.


이런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은행권 전체 영업이익은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모든 은행의 실적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잠정치를 발표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5조3119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2% 더 늘었다.


반면 삼성·LG전자·현대자동차의 분기 영업이익은 아직 10조원에는 못 미칠 것으로 점쳐진다. 이들의 올해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7조2485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8.3% 증가하며,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은행들 보다는 적은 수준이다.

은행권과 삼성전자+LG전자+현대차 영업이익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하지만 이를 두고 은행권의 실적이 이제 확실히 비교 기업군을 뛰어 넘었다고 단언하기엔 어려운 구석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누구보다 많은 돈을 벌던 기업인 삼성전자가 올해 들어 극도의 실적 침체기에 빠져 있어서다.


삼성전자가 올해 들어 거둔 영업이익은 1분기 6402억원, 2분기 6685억원에 머물렀다. 3분기에는 2조4300억원으로 눈에 띄게 나아진 모습이었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매분기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초라한 실정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본격적인 실적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 사정은 크게 뒤바뀔 공산이 크다.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실적 악화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던 반도체 부문의 성적이 정상화 단계로 올라서고 있어서다. 올해 3분기에 다시 조 단위의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이런 신호는 한층 선명해지는 분위기다.


이렇게 되면 해당 기업들과 은행권과의 비교는 다시 무의미할 정도로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까지 직전 3년 간 삼성·LG전자·현대자동차의 연간 영업이익은 ▲2020년 41조5836억원 ▲2021년 62조1766억원 ▲2022년 56조7474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은행들의 영업이익은 ▲2020년 18조3107억원 ▲2021년 23조8557억원 ▲2022년 27조8706억원으로 비교 불가 수준이었다.


금융권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얼마나 은행들이 미웠으면 현재와 같은 특수 상황까지 예로 들며 비판을 쏟아내느냐는 얘기다. 소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애꿎은 삼성전자의 어려운 현실만 더 두드러지게 했다는 자조적 반응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장의 발언만 놓고 보면 은행권이 우리나라 대표 제조업 기업들보다 구조적으로 더 많은 돈을 벌게 됐다는 의미로 오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 실적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겐 삼성전자의 실적이 얼마나 나쁜 지 체감하게 만든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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