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가상 현실 관련 콘텐츠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가요계엔 이례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가상 아이돌 플레이브(PLAVE)가 최근 발매한 미니 2집 ‘아스테룸 : 134-1’(ASTERUM : 134-1) 타이틀곡 ‘웨이 포 러브’(WAY 4 LUV)로 MBC ‘음악중심’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버추얼 아이돌 그룹으론 최초다.
ⓒ블래스트
플레이브의 인기는 이미 이전부터 예견됐다. 이 앨범은 초동(발매 후 일주일간 판매량)이 56만장을 기록하며 ‘하프 밀리언’을 달성했고 인기 아이돌 그룹도 뚫기 힘들다는 멜론 ‘톱100’에 당당히 진입했다. 이들의 유튜브 구독자수도 62만명을 넘겼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버추얼 아이돌이지만, 이들의 인기는 오프라인까지 확장됐다. 내달 13일과 14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첫 번째 콘서트 ‘헬로, 아스테룸’(Hello, Asterum!)의 팬클럽 선예매는 티켓 오픈 직후 7만명이 넘는 팬이 동시에 접속하면서 10분 만에 매진을 기록했다.
또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 백화점에서 열린 플레이브의 팝업스토어에는 잠실 주경기장 수용 인원 규모인 10만명이 몰렸고, 약 7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레이브는 MBC 영상미술국 시각특수효과(VFX)팀에 약 20년간 몸 담았던 이성구 대표가 주축이 된 사내 벤처 그룹 ‘블래스트’가 만들었다. 예준, 노아, 밤비, 은호, 하민으로 구성됐는데 인공지능 가수는 아니다. 멤버들 본체가 따로 있는데 철저하게 가려져 있고, 이들을 형상화한 2D 애니메이션 캐릭터만 화면에 등장시킨다. 앞서 열린 콘서트도 같은 형식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처음 가상 아이돌이 등장했을 때는, 단순한 놀이문화로 인식되면서 단순한 ‘관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 플레이브의 인기는 대중의 ‘관심’을 넘어 본격적으로 탄탄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추세다.
과거 사이버 가수 아담이 1998년 발매한 데뷔 앨범이 20만장을 팔리고, 타이틀곡 ‘세상엔 없는 사랑’이 크게 주목을 받기도 했다. 당시 아담은 각종 CF의 러브콜을 받는 등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이 영향력이 신드롬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그런데 지금 대중이 버추얼 아이돌에 두는 관심은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로, 가상 세계에 익숙한 Z세대가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버추얼 아이돌에 감정이입을 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라고 짚는다. 실제로 플레이브 외에도 이세계아이돌(이세돌), 에스더, 스텔라이브 등 버추얼 아이돌의 인기는 Z세대를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똑같은 버추얼 아이돌 사이에서도 플레이브가 유독 주목을 받는 이유도 있다. 플레이브는 버추얼 아이돌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그 안에는 실제 가수가 존재한다. 캐릭터를 활용해 외모에 대한 편견을 걷어낸 이들은 멤버 모두가 작사·작곡·안무 그리고 프로듀싱까지 참여하는 자체 제작 아이돌을 표방하면서 실력으로 승부를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일방적인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요즘 버추얼 아이돌은 팬들과 정기적으로 대화하는 등 소통에 힘쓴다. 이런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기술력의 발전, 온라인 세계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의 문화 소비 방식이 결합하면서 가상 아이돌의 인기는 더 높아질 것”이라며 “특히 플레이는 본체(가수)가 있다는 점에서 휴머니즘까지 더해졌다. 버추얼 아이돌 안에서도 ’진정성‘까지 더해 팬덤을 빠르게 결집시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