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할 자유를 찾아서"…감각적인 추격전 '탈주' [볼 만해?]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4.07.03 16:44  수정 2024.07.03 17:35

한 줄기 희망을 찾아 떠나려는 청년의 절박한 탈주가 쉴 새 없이 펼쳐진다. 자신의 미래를 선택할 수 없는 북한의 중사 규남(이제훈 분)의 탈북기는 거창한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다. 그저 실패해도 또 시도할 수 있는 평범하고 고된 날들을 바랄 뿐이다.


영화는 초반부터 쉴 새 없이 달린다. 모두가 잠든 밤, 규남은 탈주를 위해 지뢰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비무장지대를 가로지른다. 한 번의 실패도 용납될 수 없다.


규남을 따르던 부하 병사 동혁(홍사빈 분)은 규남의 계획을 눈치 채고 자신도 남한으로 함께 데려가 달라는 부탁한다. 하지만 계획이 틀어지면서 규남과 동혁은 체포된다.


탈주병이 체포됐다는 소식에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 분)이 조사를 위해 등장한다. 현상과 규남은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로, 현상은 규남을 탈주병을 체포한 영웅으로 둔갑시킨다. 여기에 사단장 직속보좌 자리로 이동시킨다. 사방이 자신의 발걸음을 막는 벽이 됐지만 미래조차 스스로 정할 수 없는 현실에 규남의 탈주 의지는 더욱 동력을 얻는다.


규남이 자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자, 현상은 그를 잡기 위한 집요한 추적을 시작한다.


이종필 감독은 북한을 배경으로 했지만 이데올로기 대립을 말하지 않는다. 자유가 거세된 채 정해진 대로 살아가는 청춘들의 상황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북한을 무대로 활용했다. 보는 시각에 따라 규남과 현상은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혹은 꿈을 갈망하는 자와 매 순간 포기하고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현실 속의 인물을 비춘다.


빗발치는 총알과 지뢰를 거쳐 규남이 도달한 곳이 꿈꾸던 곳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얼마든지 실패할 자유가 있다. 영화는 꿈을 향해 타협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규남을 통해 어떤 이유로든 잠시 떠나보냈던 무언가를 꺼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규남이 자유와 도전을 상징한다면 현상은 북한에서 모든 걸 다 가진 상류층으로 설정, 타협을 상징한다. 피아니스트를 꿈꿨지만 총을 들고 있고, 사랑하는 연인이 있었지만, 정략결혼으로 아내의 출산을 앞두고 있다. 이런 자신조차도 순응하며 살아가는데 자꾸만 경로를 이탈하려는 규남은 눈엣가시이자 현상이 꾸는 꿈이다.


두 사람의 추격전은 스타일리시하고 긴박하게 펼쳐진다. 94분이라는 러닝타임 안에서 쓸데없이 소비되는 구간이 최소화 됐다. 미쟝센이 돋보이는 색감, 사운드 디자인은 이제훈과 구교환의 추격전을 긴장감을 더한다. 다만 자이언티의 '양화대교'가 흘러나오며 한 편의 뮤직비디오처럼 전달되는 규남의 전사는 영화의 톤앤매너를 무너뜨린다. 3일 개봉. 러닝타임 9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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