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지난해와 같은 ‘5% 안팎’으로 설정했다. 내수가 부진이 지속되는 데다 미국과의 관세전쟁이 격화하고 있지만 일단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연구·개발(R&D) 예산과 국방예산도 대폭으로 늘린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리창 중국 총리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회의(전국인대)의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 안팎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다. 중국은 지난해 5%의 성장률 목표를 달성했다.
리 총리는 이같은 성장률 목표치에 대해 "취업 안정과 리스크 방지, 민생 개선에 필요하다"며 "중장기 발전 목표와 결합해 어려움을 뛰어넘고 분발하는 선명한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의 5% 성장 목표는 내수경기 침체와 격화하는 글로벌 무역전쟁을 감안하면 상당히 공격적인 설정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시킨 관세전쟁 속에서 중국 경제의 가장 큰 성장동력 중 하나인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요지부동인 중국 내수경기 부진도 부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로이터는 “미국과의 관세전쟁이 심화하면서 중국 경제의 ‘보물’인 거대한 산업단지가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와함께 내수부진의 장기화와 부채에 짓눌린 부동산 시장의 붕괴로 중국 경제는 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다”며 목표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를 위해 유동성 공급을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다. 올해 재정적자율을 GDP 대비 4%로 설정해 확장 재정기조를 분명히 했다. 재정 적자의 규모는 전년보다 1조 6000억 위안(약 320조원) 증가한 5조 6600억 위안에 이른다. 중국 정부는 전국인대에 앞서 주요 은행에 대한 자금지원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민간기업은 물론 가계 유동성도 확대해 소비지출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초장기 특별국채 발행 규모는 전년보다 3000억 위안 늘어난 1조 3000억 위안으로 책정했다. 또 국유 대형 상업은행의 자본 보충을 지원하기 위해 특별국채 5000억 위안을 발행하고 지방정부에 특별채권 4조 4000억 안을 배정할 계획이다.
올해 물가상승률 목표치는 2%로 설정해 사실상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을 인정했다. 중국 정부가 2%대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설정한 것은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 정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는 꼭 달성해야 할 숫자라기보다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상한선의 개념이다.
그러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0%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등 실질 물가상승률과 목표치 간 괴리가 큰 상황이었다. 중국 경제가 사실상 디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정부가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21년 만에 2%대로 조정하면서 보다 본격적인 내수진작 전략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정적자율을 높이고 유동성 공급계획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관심을 모았던 R&D 예산은 전년보다 10% 늘어난 3조 9811억 위안(약 797조원) 규모로 책정했다. 딥시크(DeepSeek)로 대표되는 AI(인공지능)나 로봇, 드론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투자 고삐를 더욱 죄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중국 정부는 또 올해 국방예산 증가율을 지난 2년간과 동일한 7.2%로 설정해 3년 연속 국방예산을 증액하기로 했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관계가 악화하고 남중국해 해역에서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군비 확장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