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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 편집 없다"…'승부', 이야기 힘 믿고 세상 밖으로 [D:현장]


입력 2025.03.07 14:15 수정 2025.03.07 14:15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26일 개봉

영화 '승부'가 유아인의 마약 투약 혐의로 우여곡절 끝에 베일을 벗는다. 배우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자체의 힘을 믿고 극장가에 나선다.


3월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김형주 감독, 이병헌, 고창석, 현봉식, 문정희, 조우진이 참석한 가운데 영하 '승부'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승부'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 분)이 제자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난 2020년 크랭크인, 이듬해 촬영을 완료했으나 2023년 2월 주연 배우 유아인이 마약 투약 혐의가 불거지며 개봉이 연기됐다. 넷플릭스가 공개를 검토했으나 결국 엇갈렸고 배급사 바이포엠이 품으면서 개봉하게 됐다.


유아인은 지난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프로포폴, 미다졸람, 케타민, 레미마졸람 등 4종의 의료용 마약류를 181회 투약하고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타인 명의로 44차례에 걸쳐 수면제 1100여정을 불법 처방받아 매수한 혐의도 받는다. 유아인은 지난 2월 18일 열린 2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석방됐다.


'승부'는 개봉 전부터 유아인 리스크를 의식해 포스터와 예고편 등 프로모션에서 그의 흔적을 지웠다. 또한 보도자료에도 "극장 개봉을 목표로 수백 명의 스태프들이 한 수, 한 수 공들이며 작업한 영화"라는 문구를 지속적으로 삽입해, 유아인 개인의 문제로 인해 많은 이들의 노력이 담긴 작품이 큰 영향을 받지 않기를 바라는 제작진의 조심스러운 의도가 엿보인다.


영화 '승부'의 사례는 음주운전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곽도원이 주연을 맡은 '소방관'을 떠올리게 한다. '소방관'은 곽도원의 논란을 딛고 흥행에 성공한 바 있으며, 당시 곽경택 감독은 "곽도원이 아주 밉고 원망스럽다. 본인이 저지른 일에 큰 책임을 져야 한다. 깊은 반성과 자숙의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다만 '소방관' 역시 이야기 맥락상 곽도원의 모습을 많이 편집하지는 않았다.


이번 '승부'에서도 영화의 이야기 구조상 유아인을 배제하지 않는 방향을 선택했으며, 이는 영화의 완성도와 많은 이들의 노력이 담긴 결과물을 지키려는 제작진의 고민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김형주 감독은 "예고편이나 홍보물 같은 경우는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부분을 고려했지만 본편은 기획의도상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이미 완성된 영화를 다시 편집하는 게 이야기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무게추가 조훈현에게 있지만 이창호를 언급하지 않고 진행 시키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 영화가 공개되고 나면 그런 부분들을 충분히 납득하실 거라고 믿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어 "감독 입장에서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 의도치 않게 상처를 입었다. 내가 거기에 더 상처를 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극장을 찾아주시는 분들에게 애초에 의도대로 영화를 선보이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라고 부연했다.


넷플릭스 공개에서 극장 개봉으로 변경한 배경에 대해 "플랫폼을 결정하는데 감독은 큰 롤을 할 수 없는 구조다. 비즈니스의 영역이라 서로 입장 차이가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감독 입장에서는 애초에 극장 개봉을 목표로 준비한 작업이었기 때문에 영화를 조금 더 영화답게 만들어주는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관객을 만나는 게 기쁘다"라고 전한 후" "아울러 오랜 시간 땀 흘리고 노력해 준 수많은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조훈현 역으로 극을 이끄는 이병헌은 "얼마 전 션 베이커 감독이 오스카에서 상을 받으며 극장에 대한 사랑을 소감으로 이야기했다. 나도 션 베이커 감독 못지않고 극장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우리가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는 게 최종 목표라고 생각해 왔다. 이렇게 극장에서 만나게 돼, 그 어떤 것보다 기쁘다"라고 강조했다.


이병헌은 "솔직히 바둑에 대해 전혀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승부'라는 시나리오를 받고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기 시작하면서 단번에 출연을 결정했다. 그만큼 바둑은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드라마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나 또한 완전히 빠졌고 드라마틱한 이들이 실제 일어날 수 있었을까 놀랍다. 내가 직접 조훈현이 돼 연기할 생각에 너무 설렜다"라고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김 감독은 "첫 줄 쓰기 전부터 무조건 조훈현 역은 이병헌 씨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일은 사랑' 때부터 팬이라 팬심도 있었지만 조훈현이라는 캐릭터가 감정의 진폭이 큰데 대부분의 연기를 바둑판 앞에서 펼쳐야만 하는 제약도 있어서 연기적으로도 보법이 다른 이병헌이 해야 했다.. 제작사에서도 이견이 없는 캐스팅이었다"라고 전했다.


김 감독의 말대로 이병헌은 바둑판 앞에서 바둑을 하는 연기로 많은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해야 했다. 이에 이병헌은 바둑 기사에게 레슨부터 받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바둑을 놓는 방법부터 배웠다. 바둑 고수가 첫수를 놨을 때 상대방이 '내가 졌구나' 하는 그런 기운, 기세를 보이면 상대를 주눅 든다고 하는데, 과연 그게 뭘까 하고 정말 많이 생각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이병헌은 "바둑 두는 손 모양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바둑판이 꽉 찼을 때 빈 곳에 거침없이 둬야 하는 게 힘들었다. 손놀림이나 기술적인 부분도 신경 써서 해야 된다. 바둑의 경기가 시작됐을 때와 끝날 때 바둑 기사들의 심리를, 무표정하고 정적인 가운데 표현해 내는 게 숙제였다"라고 털어놨다.


바둑판의 희로애락에 정통한 프로 기사이자 바둑 기자 천승필 역을 맡은 고창석부터 조훈현과 이창호의 전설적인 사제 관계를 지켜보며 함께한 이용각 프로 기사 역의 현봉식, 그리고 스승과 제자와 한집에서 동고동락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승부사들에게 가장 친밀한 동반자였던 조훈현의 아내 정미화 역의 문정희가 맡았다.


고창석은 "본인이 프로 바둑 기사이기도 하고 잡지 기자인 인물이다. 바둑을 너무 사랑하고 이창훈과 조훈현을 너무 사랑하는 낭만적 바둑 기사로, 모든 역사를 지켜보면서 같이 가슴 아파하고 기뻐한다"라며 "바둑을 배울 때 무술 연습하는 것처럼 해야 한다고 하더라. 무슨 말인가 했는데 프로기사님들 두는 거 보면 자석이 있는 것처럼 임팩트가 강렬한다. 바둑을 모르는 사람이 봐도 이 영화가 재미있을까 생각했는데 찍으며 세계 최고 고수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기 제자에게 졌을 때 기뻐할 수도, 마냥 아파할 수도 없는 이야기가 한 편의 무협지 같았다"라고 말했다.


문정희는 "촬영이 겨울이라 많이 추웠는데 빨리 진행했어야 했다. 이병헌 선배와 처음 만나 연기하는 현장이라 어렵게 느껴졌다. 그런데 선배가 먼저 너무 편하게 대해줬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지만 함께 촬영하며 힐링 받았다"라고 이병헌과의 호흡을 전했다.


조우진은 남기철 역으로 '승부'에 특별출연한다. 조우진은 "이병헌 씨와 윤종빈 감독에 대한 리스펙이 있어 출연하게 됐다. 바둑이라는 제가 넘을 수 없는 세계에 몸을 담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란 기대감도 있었다. 또 김형주 감독과는 '보안관'에서 작업한 적이 있었다. 그분의 우직함을 많이 닮은 시나리오라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내부자들' 이후 다시 이병헌과 만나게 된 조우진은 "눈만 바라보면 저절로 몰입감이 생긴다. 상대 배우인 나를 정말 잘 인도해 줬다. 모든 감정을 담아 연기하는 걸 보고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라고 이병헌을 향한 신뢰를 표했다.


이병헌은 "역할상 내가 조우진을 보면 쉽게 생각하고 무시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조우진만 옆에 있으면 괜히 내 손목을 만지게 만지게 되고, 발목도 괜찮나 보게 된다. 자꾸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라고 웃으며 말한 후 "첫 만남인 '내부자들'이 너무 강렬해서 그런지 난 그렇게 편하지만은 않았다"라고 전했다.


김 감독은 '승부'의 메시지를 묻는 질문에 "잘 지는 법을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승부라는 게 늘 항상 이길 수만은 없다. 질 대를 대비해 스스로를 잘 다독이고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그것이 다음 승부의 중요한 포석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영화에서는 특정한 메시지를 전하려는 강박 없이 이야기 자체에 집중했었다. 그런데 후반 작업을 하면서 때때로 관객의 시선으로 돌아가게 되는 순간에서 어떤 때는 승자의 환희를 보며 자극을 받기도 했고, 또 어떤 때는 패자의 아쉬움을 보며 위로를 건네주고 싶기도 했다. 결국 우리 모두는 일상이라는 바둑판 앞에 매일 앉아 있는 셈이지 않나. 승부의 결과가 어떻든, 후회 없이 자신만의 바둑을 두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이병헌은 "실존 인물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점에서 이미 큰 매력을 있는 작품이다. 실제 이야기가 영화보다 훨씬 더 드라마틱한 힘을 갖고 있다. 특히 장인어른께서도 제가 결혼 이후 많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승부'만큼은 오실 때마다 '언제 개봉하냐'라고 물어보셨다. 그 시대와 인물들을 알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를 기다리는 마음이 그 어떤 영화보다도 크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대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문정희는 "가족 영화고 성장 영화다. 극장이라는 공간 안에서 그런 따뜻함을 느끼기 제격인 영화니 많은 관심 가져달라"라고 전했고, 현봉식은 "연기 고수들의 연기는 무조건 극장에서 보는 게 감동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이야기 자체가 말이 되나 싶을 정도다. 알고 봐도 재미있고 모르고 보면 더 재미있다"라고 말해 기대를 높였다.


김 감독은 "가장 아름다운 꽃은 우여곡절 끝에 피는 꽃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저희 영화가 우여곡절 끝에 개봉하게 됐다. 따뜻한 시선으로 영화를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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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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