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의 도진우, 첫사랑을 그리다 [D:인터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03.10 08:47  수정 2025.03.10 08:47

차기작, 대만 현지 영화 '1977년, 그 해 그 사진'

배우 진영이 '내 안의 그놈' 이후로 5년 만에 풋풋한 청춘의 모습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대만의 동명 작품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진영은 첫사랑이란 감정 앞에 놓인 소년 도진우 역을 맡았다. 진우는 모두의 첫사랑 선아(다현 분)에게 관심이 없었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그의 마음에는 크고 작은 감정의 물결이 쉼 없이 일렁이기 시작한다. 진영의 도진우는 관객들로 하여금 그 시절의 풋풋함과 함께, 그때 놓쳐버린 감정의 잔상들을 다시 느끼게 만든다.


진영은 이 작품을 통해 처음 해보는 것들이 많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레드카펫에도 서고 관객들과도 미리 만났으며 이해되지 않는 감정이라도 최대한 자신의 기억을 꺼내 덧입히는 작업을 통해 공감의 폭을 넓혀보는 시도를 했다.


"영화로 오랜만에 인사드릴 수 있어 기뻐요. 감사하게도 촬영을 끝낸 지 2~3개월 만에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받기도 받아서 즐거운 경험도 했죠. 가기 전에는 해맑게 즐기자는 마음이었는데 막상 가니까 정신없고 얼떨떨하더라고요.이 작품을 통해서 배운 것들이 많아요.제 작품이고 재 캐릭터인데 공감을 못한 건 실패라고 생각해서 공감하는 것에 비중을 드는 편이거든요. 사실 지금의 진영 시점으로 진우의 행동은 조금 답답하고 마음에 안 들기도 했어요. 그래서 공감을 잘 못했는데 제 첫사랑을 떠올렸죠. 학창 시절을 떠올리니 진우의 심정이 이해가 가더라고요. 저도 누군가를 좋아했을 때 말도 잘 못하고 계속 장난만 쳤거든요. 진우가 선우에게 마음 전하기가 왜 이렇게 어려웠는지 그때를 생각해 보니 이해가 됐어요."


대만의 원작을 5번이나 볼 정도로 팬이었던 진영은 캐스팅이 되자마자 원작을 더 이상 보지 않았고, 지금까지 봤던 기억과 감상도 모두 배제하려고 노력했다.


"원작의 캐릭터는 따라가지 않으려고 했어요. 리메이크지만 캐릭터까지 따라가면 모방일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저를 녹여내보려고 했어요."


진우는 첫사랑이라는 감정을 처음 느끼는 소년인 만큼,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있어 세심한 접근이 필요했다. 진영은 진우의 외형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내면의 감정까지 섬세하게 담아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중 하나는 시선처리였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 눈도 마주치기 힘들잖아요. 눈 마주치면 '지금 내 상태가 괜찮나'라는 생각부터 들면서 민망하기도 하고요. 학급비가 사라져서 선생님에게 혼날 때가 진우가 처음으로 선아에 대해 마음이 생겼을 때거든요. 지금까지 공부만 잘하고 자기만 생각하던 여자아이가 자기를 희생하면서 남을 배려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놀란 거죠. 그때 대사가 없어요. 혼자 몰래 쳐다보는데, 그 분위기를 눈빛으로 최대한 살려보고 싶었어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서는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들이 여럿 있지만, 그중에서도 선아의 결혼식 날 펼쳐지는 진우의 엉뚱한 행동은 특히 인상적이다. 선아가 "나를 향한 마음만큼 남편에게 뽀뽀를 하라"는 장난스러운 제안을 하자, 진우는 망설임 없이 선아의 남편(선우현 분)에게 달려들어 진한 입맞춤을 나눈다. 이 장면은 곧 선아와 진우가 결혼식을 올리는 상상의 장면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된다.


"장면은 코믹하지만 저는 정말 슬픈 신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까지 좋아한다는 말을 할 수 없었던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의 결혼을 축하해 주는 거잖아요. 모든 감정이 폭발했다고 생각해요. 선아를 향한 마음을 담은 거죠."


상대역 다현은 이번 작품이 첫 스크린 데뷔작이다. 가수와 연기를 병행하며 차근차근 연기력을 쌓아온 진영은 신예 배우인 다현과의 호흡을 맞추며 신선한 자극을 느꼈다.


"너무 잘해서 부럽더라고요. 다현 씨와 연기하면서 저의 처음을 생각해 봤는데 기억도 안 나더라고요. 처음인데 너무 잘 되어 있고 뭘 해야 할지도 알고 캐릭터 해석도 잘 해왔고요. 우는 신을 찍을 때도 몰입이 이미 되어 있었어요. 감정을 잡고 있는데 범접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이 들었죠. 다현 씨가 오열하느라 대사가 나오지 않아 당황하더라고요. 그런데 제 입장에서는 당황해야 하는 신이라 오히려 몰입이 잘 됐죠. 신이 끝나고도 감정을 못 추스르더라고요. 배우에게 몰입은 좋은 장점인데 그걸 갖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영은 다현과 함께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감정선을 담아 엔딩 OST 작업에 참여했다. 두 사람은 작사, 작곡, 가창까지 직접 맡아 영화의 여운을 한층 더 깊게 만들었다.


"작품을 했을 때 주인공들의 마음이나 서사는 그들을 연기하는 배우가 잘 알잖아요. 그래서 저는 '수상한 그녀' 때부터 '구르미 그린 달빛', '경찰수업' 등 제가 하는 작품의 OST 작업을 꼭 하는 편이에요. 이번에도 꼭 해야겠다 싶어서 다현 씨에게 같이 해보자고 했더니 좋아하더라고요. 작사는 그동안 많이 해봤는데 작곡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고 해서 함께 열심히 했죠. 열정적으로 임하고 아이디어도 많이 내줬어요."


영화에는 반가운 인물이 등장한다. 드라마 '우아한 녀', 영화 '내 안의 그놈'에서 호흡을 맞췄던 박성웅이 아내 신은정과 함께 진우의 부모 역으로 특별출연한다. 특히 '우아한 녀'에서 한 번 부자 호흡을 맞췄던 터라 진영은 박성웅, 신은정의 특별출연 결정이 더욱 뜻깊었다고 말했다.


"선배님께서 작품 할 때 부부동반 출연은 잘 안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엄청난 사랑꾼이신데 함께 출연하면 신경 써야 할 게 많아서 부담이 있으시다고 하더라고요. 특별출연 제안 드렸을 때 신은정 선배님께서 너무 하고 싶다고 하니 박성웅 선배님도 흔쾌히 출연해 주셨어요."


진영은 꾸준히 자신만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매 작품마다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캐릭터의 깊이와 진정성을 전달할 수 있는 배우가 되려 한다. 곧 대만 현지 영화 '1977년, 그 해 그 사진'으로 다시 관객들과 만날 계획이다.


"늘 어떤 역이던 다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로서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작의 모습을 완전히 지우는 거예요. 그래서 그 목표를 위해 늘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작품을 선택할 때 고민이 많았어요. 이 작품이 흥행할지, 캐릭터가 살아날지, 단순히 재미있는지까지 생각했거든요. 여러 선배님들의 필모그래피 찾아보기도 했죠. 그 과정에서 느낀 게, 배우는 흥행을 떠나서 도전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는 게 진짜 중요한 덕목이라는 거였어요. 지금은 생각이 조금 변했어요. 이제는 느낌이 오고, 해보고 싶고, 도전해 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과감히 선택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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