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까지 태어난 이들을 지칭하는 X세대는 ‘절약’이 모토인 기존 세대와 달리 ‘소비’를 적극적으로 한 최초의 세대로 분석됩니다. 경제적 풍요 속에서 자라나면서 개성이 강한 이들은 ‘디지털 이주민’이라는 이름처럼 아날로그 시대에 성장해 디지털 시대에 적응한 세대이기도 하죠. 그만큼 수용할 수 있는 문화의 폭도 넓어 대중음악 시장의 다양성을 이끌었던 주역으로 꼽히는데, 이들이 향유했던 음악을 ‘가요톱10’의 90년대 자료를 바탕으로 Z세대에게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가요톱10’ 1995년 3월 3주 : 한혜진 ‘갈색 추억’
◆가수 한혜진,
1985년에 KBS 11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고, 1987년 MBC 강변가요제에서 ‘사랑의 신이여 내 곁에’로 입상하면서 가수로 데뷔했다. 이후 1990년, 1991년에 각각 ‘가슴 아픈 말 하지마’ ‘사랑이 뭐길래’를 발표했지만 흥행엔 실패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1993년 3집 ‘갈색 추억’이 무려 14개월 동안 ‘가요톱10’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면서 인기 트로트 가수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진한 매력이 느껴지는 퍼포먼스가 더해진 무대로 ‘트로트계 마돈나’라는 별명을 얻은 한혜진은 이후 ‘서울의 밤’ ‘너는 내 남자’ 등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트로트 장르에서 독보적인 색깔을 가진 여성 가수로 자리매김했다. 2000년대 이후로도 한혜진은 꾸준히 앨범을 발매하고 ‘더 트롯쇼’ ‘슈퍼콘서트’ ‘가요무대’ 등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갈색 추억’은,
1993년 발매된 발매한 세 번째 정규 앨범 타이틀곡으로, 패티김, 이미자, 최희준, 나훈아, 조영남, 조용필 등과 작업해 다수의 히트곡을 남긴 정풍송이 작곡했다. 무려 14개월 동안 ‘가요톱10’ 순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한혜진을 단숨에 스타덤에 올려놓은, 그의 대표곡이다. 이 곡에 밀려 활동 기간이 짧았던 전곡 ‘사랑이 뭐길래’도 재조명됐고, 후에 발표된 곡들도 후광을 받아 연달아 히트했으니 한혜진에겐 ‘효자곡’이나 다름없다. 한혜진 역시 이 때문인지 여러 차례 방송을 통해 ‘갈색 추억’을 인생곡으로 꼽았다.
이 곡에 얽힌 일화도 있다. 두 차례 히트에 실패한 그는 ‘이 노래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갈색 추억을 발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혜진은 “’갈색 추억‘은 아버지 과수원을 팔아 제작한 노래다. 이 노래를 부르다가 아버지 생각이 나서 울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3년 있다가 그 자리가 신도시가 됐다. 수백억짜리 땅이 됐다. 지금 생각하면 팔지 마셨어야 했다. 거기 지나갈 때마다 가슴이 무너진다”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우연히 지나가면서 ’아버지 후회 안 하세요‘라고 물어봤더니 ’이거 갖고 있으면 뭐하냐. 네가 전국적으로 사랑 많이 받는 게 좋다‘고 하셨다”라고 감동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