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가요계에서 아티스트의 음악성에 집중해 온 ‘정통’ 음악 기획사들이 존폐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수익 구조의 변화 속에서 음악 중심의 운영 방식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는 하소연이 잇따른다.
싱어송라이터 및 음악성 있는 아티스트들 중심으로 운영되던 일부 기획사들의 변화는 이런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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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예로 안테나를 들 수 있다. 유희열을 중심으로 독자적 음악 색깔을 구축해왔던 토이뮤직(1997)을 전신으로 한 안테나뮤직은 루시드폴, 박새별, 정재형, 페퍼톤스 등을 차례로 영입하면서 싱어송라이터 집단으로 자리잡았다. 사명 역시 ‘지붕 위 안테나처럼 본질에 충실한 좋은 음악을 널리 소개하자’는 의미가 담겼다.
하지만 2021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자본을 유치한 후 방송·예능 분야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스타들을 영입하며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변모한 모양새다. 이는 결과적으로는 음악 자체보다는 예능 콘텐츠 제작 및 소속 아티스트의 방송 활동 지원에 비중이 커지는 양상을 보였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유재석, 이효리, 양세찬, 이미주, 규현, 이서진 등이 합류한 반면 싱어송라이터 이수정, 권진아, 샘김, 적재 등이 전속계약 만료 이후 재계약 없이 안테나를 떠났다.
비슷한 사례로 윤종신이 이끄는 미스틱스토리도 마찬가지의 행보를 걸었다. 윤종신을 필두로 하림, 조정치, 김연우, 장재인, 에디킴, 박지윤 등을 영입하면서 싱어송라이터 중심 소속사로 급성장했다. 이후 배우 전문 소속사와의 합병, 대형 케이팝 기획사와의 제휴 등을 거치면서 주력으로 삼던 김예림, 박지윤, 김연우 등이 소속사를 떠나고 지금은 ‘미스틱스토리’로 배우, 방송인, 가수가 모두 소속된 종합엔터테인먼트의 표본이 됐다.
이러한 경향은 신생 기획사에서도 관찰된다. 인디씬에서 주목받던 매직스트로베이사운드 출신 정준구 대표가 설립한 신생 기획사 CAM은 초기 다비치, 실리카겔, 바밍타이거, 십센치, 이디오테잎, 카더가든, 선우정아 등 음악성에 중점을 둘 것으로 기대됐던 것과 달리 모델 겸 방송인 주우재와 같은 예능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은 아티스트를 영입하면서 사업 방향에 변화를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곧 음악적 역량만으로는 투자 유치나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기존의 정통 노선을 유지하려는 기획사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하고 있다. 유명 싱어송라이터들이 속한 한 기획사는 현재 수익 구조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다른 음악 기획사 역시 적자를 버티지 못해 전속계약이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소속 아티스트를 내보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위기의 배경에는 급변하는 음악 소비 환경이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음반 판매와 유료 음원 스트리밍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 구조는 유튜브를 비롯한 콘텐츠 플랫폼의 등장으로 인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히 무료 콘텐츠에 익숙해진 대중의 소비 패턴 변화는 유료 음원 시장의 파이를 지속적으로 축소시키고 있으며, 이는 고스란히 기획사의 주요 수익원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콘서트 역시 막대한 제작비(대관료, 무대 장치, 인건비 등)와 운영 부담으로 인해 성공적인 흥행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티켓 가격만으로는 제작비를 충당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콘서트는 음악 활동의 연장선상일 뿐 수익 모델로서의 기능은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유튜브의 등장은 대중의 문화 소비 성향을 180도 바꿨다. 서사가 있는 음악은 점차 사라지고, 음악만으로 어필하는 것도 옛날 이야기가 됐다. 정통 음악인의 시대는 가고 보이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음악인과 함께 동행하던 제작자들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 결국은 대형 회사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대중음악 엔터 시장은 모든 것을 책임지고 매니지먼트하는 이전의 형태는 사라지고 있다. 미국처럼 녹음, 공연, 방송, 홍보 등등 분야별로 나눠서 움직이는 에이전시 형태가 늘어날 것”이라며 “흔히 말하던 ‘가족 같은 회사’를 기피하는 시대다. 함께 음악을 만드는 ‘가족’의 마인드는 사라지고 ‘비즈니스 파트너’만 남는 시대”라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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