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주차갈등…현실감 담고 섬뜩해진 한국 공포물 [D:영화 뷰]

이예주 기자 (yejulee@dailian.co.kr)

입력 2025.05.31 14:00  수정 2025.05.31 14:00

한국 공포 영화계에서 가장 각광 받는 소재는 '현실 공포'다. 주차 문제, 층간소음, 스토킹 등 현실적인 갈등을 바탕으로 한 공포 영화는 누구나 비슷한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관객의 몰입감을 높일 수 있다. 이에 흥행 역시 어느 정도 담보된다.


ⓒ㈜바이포엠스튜디오

낯선 사람의 주거 침입을 소재로 한 ‘숨바꼭질’은 560만 관객을, 혼자 사는 여성의 공포를 그려낸 ‘도어락’은 156만 관객을, ‘관음증’와 SNS 중독 시대를 그려낸 영화 ‘그녀가 죽었다’는 123만 관객을 동원했다. 여기에 디지털 시대의 정보 유출이나 스마트폰 분실로 인한 피해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다.


21일 개봉한 영화 '주차금지'는 주차 갈등과 직장 내 괴롭힘, 스토킹 등을 다루며 일상적인 상황에서의 공포를 그려냈다. 연출을 맡은 손현우 감독은 "일상생활에서 마주칠 수 있는 불편함을 담으려고 노력했다"며 촬영 후기를 전했다.


6월 개봉 예정인 '노이즈'와 넷플릭스에서 공개를 앞둔 '84제곱미터'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을 조명한다. 층간소음은 지난해부터 올초 '원정빌라', '괴기맨숀', '사잇소리' 등의 작품에서도 여러 차례 다뤄진 소재다.


이외에도 개봉예정작 '홈캠'은 집안에 설치한 홈캠을 통해 벌어지는 사건을, '악의 도시'는 데이트 폭력, 가스라이팅, 스토킹 등을 주제로 한 공포를 다룬다. 현실적인 소재를 통해 더욱 직관적으로 공포를 전하겠다는 전략이다. '원정빌라'의 김선국 감독은 작품 개봉 당시 "어떤 영화나 작품의 공포보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공포가 더 무서운 법"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이 같은 현실 밀착형 소재를 다룬 것은 그만큼 심각한 문제로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층간소음의 경우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통계에 따르면 2012년 1만 624건(전화 8795건, 현장진단 1829건)이던 민원 접수 건수는 2023년 4만 4204건(전화상담 3만6435건, 현장진단 7769건)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층간소음 관련 살인‧폭력 등 5대 강력범죄도 매해 증가 추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층간소음 관련 5대 강력범죄가 2016년 11건에서 2021년 110건으로 10배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소재가 영화화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일상적인 소재를 다룬 만큼,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주차금지'의 손현우 감독은 "여유가 없는 현대 사회가 조금 더 너그러워졌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3월 개봉한 영화 '스트리밍'은 사이버렉카들이 일으킨 부정적인 이슈들을 떠올리게 한다. 조장호 감독은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1인 매체, 유튜브, BJ의 부정적인 부분은 필터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다만 이처럼 현실을 기반으로 한 공포물이 늘어나면서 장르적 특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스릴러 및 공포 장르에서 사회적 문제를 다루다 보니 층간소음, 주차 갈등과 같은 문제가 복합적인 갈등 원인과 바람직한 해결 방법을 조명하기 보다는 이웃간의 불신과 공포를 유도하는 경향이 있다"며 "갈등을 해결할 대안을 묘사하고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를 다룰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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