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중고자동차 수출단지’(스마트 오토밸리)…좌초 위기 벗어날까?

장현일 기자 (hichang@dailian.co.kr)

입력 2025.07.03 14:48  수정 2025.07.04 11:13

인천시, “역무선부두 일대 중고차 단지로 부적절…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인천경제계, “중고자동차 60% 컨테이너로 수출…인천 신항으로 옮겨야”

인천시 중구 항동 역무선 부두 일대에 조성될 스마트 오토밸리 조감도 ⓒIPA 제공

인천항 첨단 중고차 수출단지인 ‘스마트 오토밸리’ 조성 사업이 사업자와 계약을 체결 한지 2년여 만에 좌초 위기에 놓였다.


이를 추진하는 업체가 자금 조달과 착공 등 절차를 정해진 기한 내에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3일 인천항만공사(IPA)에 따르면 스마트 오토밸리는 중구 남항 배후부지 39만 8000㎡(1단계 20만4000㎡)에 총 4370억원(1단계 2480억원)을 들여 친환경·최첨단 중고차 수출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IPA는 국내 중고차 수출 물량의 80%가량을 처리하는 인천항에 첨단 수출단지를 만들기 위해 공모를 거쳐 2023년 5월 신영·중흥토건·오토허브셀카·신동아건설·리버티랜드 등 5개 회사가 설립한 카마존과 사업추진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자본금 50억원 규모인 카마존은 사업 추진을 위한 자기 자본 446억원 추가 조달을 기한 내에 완료하지 못했다.


IPA는 당초 지난해 말까지였던 조달 기한을 올해 6월까지로 6개월 연장해줬으나 업체는 이번에도 제때 증자를 완료하는데 살패했다.


이 업체는 지난 3월 11일에서 6월 30일까지로 기한이 연장된 착공 신고도 제때 이행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체는 지난 2월 11일 사업 실시계획 승인을 받고 1개월 이내에 착공 신고를 완료해야 했으나 IPA는 촉박한 일정을 고려해 2차례에 걸쳐 6월 30일까지로 신고 기한을 연장해줬다.


게다가 업체는 올해 3∼6월 토지 임대료 19억 2000만원도 제때 납부하지 않아 여러 차례 IPA의 납부 독촉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IPA는 업체를 상대로 자금조달, 착공신고, 임대료 납부를 계속해 독촉하면서 이달 중에는 관련 절차를 마무리해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IPA 관계자는 “그동안 업체에 계속해 시간을 줬으나 관련 절차가 이행되지 않은 상태”라며 “이달 말까지 이행하도록 다시 한번 독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체는 “최근 유명 증권사로부터 투자 의향서를 받았고 이달 중에는 관련 심의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인천항 중고차 업계와 경제계는 인천항 스마트 오토밸리 프로젝트가 2년이 넘도록 지지부진 한 것은 민간 사업자의 자금 동원 능력을 큰 문제로 꼽고 있다.


하지만 IPA의 사업추진 능력에도 한계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민간사업자에게 수차례에 걸쳐 ‘시간을 벌어주는 특혜’까지 제공한 것에 업계는 IPA가 지나쳤다는 지적도 있다.


추진 능력이 안되는 업체한테 굳이 많은 시간을 주면서 까지 자금을 맞추라고 한 것이 특혜시비 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연안부두 역무선 부두 일대에 들어서는 인천항 스마트오토밸리 조성에 대해 인천시가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현재 스마트 오토밸리가 들어서는 역무선 부두 일대는 시가 지구단위계획을 새로 입히는 구역에 포함된다”며 “다른 곳을 물색해 줄 것을 IPA 고위 관계자에게 전했다”라고 말했다.


역무선 부두 일대를 유정복 시장의 최대 공약사업인 제물포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역무선부두 일대에 중고자동차 수출단지를 조성할 경우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 또 수백억원을 투입해 별도의 교통처리 대책(도로신설)을 마련해야 하는 등 풀어야할 숙제가 수두룩 하다.


인천지역 경제계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민원이 없는 송도 신항 쪽으로 옮기는 방안도 제시해 볼만 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모 대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인천 신항 부지 일부를 매입, 중고자동차 수출단지로 조성하는 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인천항에서 외국으로 수출되는 중고자동차의 60%가 컨테이너로 나가고 있다”며 “이같은 중고차 수출 패러다임이 종전 자동차 전용선에서 바뀌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인천 신항이 최적자로 꼽힌다”고 말했다.


인천시와 IPA가 지분을 참여해 명실공히 인천의 대표산업으로 키우는 전략도 짜 볼만 하다.


인천항의 중고자 수출은 국내 전체 물량의 80%를 넘는다. 연간 수조원에 이르는 수출효자 품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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