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서울시청역 역주행 사고 발생 이후에도 차량이 인도·건물로 돌진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 의정부시가 보행자 중심의 걷고 싶은 거리를 조성하고 도시미관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상당수의 도로 안전 시설물을 철거하면서 횡단보도를 지나는 시민들의 안전사고가 크게 우려되고 있다.
특히 학교 인근 스쿨존 범위에 있는 일부 교차로마저 차량의 인도 및 보도 진입을 막기 위한 볼라드를 철거함으로써 학생들이 차량 안전사고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인근 양주시 등 다른 지자체들이 도로 안전 시설물을 강화하는 현상과는 대조적으로 안전 시설물 철거가 혈세 낭비라는 지적마저 일고 있다.
25일 의정부시에 따르면 시가 보행자의 편의를 증진하고 넓은 보행로 조성과 함께 도시 미관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4월 볼라드 등 도로안전 시설물 1517개와 무허가 사설안내표지 23개를 철거한데 이어 올해도 도로안전 시설물 2517개와 사설안내표지판 272개에 대한 정비를 추진 중이다. 이동 인구가 많은 일부 지역은 볼라드를 철거하지 않았거나 민원 제기로 철거를 중단하기도 했다.
시는 이와 함께 별도로 있는 도로안내 표지판과 가로등,차량신호등,보행신호등 등 지주를 통합한 통합지주를 16곳의 교차로에 설치한 것을 비롯, 교통신호기 개선 공사 등을 추진했다.
그러나 교차로 횡단보도와 사고위험 지역에 차량 진입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에 설치한 멀쩡한 볼라드를 지난해 1494개를 철거하는 등 지난 2023년과 지난해 2398개소에 대해 볼라드를 제거했다. 지난해 사설 지주 457개소도 철거됐다.
다른 지자체들은 보행자 안전을 위해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도심지 뿐만 아니라 외곽지역 도로와 학교 인근 교차로까지 볼라드를 추가 설치하고 있다.
시는 일부 지역의 민원 제기로 볼라드를 철거하다 중단했지만 시내 곳곳의 교차로에 설치된 볼라드가 상당수 철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차량이 급발진 및 운전자 과실로 인도 및 보도로 돌진해 보행자가 다치는 사고가 전국적으로 매달 발생하는 점을 감안할 경우 보행자의 안전을 도외시하는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해 7월 1일 오후 9시 26분쯤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A 씨가 몰던 차량이 역주행하다 인도와 횡단보도로 돌진하는 바람에 9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을 입었다. A 씨는 급발진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고 당시 운전자 과실도 컸었지만 도로안전시설물이 미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시청역 참사 1주기를 맞은 지난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도로에서 50대 여성이 운전하던 전기차 SUV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길을 걷던 40대 남성이 숨진데 이어 지난 3일 오후 서울 도봉구 방학사거리에서 택시가 인도로 돌진해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기도 했다.
결국 멀쩡한 볼라드(도로 안전 시설물)를 철거함으로써 시가 추진 중인 보행자 중심의 걷고 싶은 거리가 언제든지 보행자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은 물론 자칫 예산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민락 2지구 H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 이모(56) 씨는 “ 차량 진입 방지를 위해 오목로 대각선 교차로에 설치됐던 볼라드 16개가 지난해 갑자기 철거되는 바람에 횡단보도를 건너기위해 신호등 앞에서 기다릴때마다 차량이 인도로 돌진할까봐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며 “ 지난해 7월 서울시청역 역주행 사고 발생 이후 다른 지자체들은 도로 교통 안전 시설을 강화하고 있는데 왜 파손되지도 않은 볼라드를 철거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의정부시 관계자는 "아름다운 미관의 도시와 보행자 중심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 사고 위험이 적은 지역을 중심으로 시민의 보행에 지장을 주는 과도한 도로 시설물을 철거하고 통합 지주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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