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핫100 진입’…SM의 꿈, 에스파가 이룰까 [D:가요 뷰]

이예주 기자 (yejulee@dailian.co.kr)

입력 2025.07.11 11:51  수정 2025.07.11 12:38

전 세계 음악 차트를 분석 사이트 '토크 오브 더 차트'가 6일 발표한 빌보드 '핫 100' 예측 결과에서 그룹 에스파가 지난달 27일 발매한 싱글 '더티 워크'(Dirty Work)가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 중 하나인 '핫 100'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눈길을 끌었었다. 그러나 이틀 후 빌보드가 발표한 '핫 100' 차트 99위는 조던 데이비스의 '바 논'(Bar None)에게 돌아가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이러한 전망은 SM에 남다른 의미를 시사한다.


ⓒSM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는 그간 한국 음악 산업을 주도하는 한 축으로서 케이팝(K-POP) 아이돌 그룹의 시스템을 만들어낸 기획사다. 특히 2009년 보아가 한국 가수 중 최초로 ‘빌보드 200’ 127위에 오르며 미국 시장 개척의 선두주자로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엑소, 샤이니 종현, NCT 등이 ‘빌보드 200’에만 이름을 올렸을 뿐 ‘핫 100’의 벽은 넘지 못했다. 이는 속칭 4대 기획사라 불리는 하이브, JYP, YG 중 유일하다.


원더걸스를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핫 100’에 진입시킨 JYP는 이후 스트레이키즈와 트와이스를, 하이브는 방탄소년단과 뉴진스, 르세라핌, 아일릿을, YG는 싸이, CL, 블랙핑크를 ‘핫 100’에 올렸다. 대형 기획사가 아닌 피프티피프티와 에이티즈도 ‘핫 100’에 진입했다. SM으로서는 다소 자존심이 상하는 상황인 셈이다.


빌보드 ‘핫 100’의 진입이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SM이 북미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핫 100’은 미국 내 음원 스트리밍 데이터와 라디오 방송 횟수, 뮤직비디오 조회수 등을 합산해 집계되기 때문이다. 실제 그간 SM 아티스트의 주 무대는 아시아 시장이었다.


25년 1분기 SM엔터테인먼트 매출 현황을 살펴보면 음반과 음원 수익이 약 41%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분기 SM에서 가장 많은 음반 판매량을 기록한 아티스트는 하츠투하츠(42만장)로, 데뷔 앨범 ‘더 체이스’(The Chase)는 빌보드 재팬 히트시커스 송 6위, 인도네시아 애플뮤직 5위를 차지한 바 있다. 장철혁 CEO는 5월 실적발표회 당시 하츠투하츠의 성과를 설명하며 “스트리밍 차트에서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한국, 일본, 태국, 필리핀 등 다양한 국가에서 상위권에 안착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북미권 음악 페스티벌 초청 대상자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롤라팔루자는 2022년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시작으로 블랙핑크, 뉴진스, 아이브, 트와이스 등이 초청됐지만 SM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는 아직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코첼라의 경우 블랙핑크, 르세라핌, 에이티즈, 엔하이픈이 무대에 오른 가운데 SM 아티스트는 2022년 에스파 뿐이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 시장에서도 자국 가요가 인기를 끌며 케이팝 가수의 입지가 좁아진 상황이다. 써클차트에 따르면 2017년 케이팝 앨범 판매량의 90%는 아시아 시장에서 발생했으나 2024년 상반기 아시아 시장은 케이팝 앨범 판매량의 65%에 그쳤다. 특히 미국의 데이터 분석 회사인 루미네이트(Luminate)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해 온디맨드 스트리밍(이용자가 음원을 직접 선택해 듣는 방식)에서 자국 음악의 점유율이 3년 전보다 12% 포인트 증가한 35%로 증가한 반면, 케이팝(K-POP)의 점유율은 12%에서 8%로 하락했다. SM 입장에서는 북미와 유럽 시장의 팬덤 확보가 절실할 수밖에 없고, 그런만큼 이를 잘 보여주는 지표인 ‘핫 100’의 진입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는 에스파의 ‘핫 100’ 진입 전망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이기도 하다. 빌보드 ‘핫 100’에 오르지 못했더라도, 에스파는 SM의 공격적인 북미 시장 전략에 맞춰 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그만큼 SM 아티스트 중 빌보드 ‘핫 100’ 진출이 가장 유력한 그룹이다. 에스파는 지난해 10월 발매한 다섯 번째 미니 앨범 ‘위플래시’부터 신곡 발표시 영어 버전을 함께 공개하고 있다. ‘더티 워크’의 경우 미국 출신 래퍼 플로 밀리가 피처링한 버전이 더블 타이틀곡으로 실렸으며, 발매일 또한 금요일 오후 1시로 잡으며 북미 시장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 이 시간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 금요일 자정으로, 빌보드 ‘핫 100’ 부문 집계일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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