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작품들보다 큰 성공…그럼에도 지금 주어진 작품에 충실”
“ ‘오징어 게임’이 연 문 닫히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있다.”
배우 이정재가 ‘오징어 게임’의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시즌1의 글로벌 흥행 이후, 두 시즌을 더 이어나가며 큰 칭찬도, 아쉬움 섞인 반응도 동시에 얻었다. 이정재는 이 같은 호불호에도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황동혁 감독의 뚝심대로 시리즈를 잘 마무리한 것에 만족했다. ‘인생작’으로 남은 ‘오징어 게임’이지만, 지금 주어진 것에 충실하며 앞으로 나아갈 생각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3’은 자신만의 목적을 품고 다시 참가한 게임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잃은 기훈(이정재 분)과 정체를 숨긴 채 게임에 숨어들었던 프론트맨(이병헌 분), 그리고 그 잔인한 게임 속에서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을 그렸다. 2021년 시즌1 공개 이후 전 세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K-콘텐츠 열풍의 주역이 됐던 ‘오징어 게임’ 시리즈가 6년 여정을 마무리한 것.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 시리즈에서 456번 참가자 성기훈 역을 맡아 작품을 이끌었다.
ⓒ넷플릭스
시즌1에서 성기훈의 우승으로 서사가 마무리됐지만,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후속 시즌이 탄생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게임에 다시 참여한 기훈은 시즌1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으로 참가자들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시즌1의 허술하지만 해맑은 기훈은 사라지고, 다소 무거워진 기훈을 향해 ‘답답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시즌3 이정재의 선택에 대한 호불호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정재는 작품, 그리고 메시지를 위한 선택이라고 이해하며 황동혁 감독의 선택에 만족했다.
“황 감독님의 ‘이 프로젝트를 마무리를 하겠다’는 결심이 컸던 것 같다. 이 정도로 성공한 프로젝트는 시즌5 이상 넘어가지 않나. 몇 년을 더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임에도 이 작품의 완결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만 생각하신 것 같다. 계속 갈 것이냐, ‘보통 사람은 아니구나’, ‘이 사람 그냥 작가구나’라고 생각했다. 작가로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이런 주제로 토론하고 싶으셨던 것이다. 용기에 놀랐다. 대본 세 개를 한꺼번에 받아서 읽었는데, 저도 엔딩이 이럴 줄은 상상도 못 했었다. 작가주의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했고, 감독님의 애정도 느꼈다.”
시즌2에서 일으켰던 기훈의 혁명이 실패로 돌아간 뒤, 시즌3에서의 활약은 다소 미미해졌다는 반응도 있었다. 시즌2, 3으로 이야기를 확장하며 스케일은 커지고, 캐릭터도 많아졌는데 이때 기훈의 분량이 다소 아쉬웠다고 언급하는 시청자도 있었다. 이정재는 이 또한 ‘작품 전체’를 위한 일이었다며 의연하게 받아들였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 중 하나라고 여겼다. 시즌1에서는 (기훈의) 다양한 감정 표현을 보는 것이 재미였다면 시즌2에선 다양한 캐릭터들의 활약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식으로 바뀐 것이다. 기훈은 그래서 관찰자의 입장으로 자연스럽게 변모한 것이라고 봤다. 기훈만 보여줬다면, 이렇듯 다양한 재미는 없었을 것 같다. 전체를 두고 봤을 때 저는 좋은 선택이었다고 여긴다. 작품은 팀으로 표현하는 것이고, 모두가 나눠서 연기하되 하나로 메시지를 모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 역할에 대한) 아쉬움 같은 건 생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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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훈의 변화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에 더욱 집중했다. 큰일을 겪고, 완전히 변한 인물을 연기해야 했던 만큼, 그 간극을 잘 채우는 것이 중요했다. 다시 게임에 참가한 기훈의 행보를 두고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렸지만, 기훈의 변화 과정을 치열하게 고민한 이정재는 기훈의 마지막 선택도 이해할 수 있었다.
“시즌1의 기훈이 어떤 모습으로 나와야 집중을 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다. 임산부가 들어와서 아이를 낳기도 하고, 모자가 들어와서 아들을 죽이게 되기도 하고. 기훈은 그 안에서 자기가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한 뒤 대호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그러다가 좌절한다. 기훈은 여러 캐릭터들을 하나의 그물망으로 감아주는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겠더라. 마지막 선택을 하게 되는 지점까지는 각 캐릭터의 모습을 충분히 지켜보는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여겼다. 분기점을 어디로 잡아나가야 할지, 세밀하게 잡아나가고, 이를 위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시즌3의 하이라이트인 결말도 공들여 찍었다. 명기(임시완 분)와 아이를 안은 기훈의 대립은 ‘오징어 게임3’의 클라이맥스이자 곧 메시지를 총집합한 장면이기도 했던 것. 이정재는 ‘다이어트도 이날로 끝이었다’고 농담하면서도 이 장면을 완벽하게 완성하기 위해 했던 노력들을 전했다.
“감독님이 이 프로젝트 중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여기셨을 것이다. 보통 촬영 땐 스케줄을 빡빡하게 짜는데, 그날은 컷 수가 적었다. 마지막 엔딩만 찍으려고 하루를 빼두는 스케줄이었다. 특히 명기, 기훈이 떨어지기 직전의 장면은 다양하게 많이 찍었다. 편집실에서 보고 판단하시려고 여러 버전을 찍었다. 아주 디테일하게 바뀐 버전에서부터 표현을 다양하게 하는 버전까지, 그날 온종일 그것만 찍었다. 저도 어떤 테이크를 선택하실지 궁금했다. 물론 고민도 있었지만, 그만큼 시간을 충분히 들여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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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에게 ‘오징어 게임’ 시리즈는 ‘인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었다. 황 감독의 의도와 시청자들이 느끼는 지점은 다를 수 있지만, 이정재는 끝까지 인간답기 위해 노력한 기훈의 소신을 전달하는데 집중했다.
“‘오징어 게임’은 하나로 규정하기가 힘들다. 양심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생각했다. 감독님은 사회적인 이야기, 정치적인 이야기까지도 말씀하시는데 기훈을 연기한 저는 양심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나의 양심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기훈은 그런 선택을 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1 이후 ‘스타워즈’ 세계관에 입성, ‘애콜라이트’로 글로벌 영향력을 발휘하는 등 이제는 ‘월드 스타’가 된 이정재다. 그럼에도 이정재는 “크게 성공한 작품이지만, 늘 그런 것만 보고 일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정재는 큰 감사함과 더 커진 책임감으로 차분하게 주어진 작품에 임할 생각이다.
“지금까지 일하면서 성공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았던 작품도 있다. 그럼에도 ‘오징어 게임’ 시리즈는 앞선 작품들보다 훨씬 큰 성공이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저는 지금 들어온 작품에 신경을 쓰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지금 드라마 ‘얄미운 사랑’을 찍고 있는데, 이 작품을 어떻게 더 재밌게 만들지, 거기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이정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저는 이런 마음이다. 제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작품이긴 하다. 바라는 건 있다. ‘오징어 게임’으로 인해 한국 콘텐츠가 다양하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는 문이 열렸는데 그것이 좁혀지지 않게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과 바람은 있다. 기대와 바람은 더 커졌겠지만, 지금처럼 쭉 한국 콘텐츠가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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