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무용·국악·클래식 한 무대
‘K-콘텐츠 페스티벌’로 장르를 넘다
광복 80주년의 여름, 경기 시흥 거북섬이 예술의 물결로 물든다.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아트센터가 주관하는 ‘K-콘텐츠 페스티벌’이 8월 15일부터 16일까지, 이틀간 펼쳐진다. 올해 축제의 핵심은 단연 경기도의 네 개 주요 예술단이 한 무대에 선다는 사실이다. 연극, 무용, 국악, 클래식이 차례로 바통을 이어받으며, 광복을 ‘기념’을 넘어 ‘헌정’의 무대로 재탄생시킨다.
기억을 예술로 번역하다
이번 무대에 오르는 경기도극단, 경기도무용단,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모두 각자의 장르에서 한국 공연문화의 한 축을 이끌어온 단체다. 김상회 경기아트센터 사장은 “광복절을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라 현재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는 이번 축제의 방향을 명확히 드러낸다. 네 단체는 서로 다른 예술 언어로 ‘자유’와 ‘기억’이라는 공통 주제를 풀어낸다.
첫날 – 목소리와 선율로 그리는 ‘환희’
8월 15일, 막이 오르면 경기도극단이 가장 먼저 무대에 선다. 안중근, 유관순, 윤봉길, 김구… 이름만 들어도 가슴 뜨거운 독립운동가 13인의 목소리가 배우들의 입을 통해 되살아난다. 단순한 재현이 아닌, 그들이 걸어간 험난한 여정을 관객 앞에 ‘살아 있는 문장’으로 옮기는 장엄한 낭독극이다.
이어지는 무대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금관·타악 11중주. <Washington Post March>의 경쾌함에서 <ABBA GOLD>, <Disney Favorites>의 대중적 멜로디까지, 날카로운 햇빛 아래 터져 나오는 환희의 순간들이 음표로 흘러나온다.
둘째 날 – 몸짓과 가락으로 피어나는 꽃
다음 날, 경기도무용단은 전통무용 오고무를 중심에 둔 작품 <련, 다시 피는 꽃>을 선보인다. 북의 울림과 춤사위가 함께 만들어내는 장면에는 민족의 아픔과 부활이 겹쳐진다. ‘련(蓮)’은 연꽃, 진흙 속에서도 피어나는 순결과 생명력을 상징한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주제곡, <아리랑환상곡>, <축제> 3악장을 국악관현악으로 들려준다. 익숙한 선율은 변주를 통해 ‘낯섦’으로 재탄생하고, 관객은 그 속에서 광복의 의미를 다시 만나게 된다. 마지막 <축제>에서는 한국인의 흥과 놀이의 에너지가 객석을 감싼다.
역사를 기록하는 예술의 힘
경기도예술단이 역사와 시대를 무대에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경기도극단의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작 <몽양, 1919>, 제암리 학살사건을 다룬 <끌 수 없는 불꽃>, 경기도무용단의 광복 70주년 기념작 <황녀, 이덕혜> 등이 그 증거다. 경기필은 광복 70주년에 베를린 필하모니 초청공연을 성사시켰고,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는 오는 8월 23일 광복 80주년 칸타타 <빛이 된 노래>를 준비 중이다. 예술단들의 발자취는 곧 경기도의 문화사이자, 한국 근현대사의 예술적 기록이다.
무대 밖의 즐길 거리
거북섬 현장은 공연만큼 다채롭다. 에어돔 안에서는 미디어아트쇼와 EDM 공연이 이어지고, 드론 조종과 스피드 드론 체험이 가족 관람객을 기다린다. 밤이 되면 연막 드론 에어쇼와 불꽃 드론쇼가 바다 위를 수놓는다. MBC플러스 버스킹 프로그램 ‘소풍’ 특집 녹화도 현장의 열기를 담아낸다.
예술로 잇는 ‘기억의 다리’
광복 80년, 세월은 흘렀지만 ‘기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번 ‘K-콘텐츠 페스티벌’은 그 기억을 예술로 번역해 다음 세대에 건네는 시도다. 연극의 목소리, 무용의 몸짓, 국악의 아련함, 클래식의 울림이 모여 하나의 문장을 완성한다. 그것은 어쩌면 ‘광복은 끝나지 않았다’는, 그리고 그 기억을 잇는 일은 지금도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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