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현의 재발견…‘악마…’ 통해 진정성·깊이 발산 [D:PICK]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입력 2025.08.19 12:10  수정 2025.08.19 13:22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배우 안보현의 ‘연기 품’으로

안보현이 품은 ‘연기의 우물’, 이토록 맛있을 줄이야!

배우 안보현. 사진에는 채 담기지 않는 길구, 영화로 봐야 할 이유 ⓒCJ ENM 제공

배우에 대해 선입견, 편견을 지니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쉽지 않다. 안보현에게 사과할 일이 생기고야 말았다.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감독 이상근, 제작 ㈜외유내강, 배급 CJ ENM)를 통해서다.


영화는 이상근 감독 특유의 ‘배짱’ 넘치는 여유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피식 웃음의 묘미와 잔잔한 유머가 이어지다 생각지 못한 감동 한 큰술로 끝을 맺는다.


영화에는 반드시 그 영화의 결 그대로를 보여주고, 감독의 주제의식을 대변하는 인물이 있기 마련이다. 또 새로운 발견의 기쁨을 안기는 배우도 꼭 있다.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에서는 이 인물과 그 배우가 같다. 안보현이다.


순수해도 웃길 수 있고, 빠르지 않아도 재미있을 수 있음을 알고 있다는 듯 ‘무공해 코미디영화’를 선보이고자 했던 이상근 감독의 결이 길구(안보현 분) 자체인데. 배우 안보현 안에 이토록 해맑은 순수가 진정성 있게 자리했던가? 깜짝 놀랄 만큼 대단한 깊이로 인물의 끝 모를 ‘선함’을 표현했다.


여기까지는 어떻게 ‘발견’으로 모면해 보겠는데, 배우 안보현이 품은 ‘연기의 우물’이 이토록 맛있는 물을 담지하고 있는 줄은 정말 몰랐다. 그간의 출연작에서 주로 강한 캐릭터를 선보여선지, 운동선수 출신으로 남다른 육신을 지녀선지 연기가 ‘단선적’이라고 단정했더랬다. 사과가 필요한 폄훼다.


선지의 마음을 연 길구(왼쪽)의 순수미 ⓒCJ ENM 제공

많은 일이 지나고 보면 ‘필연’인 경우가 많다. 그때는 일이 꼬여버렸거나 최선을 놓쳤다고 생각했는데, 차선으로 택한 안이 되레 ‘최상’이었고 ‘이렇게 하지 않으면 어쩔 뻔 했나’ 가슴을 쓸어내린다.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에 애초 낙점돼 있던 이가 아니라 배우 안보현으로 확정된 일이 바로 그렇다.


배우 안보현 아닌 길구를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길구(길을 내서 누군가, 무엇인가를 구한다는 뜻이 담긴 이름)는 선지(임윤아 분)와 문양(임윤아 분)을 구했고 영화를 구했다.


안보현을 알아보는 선구안을 지닌 감독 이상근, 함께 마음으로 안보현을 캐스팅한 제작사 외유내강.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를 볼 이유는 여럿이지만, 배우 안보현의 ‘연기 품’으로 들어가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배우 안보현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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