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에 꽉 막힌 대출 창구…서민금융은 누가 책임지나 [기자수첩-금융]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5.08.26 07:03  수정 2025.08.26 07:03

정부, 6.27 규제 및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고강도 대출 규제

은행, 초우량 차주 중심 대출 취급…문턱 못 넘은 차주 2금융권 行

중저신용자, 대출 창구 더 좁아져…마지막 보루 대부업계도 줄어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 증가세…최소한의 금융 접근성 보장해야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창구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데일리안 AI이미지 삽화

"대출 자체를 못 내주니까…진짜 어려운 사람들은 더 받기 힘든 거죠."


한 2금융권 관계자가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명분으로 내세운 대출 규제가 장기화 되면서 서민들의 대출 창구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해, 정부는 6·27 대출 규제와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등 고강도 규제 카드를 꺼냈다.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는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최대 6억원,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는 최대 1억원으로 제한됐다. 신용대출 한도도 연소득 이내로 묶었다. 여기에 3단계 스트레스 DSR까지 적용되면서 실제로 서민이 받을 수 있는 제도권 대출 창구는 크게 좁아졌다.


이에 은행권은 초우량 차주 중심으로만 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지난 6월 가계대출을 받은 고객의 평균 신용점수는 944점이다. 이는 관련 통계가 공시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 결과 은행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차주들은 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의 상황도 은행과 다르지 않다. 강화된 대출 규제와 건전성 관리 기조 속에서 보수적 심사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기존 2금융권의 주 고객층인 중저신용자들이다. 1금융권에서 넘어온 차주들에 밀리면서 중저신용자들의 대출 창구는 더욱 좁아졌다. 대출 여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중저신용자에게 돈을 내주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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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신용자 대부분이 필요로 하는 대출 규모는 크지 않다. 수십~수백만 원 정도의 소액이지만, 이들에게는 삶과 직결된 중요한 돈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자에게 "돈 몇십만원 떄문에 죽고 사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라며 이들이 처한 상황을 대변하기도 했다.


서민 급전창구로 여겨지는 카드론도 최근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중저신용자들이 제도권 금융에서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마지막 보루였던 대부업계 역시 법정 최고금리 인하 여파로 영업을 축소하거나 개점휴업 상태에 놓여 제도권 금융의 '사다리'가 줄줄이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강화된 대출 규제가 서민금융을 위축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이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날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불법사금융 피해 관련 신고·상담은 증가세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융 당국에 접수된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상담은 984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건수(1만5397건)의 63%에 달한다.


중저신용자들이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는 현실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계대출 억제가 최우적으로 중요하지만, 동시에 벼랑 끝에 몰린 서민들을 위한 정책적 고민도 병행돼야 한다. 저신용자 전용 금융 창구 마련 등 최소한의 금융 접근성을 보장하고, 이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하는 구조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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