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도미노'…문민 장관 리더십 시험대
인력난·간부 이탈·자원 축소 '삼중고' 위기
전군 특별 부대정밀진단 실시…실효성 의문
안규백 국방부 장관 취임 이후 불과 두 달여 만에 세 번째 총기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문민 국방장관 체제의 출범이 군 기강 해이와 맞물려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5일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총기 사고는 지난 13일 인천 대청도 해병부 병장 사망 사건, 지난달 23일 육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서 하사 사망 사건, 지난 2일 대구 수성못 산책로에서 육군 대위가 숨진 채 발견된 일 등 세 번째다.
여기에 지난 10일 파주 육군 포병부대에서 비사격 훈련 중 발사음과 연기를 묘사하는 폭발효과묘사탄이 폭발해 장병 10명이 다쳤다. 같은 날 제주도 공군부대에서도 예비군 훈련 중 연습용 지뢰 뇌관이 터져 7명이 이명과 찰과상 등 경상을 입기도 했다.
병영 내 총기 안전 문제는 단순한 개인 일탈을 넘어 지휘부의 관리·감독 실패와 직결된다.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상급 지휘관의 관리 지침이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자성도 나온다.
이같은 사고가 겹치면서 군 내부에서는 '사고가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군 기강 확립을 외쳐온 지휘부의 메시지가 장병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안 장관은 지난 5일 전군 지휘관회의를 소집해 "군 기강을 확립하라"고 강조했으나, 불과 열흘 만에 또다시 총기 사고가 발생하면서 지휘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5·16 이후 64년 만에 민간인 국방부 장관이 처음 탄생한 후 군 내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군 기강 해이 문제 등이 해결될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잇단 인명 사고로 군 안팎에서는 실망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핵심이 단순히 사고 발생 건수에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군내 사고는 과거에도 꾸준히 있었지만, 최근 연달아 발생하는 양상은 구조적 허점과 느슨해진 기강의 결합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최근 사고는 초급 간부 부족, 인구 감소에 따른 병력 자원 축소, 중견 간부 이탈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사실상 군 복무에 적합하지 않은 인원까지 입영시키는 현실이 사고 위험을 키우고 있다
이어 장교·부사관 등 간부 인력에 대해서도 "자격과 역량이 충분하지 않은 이들까지 임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런 인력 관리 부실이 총기 관리와 부대 관리, 나아가 군 사기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방부는 최근 발생한 군 사망 사고 및 폭발 사고를 계기로 16일부터 30일까지 '전군 특별 부대정밀진단'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총기 사망' 사고 등 군 관련 사건·사고가 연이어 터지자 "이달 말까지 최하위 제대인 소대급부터 전 제대에 걸쳐서 전군 특별 부대정밀진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최하위 제대인 소대급부터 전 제대에 걸쳐 전군 특별 부대정밀진단을 실시하고, 특별 부대진단결과를 지휘계선으로 보고한 후 최종적으로 각 군 본부에서 국방부로 보고할 예정이다.
이 부대변인은 "이번 부대정밀진단은 병영생활과 교육·훈련, 작전활동 간 발생 가능한 사고 예방 그리고 총기 및 탄약 관리 실태, 응급의료체계, 정신건강 관리 시스템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시대의 변화에 맞지 않고 타성적·관행적으로 시행하는 사항 등을 식별하고, 인지된 문제점에 대해 후속조치하고 반드시 추적관리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군 특별 부대정밀진단을 통해 각 급 부대(기관)에서 분야별 이미 만들어진 매뉴얼과 최신 지침을 모든 인원이 인지하고 행동화 준수할 수 있도록 철저히 교육하고, 시행기간 중 특별 부대정밀진단에 집중할 수 있도록 대비태세를 갖춘 가운데 안정적인 부대관리를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군 내부에서는 이번 전군 특별 부대정밀진단이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의 실효성에 달려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여주기식 징계 강화나 일시적 단속만으로는 군 기강을 세우기 어렵다.
병영 안전관리 시스템의 전면적인 점검과 함께, 지휘관 책임성을 강화하고 장병 정신교육을 재정비하는 등 근본적인 처방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단순한 약속에 그치지 않는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게 군 안팎의 공통된 주문이다.
최 교수는 "사고가 날 때마다 같은 조치를 반복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는다"며 "군 통수권자는 대통령인 만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군 인력 관리와 기강 확립 문제를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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