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을 무기 삼아 영화로, 드라마로 부지런히 제작되며 급상성하던 웹툰 시장이 위기에 직면했다. 성장은 멈추고, 웹툰 업계 내부 문제들이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외형만큼 내부의 질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생’ 시리즈와 ‘이끼’, ‘파인: 촌뜨기들’ 등 여러 편의 히트작을 배출하며 일찌감치 ‘웹툰 영상화’ 흐름의 초석을 다졌던 윤태호 작가는 최근 디즈니플러스 ‘파인: 촌뜨기들’의 원작자로 인터뷰에 나서 영상 콘텐츠 산업에 대한 부러움을 내비쳤다.
트레이싱 의혹으로 빈축을 산 윈드브레이커ⓒ
그는 웹툰과 영상의 여러 차이점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영상은 아무래도 시스템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부러운 면도 있다”고 언급했는데, “(강윤성 감독님은) 도로 위에 쏟아져 나온 사람들의 빡빡함, 지하철 또는 버스와 같은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어지간하면 걸어 다니는 시대상을 보여주려고 빡빡한 거리를 생각하셨지만 그게 잘 구현되지 않은 면도 있다. 그런데 무수한 70년대 간판을 보며 부러웠다. 저도 배경도 많이 넣고 싶지만, 제 만화 속 거리에는 주인공만 서 있곤 했다. 그런 게 지금도 아쉽다. ‘파인’은 주 2회 연재라 정말 잠자는 시간을 빼고 작업만 했다. 그래서 고독한 도시 같은 느낌이 좀 있었던 것 같다”라고 ‘스시템의 차이’를 언급했다.
프리 프로덕션 과정부터 촬영, 그리고 후반 작업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에 걸쳐 한 편의 작품을 완성하는 영화 시스템과 비교했을 때, ‘마감’에 쫓기는 웹툰 작가가 추구하는 완성도의 차이가 ‘어쩔 수 없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물론, 영화와 드라마 또한 ‘마감일’에 맞춰 빠듯하게 작업을 하는 등 아직 개선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있지만, 프리 프로덕션 단계까지 포함해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긴 시간 어렵게 구축해 온 영화계의 시스템이 웹툰 업계에는 하나의 ‘좋은 예’가 됐던 것이다.
모바일에 시대 최적화된 독서 방식, 그리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성장과 맞물려 ‘색다른’ 표현의 웹툰 또는 웹소설의 영상화가 활발하게 이뤄지며 웹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국내 독자들의 반응이 전보다 시들해지고, 일본을 제외하면 해외 지역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정체기’를 맞았다는 걱정 어린 시선을 받았다.
물론, 지난해 미국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네이버웹툰의 성과를 아직 지켜봐야 하지만, 웹툰 플랫폼 코미코, 피너툰이 연이어 문을 닫는 등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의 ‘양강’ 체제가 굳어지고 있어 앞으로의 웹툰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엔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다.
중소웹툰플랫폼이 버티지 못하면서 ‘건강한’ 생태계를 통해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 웹툰 시장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특히 윤 작가의 언급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커진 외형에 비해 내실은 아직 다져나가야 하는 현재. 웹툰 업계의 내부 문제가 연이어 부각이 되고 있어 긍정적인 전망을 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우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일 발간한 ‘2024 웹툰 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년 내내 작품을 연재한 웹툰 작가의 연수익 중위값은 3800만원에 불과했는데, 2023년 국민 월가구소득(4인 가족 기준) 중위값은 540만원을 연 소득으로 환산한 6480만원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웹툰 작가의 소득이 국민 월 가구소득(4인 가족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 상황에서 윤 작가가 꿈꾸는 시스템이 구축될 것이라는 기대는 하기 힘든 상황이다.
‘트레이싱’(그림 베끼기 의혹) 문제가 대두되며 웹툰 시장의 문제를 ‘바깥’에서 찾기보단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특히 최근 10년 넘게 연재한 인기 웹툰 ‘윈드브레이커’ 작가가 트레이싱 의혹에 대해 “긴 세월 마감에 쫓기는 삶을 이어오다 보니 조급한 마음에 창작자로서 지켜야 할 기준을 지키지 못했다”고 인정, 연재를 중단해 독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던 것.
그 이면엔 웹툰 작가들의 과도한 부담감이 이 같은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해결되지 못하는 웹툰 불법 유통 문제, ‘AI’의 무분별한 사용에 대한 기준 마련 필요성 등 웹툰 업계 외부의 문제도 없지 않다. 동시에 정체된 성장세를 뚫을 돌파구가 필요한 지금, 더 멀리 가기 위해선 내실을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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