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음악은 오랫동안 조영욱, 조성우, 김태성, 모그, 달파란 같은 전문 작곡가들이 오케스트레이션과 정통 영화음악 문법을 통해 감정선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주도해왔지만 최근에는 뮤지션 출신들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하며 작품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OST 가창으로 참여하는 것에 머물렀다면, 작품의 초기 단계부터 합류해 전체적인 음악적 톤과 전략을 설계하는 감독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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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노브레인의 황현성이 극장판 애니메이션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의 음악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직접 작사·작곡·가창에 참여하고 러블리즈 출신 수정, 밴드 터치드의 보컬 윤민, 신인 가수 오모까지 합류한 OST에 다양한 색을 더했다.
악뮤의 이찬혁 역시 영화 ‘태양의 노래’를 통해 첫 음악감독을 맡아 자작곡으로 극과 현실을 긴밀하게 연결하며 캐릭터의 서사를 강화했다.
장기하는 류승완 감독과 손잡고 영화 ‘밀수’와 ‘베테랑2’의 음악 작업에 참여하며 자신의 개성을 영화 음악으로 이어갔다.
이 흐름의 선두주자는 힙합·R&B 프로듀서 프라이머리다. 그는 넷플릭스 ‘D.P.’와 ‘약한영웅’, 디즈니플러스 ‘킬러들의 쇼핑몰’, 쿠팡플레이 ‘뉴토피아’,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과 ‘파일럿’ 등 굵직한 작품에 연이어 참여하며 이미 음악감독으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프라이머리가 보여주는 특징은 기존 영화음악 작곡가들이 구축해온 오케스트레이션적 감정 선율 대신, 힙합과 R&B 특유의 비트와 미니멀한 편곡으로 장면을 리드한다는 점이다. 이는 OTT 드라마가 지닌 젊은 감각, 도시적 정서와도 잘 맞아떨어지며 몰입감을 만든다.
전통적 영화음악이 감정을 세밀하게 짚어내는 장르적 완성도를 추구해왔다면 뮤지션들의 합류는 록, 힙합, R&B, 일렉트로닉 등 대중음악의 스펙트럼을 작품 속으로 끌어와 장르 다변화와 차별화된 사운드를 구현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여기에 유명 뮤지션들이 참여한다는 사실 자체가 대중적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작품 홍보와 OST 발매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어 제작사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선택이다.
뮤지션에게는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새로운 무대에 적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며, 영화와 OTT 역시 그 에너지를 받아 작품의 색을 풍부하게 채워가면서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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