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은, ‘은중과 상연’을 완성한 ‘섬세한’ 감성 [D:인터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09.29 08:37  수정 2025.09.29 08:37

“조력사망, 신중했지만 서사 잘 쌓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오늘만 잘 살자’는 주의…우리에게 매일매일의 시간이 주어진다고 여기지 않는다.”

배우 김고은에게 ‘은중과 상연’은, 제작발표회에서도 자신의 경험이 떠올라 눈물을 보일 만큼 ‘깊게’ 몰입한 작품이었다. 극적인 전개를 통해 흥미를 유발하지는 않지만 ‘나의 20대’ 혹은 나의 소중한 인연을 되새기게 하는 작품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은중과 상연’은 매 순간 서로를 가장 좋아하고 동경하며, 또 질투하고 미워하며 일생에 걸쳐 얽히고설킨 두 친구, 은중과 상연(박지현 분)의 모든 시간들을 마주하는 작품이다. 김고은은 이 드라마에서 넉넉하지 않은 유년시절을 보내야 했지만, 밝고 씩씩한 성격으로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는 은중을 연기했다.


상연과 끈끈하던 시절부터 동경하며 또 미워했던 시기를 거쳐, 그의 마지막까지 함께해 주는 일대기를 차근차근 그려나가며 시청자들을 몰입케 했다. 어린 은중을 연기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10대, 20대 시절을 떠올리며 공감했기에 어렵지 않게 서사를 쌓아나갈 수 있었다.


“20대 초반은, 10대의 기운이 많이 남아는 시기이지 않나. 저도 20대를 지나왔으니까 그걸 떠올렸다. 당시엔 볼살이 통통했다. 그런 느낌을 좀 내고는 싶었다. 감정에 대해 서툰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30대 때는 일을 가장 활발한다. 어떤 직업군이냐에 따라 또 다를 것 같았다. 말투나 제스처 같은 것이 직업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PD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의견을 조율하는 사람이다. 그에 따른 태도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내고자 했다. 40대가 된다고 해서 크게 바뀌진 않을 것이다. 다만 은중의 직업이 바뀌었고, 분위기나 기운 같은 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더라. 작가는 또 혼자 하는 작업이다 보니 조금 더 차분한 기운을 내뿜고자 했다.”


은중의 본질은 확실했다. 시간대 별로 감정도,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지지만 그럼에도 은중만의 솔직하고, 꾸밈없는 매력은 어린 시절부터 그를 지탱한 힘이라고 여겼다. 상연과의 복잡미묘한 관계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동경’이라는 본질적인 감정을 떠올리며 흔들림 없이 그려나갔다.


“은중에게 상연은 자기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일 것이다. 저는 우정이라고 여기기보단 인간 대 인간의 영향이라고 둘의 관계를 분석했다. 이 인간에 대한 연민도 있고, 이해도 있고. 그런 것들이 쌓였다고 생각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에 가깝지 않았을까. 우정도 사랑의 일종이지만, 어찌 됐건 단순히 우정은 아닌 것 같다.”


이렇듯 깊은 이해가 있었기에 더욱 섬세하게 은중을 완성할 수 있었다. 제작발표회 당시, 박지현의 캐릭터 설명을 들으며 눈물을 보인 것 또한 이렇듯 은중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한, 자연스러운 감정이었다. 새드엔딩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던 ‘은중과 상연’의 결말도 물론 안타깝지만, 이때 했을 법한 은중의 치열했던 과정이 촬영이 끝난 지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캐릭터에 이입을 했다기보다는 그 인물을 생각했을 때 안타까움이 있었다. 은중이 상연의 마지막에 동행하며 했던 생각들, 혼자 정리하며 했던 생각들이 그때 스쳤다. ‘어떤 방식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주는 것이 남는 사람에게도 너무 큰 아픔으로 남지 않을까’. 그런 고민들을 했던 것이 떠올라 눈물이 났었다. 그날 울어서 눈이 엄청 부었다.”



극 중 은중과 상연과는 달리, 박지현과 서로 배려하고 도와주며 캐릭터를 함께 완성했다. 극 중에서는 애정과 질투가 뒤섞여 뗄 수 없는 관계가 됐지만 현장에서는 묵묵히 지켜보고, 필요할 때 손을 내밀며 혹시 생길 수 있는 빈틈을 채워나갔다. 은중도, 상연도 입체적인 캐릭터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엔, 두 배우의 케미도 한몫했던 것.


“현장에선 즐거웠다. 저는 이 이야기를 처음 봤을 때, ‘이걸 내게 준 이유가 무엇일까’ 싶었다. 내가 이 작품에서 해내야 하는 몫이 무엇일까를 생각했을 때 이 이야기는 어쨌든 남겨진 은중이 ‘이야기 안에서라도’ 살고 싶은 은중의 이야기를 해 주는 서사라고 생각했다. 은중으로 극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긴 호흡을 이어가는데 든든하게 있어 주는 역할이라고 여겼다. 나레이션도 많았다. 반대로 상연은 감정의 폭이 컸다. 현장에서 40대의 은중이 된 마음으로 박지현을 바라봤다. 바라봐 주기도 하고, 힘들지 않을까 걱정도 했다. 반대로 박지현은 내가 필요한 아이템을 툭 하고 주기도 하고, ‘이거 입어야지 안 추워’, ‘이거 해야지 버틸 수 있어’라며 초콜릿을 주기도 하고. 그런 호흡이 잘 맞았다.”


조력사망이라는 무거운 주제도 부담스러웠지만, 그럼에도 은중, 상연의 감정이 먼저였다.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서사가 납득이 되면, ‘은중과 상연’이 다루는 주제도, 결말도 이해될 수 있다고 여겼다. 조심스럽지만, 너무 무겁지는 않게 ‘은중과 상연’의 ‘핵심’을 완성했다.


“조력 사망에 대한 건, 극의 마지막에 나오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그전에 서사를 잘 쌓는 것이 필요했다. 모두가 어느 정도 책임감을 가지고 가볍지 않게 그려나가고자 하는 마음은 있었다. 촬영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떼는 기분이었다. 잘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신중하게 임하고자 했다. 조력 사망은 개인의 선택인 것 같다. 그 고통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찬성, 반대라고 말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가장 가까운 누군가가 동행을 바란다면, 동행을 해 줄 의지는 있다.”


‘죽음’, 그리고 남겨진 사람에 대해 고민하는 이야기이지만, 김고은은 죽음이라는 미래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어진 것에 충실한 것이 최선이라고 여기면서, 즐기고 또 열심히 해 나가는 것이 그의 소신이었다.


“오늘만 잘 살자’는 주의인데, 그게 더 강해진 것 같다. 내일을 걱정하는 것보다는 오늘을 잘 살면 되지 않을까. 우리에게 매일매일의 시간이 주어진다고 여기지 않고, 늘 시간이 없다고 여기는 편이다. 부모님께 표현하는 것이라던지, 그런 것들에 인색하지 않다. 오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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