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뜻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자전쟁 2년

가자 평화협상 진행 중이지만 하마스 무장해제까지는 기대하기 힘들어

이스라엘 폭격으로 가자지구 주민들이 죽는 상황을 수수방관해 온 하마스

세계여론이 이스라엘을 비난하면서 전쟁의 진정한 승리자라고 자처하는 하마스

지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에게 납치되어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인질 48명의 모습.ⓒ 원포이스라엘

지금 트럼프가 주도하는 가자지구 평화협상이 진행 중이고 곧 '인질 석방'을 비롯한 무언가 발표될 듯 한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10일 발표되는 노벨평화상을 받기 위해 가자지구 평화협상을 공적의 하나로 올리고 싶을 것이다. 트럼프는 하마스에게 살벌한 최후통첩도 여러 번 보냈다. 하지만 인질 석방과 포로 교환이 진행되고 이어서 하마스의 무장해제와 이스라엘의 철군까지 아우르는 조건들이 순순히 진행되리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마스가 이 정도 요구 조건에 응할 집단이라면 2년 전 대규모 테러를 일으키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떤 테러조직도 자발적으로 해체한 적은 없다.

2023년 10월 7일 새벽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정파인 하마스가 느닷없이 이스라엘을 향해 대규모 테러와 도발을 하면서 시작된 가자전쟁이 2년을 맞이했다. 문제는 테러의 강도가 너무 셌고 방식이 아주 잔혹했다. 모두 1219명이 순식간에 집 안팎에서 학살당했고, 여성들은 강간당했으며, 마을 전체가 불에 타 잿더미가 되었다. 251명이 인질로 끌려갔는데, 그중 일부가 돌아오긴 했으나 현재 남은 48명 중 생존자는 20명 정도로만 추정되고 있다. 나라 규모를 감안하면, 이스라엘이 받은 충격은 미국이 40건의 9.11테러를 겪은 것과 비슷했다. 2차 대전 당시 히틀러에게 당한 홀로코스트(Holocaust) 이후 단 하루 만에 이처럼 큰 상실을 겪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대대적인 보복에 나서 하마스의 힘을 제압했고, 지금은 중동에서 가장 압도적 군사력을 자랑하는 국가로 변신했다. 표면적으로는 하마스의 도발이 결과적으로 이스라엘의 파워만 더 키워 준 셈이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에 의해 살해된 이스라엘인들이 스데롯 인근 도로에 누워있다. ⓒ AP=연합뉴스

가령 중동에서 시아파의 연합군을 자랑하던 이란과 대리세력(Proxy)의 연대는 급속히 허물어졌다. 이들은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을 외치며,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하는 수니파 동맹과 대척점을 이루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 레바논의 최대 파워인 헤즈볼라, 시리아와 이라크의 일부 친(親)이란 민병대, 그리고 예멘의 집권세력인 후티반군 등은 모두 이란을 축으로 움직였다.

그러면서 지난 2년간 이스라엘과 이란 간에 장거리 미사일이 오가는 사실상의 전쟁이 벌어졌다. 미국의 지원까지 곁들여 이란 핵시설에 대한 가공할 공습이 진행되었다. 이스라엘이 직접적인 배경은 아니지만, 시리아에서는 54년간 부자(父子) 독재를 지탱해 온 알아사드 정권이 붕괴하면서 지금 친(親)이스라엘이라고 부르기에는 약간 애매한 아메드 알샤라 정권이 들어섰다.

이제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당할 자가 없는 강대국으로 인증을 받았다. 이스라엘은 서쪽으로 하마스, 북쪽으로 헤즈볼라, 남동쪽으로 예멘 반군, 북동쪽으로 이란과도 동시에 전투를 벌일 수 있는 ‘멀티 전쟁 능력자’가 되었다.

그러면 하마스는 실패했을까. 겉으로 보면 하마스는 군사적으로 궤멸 직전 상태까지 몰렸고 가자지구는 지옥 터를 방불하는 정도가 되었으니 분명히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하마스가 2년 전 전쟁을 발발한 목적을 생각하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하마스는 과격파로 유명한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을 뿌리로 하여 1987년 설립된 이슬람 수니파 테러조직이다. 2년 전 하마스가 테러를 일으킨 주 목적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교를 방해하는 것이었다. 또 이스라엘의 초정통파 종교 세력에서 예루살렘 성전산(Temple Mount)에 있는 이슬람 사원을 헐고 유대교의 제3성전을 재건하기 위한 전초 작업으로 붉은 암송아지를 들여와 제사 의식을 준비하자, ‘이를 막아야 겠다’라는 동기도 크게 작용했다.

하마스의 강령에는 이스라엘을 파괴하고 거기에다 이슬람 국가를 세우는 것이 조직의 목표라고 적혀 있다. 다만 그것이 쉽지 않다는 걸 하마스도 잘 안다. 그래서 하마스의 하부 실행 목표는 ‘여러 가지로 이스라엘에게 망신을 주는 한편,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국제적 비난이 높아져 이스라엘을 고립시키는 것’으로 정했다.

너무도 아이러니한 것은 그런 목적이 있었기에 하마스는 가자지구 주민들이 많이 죽을수록 많이 다칠수록 수수방관(袖手傍觀)했다. “에이, 설마 그럴 리가”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마스의 본질을 모르기 때문이다. 하마스는 국제적 비난의 촛점을 ‘하마스의 엽기적인 테러 행위’에서 ‘이스라엘의 가혹한 보복행위’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6만 6000여명의 가자지구 주민들이 죽은 것도, 외형적으로는 이스라엘군의 과도한 보복과 폭격이 원인이지만 배후에는 하마스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마스는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엽기적인 테러를 저지르면 바로 이스라엘은 잔혹한 보복을 할 것이고 그러면 국제여론은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쪽으로 돌아선다는 점을 말이다. 하마스가 굳이 별다른 메리트가 없는 인질을 하염없이 붙들어 놓고서 이스라엘의 공격을 계속 유도한 것만 보아도 잘 나타난다. 일찍 석방했다면 이스라엘의 보복이 지금처럼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마스는 주로 병원이나 유치원 등 환자, 어린이, 노인이 많은 장소에다 일부러 하마스 대원들과 로켓포를 집중 배치했다. 당연히 이스라엘의 보복 타깃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마치 “여기로 포격해 봐”라며 도발을 계속했다. 막상 이스라엘의 반격이 시작되면 하마스 대원들은 지하터널에 쏙 숨어 버렸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은 “2023년 10월 7일 전쟁 이전에도 하마스는 자신의 선제공격이 불러올 이스라엘의 가공할 반격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 매년 이스라엘에 선제공격을 감행했으며, 늘 자신들은 지하 터널에 숨어 버린 채 학교·병원·사원에다 가자지구 주민들을 인간방패로 세웠다”고 설명했다.

가자지구 주민들이 세계식량계획(WFP) 호송대에서 하역된 식량과 구호품이 담김 상자와 자루를 들고 있다. ⓒ AP=연합뉴스

하마스의 수장들부터 메시지가 독특했다. 작년 7월 이란 방문 도중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에 암살당한 이스마일 하니예와 지난해 10월 가자지구에서 사살된 야히야 신와르는 모두 “알라 앞에서 순교하여 천국에 갈 것인데 가자지구 주민들이 죽는 게 뭐 대수인가”라는 사이코패스 적인 발언을 종종 했다. 하마스 측의 무사 아부 마르주크 정치국 위원은 “이미 500㎞의 지하터널을 건설했는데도 왜 가자지구 주민들은 그리로 대피시키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을 받자, “이 터널은 하마스를 공습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터널 안에서 싸우고 있다. 가자지구 주민의 75%가 난민이라는 걸 모두 아는데 그들을 보호할 책임은 유엔에 있는 게 아닌가”라는 엽기적인 대답을 했다.

하마스의 목적은 가자지구 주민, 특히 어린이의 죽음이나 비참한 모습을 자꾸 알려 “이스라엘은 악마”라는 이미지를 확산하는데 있다. 그런 선전 전략은 대성공이다. 세계는 하마스의 잔인함은 점점 잊어버리고, 대신 이스라엘의 과도한 보복과 민간인 살상을 떠올린다. 때마침 반미(反美)를 위한 구실 찾기에 매달려 있던 전 세계 좌파들은 마치 팔레스타인을 위한 천사라도 되는 듯 이스라엘과 미국을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지금 미국을 제외하면, 영국·프랑스·캐나다 등 서방국가들조차 “가자지구에 대한 학살을 멈추고 2국가 해법을 수용하라”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다”면서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압박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하마스는 현재 조직상, 군사적으로는 궤멸 직전까지 왔다 해도 결국 2년간의 가자전쟁에서 “진정한 승자는 우리”라고 말할 것이다. 하마스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가자지구 평화협상에서 이제 서야 인질들을 전부 또는 일부 석방하면서 생색을 낼지 모른다. 그러면서 계속 이스라엘을 약 올리며 도발을 유도할 것이다. 하마스란 조직이 지구상에서 없어진다 해도 또 다른 이름으로 재탄생하면서 그렇게 할 것이다. 그것이 중동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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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홍섭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