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영화 산업은 관객 수가 줄고, OTT의 강세 및 티켓 가격 등 관람 문화 등이 변화하며 위기라는 말로 요약된다. 그러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는 '메타 센싱(Meta Sensing) – 감지하는 공간'을 통해 영화가 끝났다고 말하긴 이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BIFAN 뉴미디어팀이 주한프랑스대사관 문화과와 함께 기획한 이번 전시는 AI와 XR 같은 새로운 기술이 인간의 감각을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단순히 기술을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라, 기술이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탐구하는 실험의 장이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사실 이런 변화는 BIFAN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 각지에서 영화감독과 예술가들은 이미 '스크린 밖의 영화'를 실험하고 있다. 박찬욱 감독은 사진전을 통해 영화의 프레임을 넘어 인간의 시선을 탐구했고, 김지운·연상호 감독은 설치미술 형식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확장했다.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은 영화와 미술의 경계를 허물며 관객이 직접 체험하는 시공간적 서사를 만들어냈고, 문경원·전준호 작가는 배우와 협업한 영상 설치를 통해 영화적 내러티브를 전시장 안으로 옮겨왔다.
이 모든 흐름은 하나의 메시지를 남긴다. 영화는 더 이상 정해진 틀에 머물지 않는 다는 것이다. '메타 센싱' 역시 이러한 흐름 위에 있다. AI와 XR이라는 새로운 언어로 감각과 감정의 경계를 실험하며, 영화가 더 이상 '보는 예술'이 아니라 '경험하는 예술'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감지하고, 변환하고, 재구성하는 감각의 서사 이번 전시는 AI 필름 2편, VR 작품 2편,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 1점으로 구성됐다.
AI 필름 'How to Listen to Music on the Moon'은 인공지능과 감정 데이터를 활용해 "달에서 음악을 듣는다면 어떤 감정을 느낄까"를 묻는다. 'Hush Now'는 AI 알고리즘을 통해 인간이 그리워하는 인물의 형상을 되살리며, 기술이 기억을 재구성하는 방식을 제시한다.
VR 작품 'The Exploding Girl VR'은 소녀의 감정이 공간 속 파편으로 확산되는 장면을 통해 감정의 진폭을 시각화하고, 'Sabia'는 자연의 호흡을 알고리즘으로 번역해 인간과 비인간의 리듬을 교차시킨다.
마지막으로 'Crystals'는 비트코인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으로 형태가 변하는 설치 작품으로, 가상화폐 시장의 불안정성과 인간의 욕망을 '가치의 결정체'라는 시각적 언어로 구현한다.
ⓒ부천국제판타스틱 제공
비욘드 리얼리티의 총괄을 맡고 있는 박보람 큐레이터는 "기술은 해마다 빠르게 진화하지만, 우리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려는 것은 언제나 인간의 이야기"라며 "이런 새로운 기술들이 결국 우리의 감정을 새롭게 번역하는 언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AI나 XR 기반의 콘텐츠가 처음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그 안에 담긴 스토리를 들여다보면 오히려 따뜻하고 인간적인 면을 발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과학창의재단의 'AI·XR 기반 과학문화 확산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동시에, 내년 30주년을 앞둔 BIFAN이 지향하는 '스크린 이후의 영화'를 실험하는 예고편이기도 하다.
연계 포럼 '창작의 넥스트 코드: AI 그리고 XR'에서는 'AGI 시대의 미메시스', 'AI로 짓는 감각의 공간',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현실' 세 가지 세션을 통해 AI와 영화, 감각과 서사, 그리고 창작의 미래를 탐구한다.
VR·AI·인터랙티브 콘텐츠가 서로의 경계를 허물며 예술의 형태를 재편하는 현장은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새로운 답을 제시한다.
박보람 큐레이터는 "앞으로 AI 융합 인터랙티브 작품, 오디오·비주얼 작품 등 날로 넓혀져 가는 예술의 영역을 최첨단 기술과 결합하며 확장시킨 형태로 관객들에게 선보이려 준비 중"이라며, "이 깊이를 진정으로 더하기 위해 미래의 문화적 '먹거리'를 만들어낼 실험실이자, 진화하고 있는 영화의 현장에 보다 많은 기술과 창작, 관객 참여가 어우러질 수 있도록 영화예술의 흐름에 동참하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첨단기술이라는 날개를 단 영화는 더 이상 박스 안에 갇히지 않는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30회에서 뉴미디어팀이 선보일 이 확장된 현실을 기대하며 이제 우리는 마음 깊이 숨겨둔 영화의 파랑새를 발견할 준비를 하면 된다. 팔딱이는 영화의 심장에 새피를 수혈할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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