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음악 저작권 시장은 5000억원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오는 12월 16일 치러지는 제25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한음저협) 회장 선거가 단순한 단체장 선출을 넘어, 향후 10년의 음악 산업 지형을 결정지을 중대 분수령으로 꼽히는 이유다. 이번 선거는 투명성 강화와 AI 시대의 저작권 질서 확립, 그리고 누적된 내부 불신 해소라는 ‘삼중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김형석 후보의 화려한 비전과 이시하 후보의 파격적인 개혁론이 충돌하며 판세는 예측불허의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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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공약 뒤에 던져진 ‘물음표’
선공을 던진 건 김형석 후보다. 그는 최근 연이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높은 인지도와 네트워크를 무기로 내세웠다. “협회는 금융회사처럼 투명해야 한다”며 외부 회계 감사를 도입해 신뢰를 회복하고, 정부 R&D 지원을 통해 자체적인 AI 대응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핵심 청사진이다. ‘우물 안 개구리’ 식의 협회 운영을 벗어나 판을 바꾸겠다는 ‘외부 수혈론’이다.
하지만 내부의 반발 기류가 심상치 않다. 이시하 후보 측은 김형석 후보의 화려한 언변 뒤에 가려진 ‘과거’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후보 측은 김형석 후보가 과거 회장으로 재직했던 상장사 ‘키위미디어그룹’의 경영 실패 사례를 꼬집었다. “상장사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혔던 인물이, 과연 4000억원 규모의 협회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겠느냐”는 ‘경영 능력 부재론’이다.
더 뼈아픈 지적은 ‘이해상충’ 문제다. 김형석 후보가 AI 시대의 저작권 보호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저작권료가 발생하지 않는 ‘AI 배경음악’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이마트 매장음악 사용료 분쟁과 관련해서도 김형석 후보 측은 “신인 작곡가들을 위한 프로젝트”라고 해명했으나, 이시하 측은 “앞에서는 회원의 권리를 말하면서 뒤에서는 회원의 밥그릇을 깨는 이중적 행태”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같은 위기 의식, 서로 다른 방법론
두 후보 모두 ‘AI 시대 대응’과 ‘징수액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꼽지만, 이를 풀어가는 방식은 극명하게 갈린다. 김형석 후보가 PWC 같은 대형 회계법인에 감사를 맡겨 투명성을 확보하고, 해외 징수 확대와 정부 지원을 받아 AI 플랫폼 개발 등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방법을 제시했다면 이시하 후보 측은 철저히 ‘현장과 투쟁’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시하 후보는 최근 불거진 고위직 AI 비리 의혹, 9년간 85억원의 임원 보수, 월 2000만원의 회장 업무추진비 등 방만 경영 논란을 정면으로 겨냥하면서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내서겠다고 약속했다. 징수 확대 역시 스타의 이름값이 아니라, 국정감사에서 보여준 것처럼 미징수 업체(OTT, 중국 등)를 상대로 한 투쟁을 통해 실질적인 돈을 받아내겠다는 입장이다. AI와 관련해서는 보상 연금제 도입을 내세웠다.
선거판이 놓치고 있는 ‘진짜 과제’
두 후보의 네거티브 공방과 공약 대결이 치열하지만, 정작 음악계 안팎에서는 선거가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대표성’이다. 협회 회원은 5만 명이 넘지만, 투표권은 약 900여 명의 정회원에게만 주어진다. 두 후보 모두 정회원의 표심 잡기에 몰두하다 보니, 대다수 비주류·신인 창작자들의 생존권 문제는 공약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 누가 당선되든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다.
AI 이슈 역시 단순하지 않다. 두 후보가 내세운 방법론에 그치지 않고, 근본적으로 ‘인간 창작물의 가치 하락’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기술이나 소송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차기 회장은 정부와 빅테크 기업을 상대로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된다.
결국 유권자들의 선택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김형석 후보가 제기된 경영 능력과 도덕성 의혹을 씻어내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기회를 얻을 것인가, 아니면 이시하 후보가 강조하는 ‘내부 개혁과 강력한 투쟁력’이 선택받을 것인가. 한국 음악 저작권 시장의 향후 4년을 결정짓는 이번 선거에 음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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