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5’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지난 10년의 서사를 마무리하는 거대한 이벤트로 받아들여지며 공개 직후 글로벌 차트를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와 같은 열기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2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시즌5는 공개 5일 만에 5960만 뷰를 돌파하며 영어권 콘텐츠 중 역대 가장 강한 오프닝 성적을 기록했다. 전체 기준으로는 ‘오징어 게임’ 시즌2·3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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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4와 비교하면 상승세는 더욱 뚜렷하다. 2022년 공개된 시즌4는 공개 3일 동안 2억 8700만 시청 시간을 기록했으나, 이를 현재 방식인 뷰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2200만 뷰 수준이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시즌5의 초기 성적은 전 시즌 대비 약 171% 증가한 셈이다.
시즌5 공개 직후 시리즈 전체의 인기가 다시 폭발하며, 기존 시즌 1~4가 모두 넷플릭스 톱10에 재진입했다. 11월 24~30일 집계에서는 시즌5가 1위, 시즌1이 3위, 시즌4가 5위, 시즌2가 6위, 시즌3가 8위를 차지하며 다섯 개 시즌 모두가 순위권에 오르는 사상 최초의 기록도 세웠다.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기묘한 이야기’라는 IP는 마지막 시즌에서 오히려 정점을 찍은 셈이다.
그러나 이 폭발적 반응은 한국에서는 이어지지 않았다. 시즌5는 93개국 중 92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한국만은 5위에 머물렀다. 이 같은 온도 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시즌4는 89개국 공개 중 88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지만 국내에서는 순위가 밀렸고, ‘웬즈데이’는 공개 당시 92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고도 한국에서는 4위에 그쳤다. 넷플릭스의 대표 장기 시리즈인 ‘브리저튼’, ‘블랙미러’ 역시 글로벌 성과에 비해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이 현상 뒤에는 한국 시청 환경 특유의 구조적 요인이 자리한다. 한국은 OTT 플랫폼 간 경쟁이 극도로 치열한 시장으로, 넷플릭스를 포함해 여러 서비스가 연달아 신작을 내놓으며 이용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각축을 벌인다.
특히 국내에서는 자국 콘텐츠 선호도가 매우 높아, 한국 드라마가 화제성·배우 인지도·정서적 친밀함을 기반으로 시청자의 첫 선택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경에서는 해외 시리즈가 초기 주목도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시즌이 여러 개 누적된 해외 시리즈는 진입 장벽이 높다. ‘기묘한 이야기’처럼 시즌5까지 이어진 긴 구조는 기존 팬에게는 축적된 몰입이지만, 신규 시청자에게는 시작하기 부담스러운 조건이 된다. 세계관을 복기해야 하는 부담이 피로도로 이어져 부담이 작용한다.
문화적 감수성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기묘한 이야기’가 전제로 하는 1980년대 미국 레트로 문화, 팝컬처 오마주, 호러와 SF가 혼합된 특유의 정서는 북미와 유럽에서는 향수를 자극하지만, 한국 시청자에게는 별도의 맥락을 요구하는 요소가 된다.
‘웬즈데이’ 또한 전체적으로 어둡고 이질적인 분위기가 강해 감정선 중심의 소비 패턴과는 다소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이에 글로벌에서는 시리즈 전체가 정점에 도달하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OTT 경쟁 구조, 취향의 결, 시리즈 소비 방식의 차이로 인해 동일한 콘텐츠라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국가별로 반응이 완전히 갈리는 이 현상은 한국 시장은 글로벌 히트 공식을 그대로 따르는 영역이 아니라, 독자적 판단 기준을 가진 고유한 소비 생태계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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