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PPL에도 극찬…핑계고 시상식, 핑계 많은 방송가에 남긴 교훈 [D:방송 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12.23 09:01  수정 2025.12.23 09:02

3회째를 맞은 핑계고 시상식이 올해도 호평을 받으며 ‘지상파 시상식보다 낫다’는 반응을 자아냈다. 시청자는 물론, 참가자들도 함께 즐기며 “시상식도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핑계고였다.


21일 오전 9시 유튜브 채널 뜬뜬을 통해 공개된 3회 핑계고 시상식에는 MC 유재석을 필두로 배우 황정민, 이성민, 한지민, 이동욱, 송승헌을 비롯해 방송인 지석진, 송은이, 김영철, 허경환, 조혜련, 가수 장우영, 화사, 우즈, 페퍼톤스에 이르기까지. 2025년 뜬뜬의 토크 콘텐츠 핑계고에 출연했던 게스트진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라인업도 화려했지만, 30여 명의 참석자들은 유쾌하게 근황을 나누고, ‘무관’에도 서운해하지 않으며 행사 그 자체를 즐겼고, 이에 시청자들도 2시간 30분이 넘는 핑계고 시상식을 하나의 콘텐츠처럼 즐기며 호평을 보냈다. 공개 하루 만에 300만 조회수를 넘길 만큼, 결과까지 의미 있었다.


한 샌드위치 브랜드의 적극적인 PPL(간접광고)에도 시청자들은 개의치 않았다. 화면 내내 포착되는 브랜드 로고는 물론, 브랜드 이름을 딴 상까지 등장했지만 테이블 위에 놓인 샌드위치를 둘러싼 폭풍 먹방을 되려 웃으며 즐기는 등 시청자들은 ‘대놓고’ 광고에도 불편함보다는 내용의 유쾌함과 의미를 오롯이 즐기는 모양새였다.


핑계고 시상식 전날인 20일 진행된 2025 KBS 연예대상에서는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크레이지 리치 코리안’의 전현무가 대상을 받았음에도, 무거운 반응을 자아낸 것과 더욱 비교가 됐다. ‘크레이지 리치 코리안’은 그룹 아이브를 비롯해 화려한 라인업에도 불구, 이렇다 할 유의미한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으며,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유지’에 방점을 찍은 장수 예능으로, 전현무의 활약상에 비해 상이 컸다는 의견도 있었다.


KBS 아나운서 출신 전현무가 ‘친정’에서 받은 상으로 인상적인 소감을 보여주기도 했으나, 최근 MBC ‘나 혼자 산다’ 출연자인 박나래, 키에 이어, 과거 차에서 링거를 맞는 장면이 포착돼 “불법 의료 서비스를 받지 않았다”는 해명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분위기가 마냥 즐겁지는 못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한 방송사의 한해를 결산하는 자리와 아무리 흥했지만, 콘텐츠 하나의 한 해 마무리를 축하하는 자리는 무게감이 다른 것도 사실이다. 다만 참석자 대신 불참자에게 상이 수여됐을 때는 그 민망함을 유머로 승화하는가 하면, 그 아쉬움을 떠들썩한 게임과 상금으로 달래며 즐거움을 선사하고, ‘요즘’ 시청자들이 호응하는 축하 무대로 참가자들의 반응을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 핑계고 시상식은, 무게감과 재미를 모두 충족했다는 점에서 본받을만하다.


시상식 외에도, 여러 영리한 콘텐츠로 ‘어려운 현실’을 핑계 삼는 방송가에 교훈을 남겼다. 유재석과 황정민-지석진-양세찬의 ‘풍향고’는 ‘여행 예능’이라는 콘셉트는 평범해도 ‘노 어플’이라는 콘셉트로 ‘아날로그’ 여행의 낭만을 선사했으며, 이로 인해 야기되는 재미도 함께 전달했다. 유재석과 이동욱-이상이-남창희의 ‘깡촌캉스’는 한국의 시골로 장소만 바꿨다는 평을 받을 법도 했지만, 산불 지역인 경북 의성을 방문해 재미에 의미까지 보여준 ‘좋은 예’가 됐다.


즉, 흥행 또는 수익을 놓치기 힘든 현실도 고려하면서 동시에 시청자들도 호응할 수 있는 영리하면서도 섬세한 선택이 뜬뜬의 원동력이 되는 셈이다. 규모와 책임감 면에서는 방송가가 더 큰 부담감을 안고 있을 수는 있으나, 그럼에도 시청자들의 호평을 유발하는 핑계고의 사례들이 남기는 교훈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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